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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삶)/-. 건강 & 레져

최연소 '국궁 최고수' 등극한 김경응씨

전통 활 쏘기에 ‘미친 듯’ 몰두해 온 서른세 살 총각이 마침내 우리 궁도 사상 가장 ‘나이 어린’ 최고수에 올랐다. 지난 6월 19일 승단 심사를 통과해 하늘의 별따기라는 ‘궁도 9단’이 된 김경응(33)씨가 그 주인공이다.

대한궁도협회가 전통 활(국궁) 기량에 따라 선수들에게 등급을 부여해 온 지난 36년간 ‘9단’을 딴 사람은 김씨를 포함해 단 23명뿐. 활을 수십 년 쏴야 오를 수 있다는 9단의 영예는 그간 모두 40대, 50대 중년 선수들 차지였으며, 30대가 9단이 된 것은 김씨가 최초다. 김씨 이전에는 41살이 최연소 9단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난 활에 미친 것 같아요. 미치는 데 이유가 있나요? 좋아서 미치는 거지요. 어떤 일보다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어서 재밌어요. 일요일에 집에서 뒹굴다가도 갑자기 활이 쏘고 싶어져서 인천 무덕정으로 달려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김씨는 현재 인천지하철공사 궁도팀 소속의 선수다.


▲ 김경응씨 /인천 지하철공사 제공
하지만 처음엔 선수가 되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우리나라 활이 너무 좋아 시위를 당겼던 청년이었다. 충북 제천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우리것’에 관심이 많았다. 무예를 배워도 ‘태껸’을 배웠던 청년이었다.

“금속회사 근로자로 일하던 1997년인가요, 친구의 권유로 처음 국궁을 잡아보고 그 팽팽한 긴장감에 단숨에 빠져들었어요. 주말만 되면 하루종일 무덕정에서 살았죠.” 그는 2006년 다니던 공장을 아예 그만두고 인천시체육회 궁도팀 선수로 ‘전업’을 했고, 지난해 7월부터는 인천지하철공사 팀으로 옮겼다.

선수가 된 덕택에 김씨는 평일이나 주말이나 하루 8~9시간씩 활을 ‘원 없이’ 쏜다. 양손 가락 마디마디엔 굳은살이 여기저기 박혔다. 하루에 몇 발을 쏘는가를 묻자 그는 “국궁의 장력은 일반인이 당기지도 못할 정도로 강해서 쉬엄쉬엄 쏘느라 1시간에 10발 남짓밖에 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경북 칠곡 호국정에서 벌어진 9단 승단대회에서 김씨는 145m 떨어진 2m 폭 과녁에 45발을 쏘아 39발을 명중시켰다. 그는 수십 년 관록의 선배들을 제치고 무서운 솜씨로 유일하게 9단에 올랐다. 하지만, 그날 일을 묻자 자기 자랑이 될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컨디션이 좋았죠. 연습을 많이 하긴 했지만 예상도 못했는데…”라고 한다.

“활을 쏘는 건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하거든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웃기도 한다. “나는 말 주변이 없어서 멋진 말이나 재미있는 말 같은 건 할 줄 모른다”는 담백 순수한 이 궁사는 “10월의 전국체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2007년 9월 12일 (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