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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서글픈 歷史

강부자’에 아낌없이 퍼주는 나라

양도세 중과 폐지 이어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추진

부동산 ‘3대규제’ 허물어
강남→비강남 투기 불지필 우려

“현정부 부동산정책 84% 건설사·다주택자” 혜택 지적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부동산투기 억제 장치들을 모두 허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대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6일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는 내용의 양도세제를 시행하고 있다. 분양값 상한제 폐지 방침은 이미 연초에 제시돼 있었다. 이로써 그동안 ‘부동산시장 3대 규제’로 꼽혀 왔던 투기억제 장치는 모두 풀리게 됐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18일 <평화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남 3구 투기지역 지정 해제에 대해) 정부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제 시기와 관련해 “4월 재보선과 관계없이 필요하다면 바로 하겠다. 늦지 않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건설업계와 일부 정치권에서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정부 당국자가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마지막 남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인 강남 3구에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가 풀리고 분양권 전매제한까지 완화된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알려지면서 강남권 아파트값은 이미 들썩거리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53㎡형의 경우, 지난주 8억3천만~8억4천만원에 팔렸으나 양도세 중과세 폐지와 투기지역 해제 소식이 전해진 뒤 호가가 1천만~2천만원 정도 올랐다. 강남구 개포동 한 중개업소 사장은 “투기지역 해제는 이미 예고됐던 것 아니냐”며 “실제 해제되면 매수자들이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기가 좀더 쉬워지고 경기회복 분위기와도 맞물려 거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제는 강남 외 다른 지역 집값에 끼치는 영향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강남 3구가 아닌 다른 지역 집값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저금리 기조로 갈 곳을 잃고 떠도는 시중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한결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가 ‘투기 빗장’ 구실을 했던 규제들을 완전히 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그동안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분양을 앞둔 건설업계가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를 반기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다음달 인천 청라지구에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와 분양값 상한제 폐지 방침은 내집 장만이나 갈아타기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일반 실수요자들은 물론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까지 자극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서울과 수도권 분양시장에 투기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지금까지 36차례에 걸쳐 내놓은 100가지 부동산 관련 정책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어, “전체의 84%가 건설사와 고가·다주택 소유자들을 지원하는 내용들”이라고 발표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대부분 부실 건설기업에 특혜를 주고 부동산 자산가한테는 감세와 금융조건 완화로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 거품’이라는 위기의 진원지에 의존해 위기를 벗어나려는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부동산정책 기조를 소비자와 서민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면서 △후분양제 전면 실시 △건설사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전환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임대소득세 과세 등을 구체적인 정책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종훈 정남구 기자 cjhoon@hani.co.kr

 

 

한겨레  200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