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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부동산시장,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

[여·야 이견없던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무산…'발표'하고 '통과' 안되는 부동산대책]


그래픽=강기영

 

"수직증축 리모델링된다고 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통과되지 않은 걸 보면 결국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는 것같아요. 차라리 기대라도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실망도 크지 않았을 텐데요."(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인근 J공인중개소 대표)

"시장활성화한다고 대책 내놓으면 뭐합니까? 실제로 적용되는 건 별로 없는데요. 온갖 감언이설로 분위기만 띄워놓는 바람에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같네요."(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

지난 18일 오후로 예정됐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가 취소됐다. 9월 정기국회에서 핵심법안 처리를 위한 국토위가 여야 갈등으로 무산된 것은 이번이 벌써 3번째다.

24일에는 민주당이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주택등록제 도입 등 '3대 세입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전·월세 대책으로 내놓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법인부동산 추가 과세 폐지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용 방안 등에 대해선 "대표적 부자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닿지 않는 여야의 평행선이 재차 확인되자 부동산시장은 절망했다. 앞으로의 일정도 안갯속이다. 결국 주택거래 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시장회복이 요원한 셈이 됐다. 부동산시장과 건설업계는 정치권이 부동산법안들에 대해 처리될 듯 연기만 피우는 바람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고 지적한다.

대한상의는 25일 '부동산 10대 법안'의 국회 조속 처리 촉구를 위한 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건의서를 통해 대한상의는 "정부가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 내놓은 취득세 감면조치, 양도세 중과 유예 등에 대한 일몰기한이 올해 말로 끝난다"며 "부동산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금과 자금조달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주택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 국토위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 안건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주택바우처 시행 △개발부담금 한시감면 등 '4·1부동산종합대책'의 핵심 후속 법안들이다. 이미 대책이 나온 지 8개월 가까이 흘렀다. 여야간 이견이 없어 처리가 유력하던 수직증축 리모델링마저 통과가 무산됐다.

 여야의 이견이 컸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운용, 전·월세상한제 등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쉬운 법안'부터 처리하자는 전략마저 무산된 것이다. 결국 당정은 한 달여 남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도곡동 인근 O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언제 세금폭탄을 맞을지 모르는데 선뜻 매매에 나서는 다주택자가 있겠냐"며 "벌써 몇 년째 헛바람만 넣는 정부정책 때문에 시장의 불신만 팽배하고 전셋값만 미친 듯이 뛴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비교적 처리가 쉬울 것으로 기대한 법안들도 이렇게 진통을 겪는데 이견이 큰 법안은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며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건설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요즘 업계 분위기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것같다"며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이들 법안이 올해를 넘길 경우 그나마 살아나던 주택시장이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 어떻게 내년 시장을 타개해나갈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땜질식'의 부동산법안 처리도 시장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지금의 주택경기를 감안하면 분양가상한제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등은 폐지한다고 해도 당장 가격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없다"며 "1년 더 유예하는 식의 대책은 매매나 임대시장 활성화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201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