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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찰과 한나라당만 아니라고 합니까”

[용산참사 추모 국민대회] 현장 3신
유가족대표 ‘눈물연설’…시민 5천여명 동참
큰 충돌없이 자진해산…7일 3차 범국민대회

 

»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네 야당 지도부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폭력살인 진압 규탄 및 이명박 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를 마친 뒤 명동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용산참사 추모 국민대회】현장 3신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연 ‘폭력 살인 진압 규탄 및 MB 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는 큰 충돌없이 끝났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거리를 차지하고 연좌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2명이 연행됐다.

 

시민 2만여명(주최쪽 추산, 경찰 추산 2천500명)은 저녁 6시30분께 청계광장에서 2부 추모문화제를 마치고 광교로 나와 인도를 따라 거리행진을 벌였다. 검은 상복을 입은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맨 앞에 섰다. 유가족들은 굳게 입을 닫고 비통한 표정으로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야당 대표들과 시민들이 유가족들의 뒤를 따르며 “독재정권 물러가라. 이명박은 사과하라. 김석기를 수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본 대열의 거리 행진을 철저하게 막았고, 주최 쪽은 인도를 따라 명동성당까지 행진한 뒤 8시께 자진 해산했다.

 

“왜 경찰과 한나라당만 아니라고 합니까”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곳곳의 도로를 기습적으로 점거하며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였다. 상당수 시민은 을지로 입구 역 부근에서부터 야당 대표들을 따르지 않고 8차선 도로를 차지하고 연좌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1시간30분 동안 경찰과 대치선을 치고 이곳저곳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방패로 위협하며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냈다. 인도로 밀려난 시민들은 “살인경찰 물러가라”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부상을 입었다. 아버지와 함께 거리시위에 나선 진아무개(5)군이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근처 인도에서 경찰 방패에 오른쪽 다리를 다쳤고, 한 남성은 경찰에 밀려 넘어지면서 실신하기도 했다. 부상한 시민들은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9시30분께 명동 일대에 남아 있던 시민 5백여 명은 퇴계로 1가부터 매일경제 앞 4거리까지 기습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뒤따라온 경찰에 강제로 해산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를 벌이던 <칼라티브이> 이명선 리포터가 경찰 방패에 밀려 오른쪽 손목에 타박상을 입었다. 카메라 등 장비 일부도 심하게 파손됐다. 이 리포터와 취재진은 “언론의 취재를 방해한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시민들은 저녁 11시께 명동성당에 재집결해 한 차례 거리 진출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에 가로막혔다. 저녁 12시께 시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2일 청계광장에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주최하는 ‘사제단 시국 미사’가 7시부터 열리고 7일 청계광장에서 ‘3차 범국민 대회’가 열린다. 용산참사 범국민 대책위 관계자는 “2월 5일 예정돼 있는 검찰 수사 발표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7일 예정돼 있는 3차 범국민대회에 최대한 많은 시민을 모아 이명박 정부에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월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용산 참사의 책임자 처벌과 이른바 ‘MB 악법’ 저지를 위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 1일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이 을지로 입구역 인도에서 경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허재현 기자

 

【용산참사 추모 국민대회】현장 2신

유가족대표 ‘눈물연설’…시민 5천여 명 동참
야당·시민대표들 연단 올라 ‘살인진압’ 비판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서울 청계광장 ‘용산 참사 범국민 추모대회’가 비교적 포근한 날씨 속에 5천여명(경찰 추산 2천 5백)의 시민들이 소라조형물 앞 높이 1m의 무대를 중심으로 운집한 가운데 평화롭게 열리고 있다. 자리가 비좁아 모전교 인근까지 시민들이 꽉 들어차 있다.

 

대회 시작에 앞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 각 당 대표들은 무대 오른 편에 마련된 분향소에 국화를 헌화하고 묵념을 하며 용산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검은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도 자리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분향소에 영정 사진을 놓았다. 시민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동참했다.

 

대회 첫 연설은 용산참사 유가족이 맡았다. 검은 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고 윤용헌씨의 부인 유영숙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써온 글을 읽어나갔다.

“이렇게 많은 분들 모인 것을 보니 유가족들도 힘이 납니다. 벌써 12일이 지났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촛불을 들어준 시민 여러분의 힘이 아니었으면 우리 유가족들은 버티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주검을 확인 했을 때 그 잔혹함에 모두 기절할 정도였지만 더 깜짝 놀란 것은 주검의 부검이 끝났다는 의사의 말이었습니다. 우리 아저씨들의 주검은 아직 냉장고에 있습니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경찰의 행태도 유가족들은 이해 못합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참혹한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한데 왜 우리 철거민을 구속하고 ‘전철연’을 수사합니까. 왜 경찰과 한나라당만 아니라고 합니까. (중략)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유가족들의 힘이 돼주십시오.”

 

이어 용산참사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장주영 변호사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 변호사는 “경찰은 이미 망루 안에 인화물질이 있는 것 알고서도 무모하게 강제진압했다. 물로 화학소방차를 준비하지 않았고, 안전그물과 안전 매트 등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경찰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똑같은 희생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 주장했다.

 

» 1일 열린 `용산 참사 추모대회‘는 87년 반독재투쟁 이후 22년만에 처음으로 주요 야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연대 장외집회를 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허재현 기자

 

오늘 대회에는 각 당 대표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연설했다. 검은 양복을 입고 집회에 참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권이 후안무치하다. 철거민이 먹고 살기 위해서 용산 건물 옥상에 올라갔던 것인데 공권력이 여섯 명의 인명을 살상하고 나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마천의 사기를 보면 백성과 싸우는 정치가 가장 나쁘다고 써 있다”며 “이명박 정권은 모든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악법 밀어붙이고 있다. 2월 국회에서 ‘엠비 악법’을 기필코 저지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시민들은 큰 박수로 정 대표의 연설에 호응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쥐꼬리만큼 보상금액 쥐어 주고 나가라면 누가 나가겠나. 추운 겨울 철거민들에게 물대포 쏘아 동태를 만드는 살인 행위를 해놓고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시민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하고 있다”며 “재벌 경제만 살리기 위해 혈안이 돼 정권이 날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의 발언 중간 중간에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동감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는 “용산 역세권 개발을 위해 삼성물산이 얻는 수익만 1조 4천억원이라”며 “왜 철거민들이 재벌기업의 천문학적 이익을 위해 내쫓겨야 하냐”고 비판했다.

 

각 당 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안치환 씨가 애절한 목소리로 추모 공연을 했다. 그는 공연에 앞서 “20년 전 독재를 끝내고 민주 시대를 열기 위한 열사의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인간적 삶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며 “거꾸로 가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우리 힘으로 다시 돌리자”고 호소했다. 그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의 노래를 기타 연주에 맞춰 불렀다.

 

2일은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날이다. 임시 국회에서 다뤄질 언론, 비정규직 관련 법안 등에 대한 비판 발언도 이어졌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개발 이익에 눈이 먼 재벌들에게 방송 뉴스를 허용하면 안된다”며 “내일부터 언론 장악 저지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진영옥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한나라당은 비정규 노동자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 연장하면 살기 좋아진다면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집회 중간 청계광장 옆 파이낸셜 빌딩 앞에서는 ‘대한민국 지킴이 연대’ 등의 보수단체 시민 10여명이 ‘추모대회 비판’ 집회를 따로 열었다. 이 과정에서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대회 참석 시민들은 보수단체 시민들이 가져온 골프채 등의 집회시위 용품을 압수했다.

5시. 참가자들은 ‘국민들게 드리는 글’을 낭독한 뒤 1부 대회를 마쳤다.

 

날이 어두워지며 시민들이 들고 있는 촛불의 밝기가 선명해졌다. 청계광장은 지난 해 여름 내내 붉게 물들였던 촛불문화제 현장의 모습을 닮아갔다. 5천여 시민들은 촛불에 불을 켜고 청계광장 바닥에 앉아 5시부터 진행된 추모대회 2부 행사인 추모문화제에 참여했다.

 

추모 문화제는 민중 가수들의 노래 공연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노찾사,손병휘,꽃다지 등의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행복의 나라로’,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노래를 불렀다. 시민들은 들고 있는 촛불을 흔들며 노래를 즐겼고, 무대 앞에 앉아 있는 야 4당 대표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추모 공연을 지켜봤다.

 

문화제 도중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 가벼운 충돌이 벌어졌다. 5시 30분. 일부 시민들이 모전교 인근에서 광화문 우체국 골목으로 거리 행진을 벌이다 이를 막아선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벽돌을 들고 있던 60대 남성 1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시민들은 들고 있던 깃발대 등으로 경찰버스를 내리치며 항의했다.

 

기독교대책회의 문대골 목사 등의 추모기도와 꽃다지의 공연이 끝난 뒤 시민들은 촛불을 단 ‘바람 등’ 수십 여개를 하늘로 띄워 보냈다. 시민들은 “잘가라” 등을 외치며 아침이슬을 함께 불렀다.

시민들은 6시 40분 께부터 명동성당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글·사진 허재현기자catalunia@hani.co.kr

 

◈ 국민들께 드리는 글

국민여러분! 2009년 2월 1일 오늘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아주 뜻 깊은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87년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집권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반대하여 반독재민주화투쟁을 함께 벌인지 22년 만에 다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국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야외집회를 연 것입니다. 그때 거리에 섰던 원로들과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우리 시민들이 새로이 탄생하고 성장한 청년들과 학생들과 함께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입니다.

 

역사는 늘 발전하는 것이어서, 세월이 갈수록 경제도 좋아지고, 민주주의도 발전하고, 인권도 신장되고 삶의 질도 좋아져서, 사람 살기도 좋아지는 줄만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단 1년 만에 수십 년 쌓아온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사람이 제일로 소중하다는 ‘인권’과 서민들도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소박한 꿈을 압살해버리는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시 거리로 함께 나오게 된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우리나라의 주인은 바로 우리 국민들입니다. 헌법의 ‘민주공화국’과 ‘국민주권’ 조항처럼 국민들이 주인대접 받는 사회, 사람이 가장 귀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참된 목표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모습은 어떻습니까. 그 참혹했던 용산 참사가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안에 사람들이 있어요, 저 안에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용산의 한 건물 옥상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목 메인 외침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한 겨울에, 그것도 깜깜한 새벽에, 외침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무엇이 급해서 이 정권은 특공대를 투입했어야만 했을까요?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2009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은 애도를 표하며, 국민들과 함께 추모의 물결을 만들어나가는 데 함께 하겠습니다.

 

그날, 용산 한 낡은 건물의 옥상 ‘망루’에는 혹독한 엄동설한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삶의 현장에서 퇴거만을 강요당하던 우리 서민들이 목숨을 걸고 생존권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그들의 호소를 외면한 채 ‘안전 구조’가 아니라 ‘과잉 진압’으로 본때를 보이려고만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참혹한 비극을 야기하고야 말았습니다. “만약에 ‘진압’이 아니라 ‘구조’였다면 모두 살 수 있었는데….”라는 국민들의 탄식과 ‘이명박-한나라당 정권과 경찰이 정말 너무했다’라는 규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사죄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원통한 넋들은 아직 잠들지 못했으며, 유족들의 눈물도,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도 가늠할 수 없는 무게로 계속 되고 있습니다. 생맥주를 나르고, 초밥을 만들던 평범한 서민들이 왜 목숨을 걸고 옥상에 올라 절규했는지 너무도 잘 알면서 저들은 갈 곳없는 서민들의 간절한 절규와 호소를 묵살했습니다. 애당초 대화와 협상은 생각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그랬기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사설 경비업체 용역들과 공동작전을 펼치면서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생존을 호소하는 서민들을 잔혹하게 짓밟으며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입니다.

 

이번 용산 참극을 통해 우리는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본질을 다시 한 번 극명하게 확인했습니다. 저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들을 외면하고, 1% 강부자-특권층의 이익만을 위한 막가파식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를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으로 짓밟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용산 참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참극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살인진압 책임자들을 비호한 채, 아직 규명조차 되지 않은 화재의 원인을 희생자들에게 떠넘기면서 ‘살인자’의 누명을 씌우려 합니다.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억지로 뒤바꾸는 일에 총대를 메고 있습니다. 이는, 억울한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입니다. 망자에 대한 기본적 예의조차 무시하는 이명박과 한나라당 의원들, 그리고 검찰과 경찰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여기 모인 우리들은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을 마음 아프게 추모하고, 이런 일들이 벌어진 모든 원인들을 제대로 규명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귀중한 가치가 어디 있겠습니까! 인내천, 홍익인간의 정신에 기초해, 우리 역사는 예로부터 사람의 존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헌법도 인본주의와 국민주권의 가치를 누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헌법이 강조하는 국민주권의 민주주의와 인본주의의 인권을 유린하는 또 다른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민생파탄 악법, 민주압살 악법, 이른바 MB악법의 먕령을 부활시켜 또다시 일방적인 날치기를 모색하고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금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서민의 생존과 호소는 외면한 채 소수 ‘강부자’들의 사적이익을 위해 밀어붙인 ‘막개발’이 용산의 비극을 초래한 근본적 원인임을 잘 알면서도, 2월 국회에서 부동산 투기 규제정책을 완전히 철폐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집값 안정에 기여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겠다고 하고, 부동산값 폭등의 근원지였던, 강남3구의 투기지역지정도 해제하겠다고 합니다. 저들은 또 전 세계가 금융과 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와 국가적 개입을 강화하고 있는 이때, 금산분리를 풀어 재벌에게 은행을 주려 합니다. 공정거래법 등을 개악해 재벌들의 무제한 문어발 확장을 허용하려 합니다. 지금도 넘쳐나는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하는 법, 지금도 생존이 불가능한 최저임금을 더욱 낮추는 법 등 민생파탄 악법들까지 강행하겠다고,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제를 망치고, 서민들을 더욱 위태롭게 하는 이런 법안들을 ‘민생입법’이라고 거짓된 흑색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조중동과 재벌의 방송장악을 위한 신문법-방송법 개악 등 언론악법, 감시와 통제의 사슬로 국민의 눈과 입을 틀어막는 사이버 모욕죄, 공권력의 공포로 온 국민을 포박하려, 심지어 마스크만 써도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집시법 개정안, 국정원의 권력과 기능을 무한 확대하는 이른바 <국정원 강화 5대 악법> 등 각종 반민주 악법도 황사처럼 밀려오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오고 지켜왔던 민주주의와 인권입니까. 우리가 어떻게 신장시켜온 국민들의 ‘삶의 질’입니까. 지금 민주주의와 인권, 대다수 국민들의 생존이 갈수록 위험해지는 백척간두의 상황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중대한 위기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하는 일도, 사는 지역도 구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민생을 구하고, 민주를 살리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래서 우리는 오늘 여기에 다시 모이게 된 것입니다. ‘귀 막고 마음 닫은’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에게 우리는 국민의 뜻을 결연하고, 끈질기게 전달할 것입니다. 정부가 국민을 거역하면 국민이 정부를 바로잡고, 국회가 국민을 무시하면 국민이 국회를 바로 잡아왔습니다. 민주주의와 서민을 생각하는 마음과 양심의 행동은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역사이고, 전통입니다. 오늘 모인 야 4당과 시민들은 앞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국민들과 함께 반드시 MB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범국민적인 운동에 돌입합니다. 국민의 힘으로 반드시 온갖 악법을 막아냄으로써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국민의 생존과 행복,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 나갈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에 함께 촉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신들은 서민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당장 용산 서민들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애도하고,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서민과 원주민, 영세상인도 함께 사는 주거 및 개발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해주십시오. 또 잘못된 정권의 공권력 남용에 의해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법과 제도, 관행과 인식을 철저히 개선해나가자고 함께 뜻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여러분!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에 또 함께 호소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신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파괴시키고 있다고. 우리 국민들은 2월 임시국회가 독재와 ‘강부자’를 위한 악법 전쟁터가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고, 오로지 서민들을 진정으로 위하고, 민생을 살리는 민생국회, 서민 국회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민생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온갖 서민입법과 정책, 그리고 예산 지원이 논의되고-이루어지는 공론의 장으로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국회를 원하고 있다고. 실업-일자리대책, 등록금 등 교육비 부담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사회안전망 확충 등 대대적이고 획기적인 서민지원을 통해 서민도 살고 내수도 살아 경제가 살아나는 전기를 마련하는 2월 임시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함께 목소리를 높여 봅시다.

 

여기 모인 야 4당과 시민-학생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주창합니다. 제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독재회귀와 1%특권층을 위한 ‘반국민 정치’와 ‘강부자 정책’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국민들 곁으로 어서 돌아오십시오. 지금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의 요체인 민주주의와 대다수 서민들이 죽느냐 사느냐는 절박한 갈림길이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결연한 각오로, 함께 투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입니다. 오늘 모인 우리들은 앞으로도 오로지 국민들과 늘 함께 할 것이며, 민주주의와 서민을 살리는 길이라면 원내외 곳곳에서 더욱 굳건히 협력할 것입니다. 민생행복과 민주,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들이 우리들의 장정에 함께 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우리나라를 민주와 평화, 서민들의 행복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함께 만들어갑시다!! 그 길에 오늘 모인 야 4당과 시민-학생 참가자들이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2009년 2월 1일

폭력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 참가자 일동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미디어행동,
그리고 우리 국민들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학생들이.





 

87년 이후 첫 야당-시민단체 연대집회

용산참사 추모 국민대회】현장 1신
가슴에 ‘근조’ 달고 시민들 속속 동참 발길
경찰 1만여명 배치, 전경차 촘촘히 둘러싸

 

‘용산 참사 추모 범국민대회’가 1일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민생민주국민회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과 함께 서울 청계광장에서 ‘폭력살인 진압 규탄 및 MB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를 공동 개최한다. 이번 추모대회는 87년 반독재투쟁 이후 22년만에 처음으로 주요 야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연대 장외집회를 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후 2시 현재 청계광장에는 먼저 도착한 정당 관계자들이 집회 준비를 하고 있고 시민 2백여명이 곳곳에 앉아 집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의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쪽 가슴에 ‘근조’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단 시민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 1일 오후 3시 ‘용산 참사 추모 범국민대회’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허재현 기자

 

민생민주국민회의는 미리 배포한 공동선언문에서 “용산 참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를 외면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의 비정규직법 개정 등 각종 악법 통과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잘못된 정권의 공권력 남용에 의해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법과 제도, 관행과 인식을 철저히 개선해나가자고 뜻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회에는 민주당 정세균,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문국현, 진보신당 심상정 등 4개 야당 대표들이 참여하고 시민 1만여명이 함께 할 것으로 주최 쪽은 예상하고 있다. 국민대회와 추모문화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청계광장에서 명동성당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참석한 시민들은 “정부가 용산 참사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원채중(34)씨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경질하고,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책임있는 사과를 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의 항의 집회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희(의정부시 장암동·40)씨는 “용산 참사는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개발에만 몰두하는 정권의 철학과 연결된 사고”라며 “정부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시민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 대회는 야4당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주최한다는 의미에 시민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과 기대감을 보내고 있다. 이씨는 “정권 교체 뒤 어렵게 이룬 민주화가 모두 후퇴되고 있다”며 “관련된 세력들이 모두 힘을 모아 함께 집회를 열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늘 집회의 자원봉사를 맡은 황인구 민주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은 “진보 세력이 따로 행동할 것이 아니라 의견을 같이 해 함께 모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오늘 대회는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로 열린다. 하지만 경찰은 서울 도심에 100여개 중대, 1만 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청계 광장 주변은 경찰버스가 촘촘히 주차돼 있어 시민들의 거리 행진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광장의 출입은 자유로운 상태다.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을 빚어 오늘도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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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9.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