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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상인 잔혹사 "막노동 전락.. 우린 속았다"

-6천만원 분양가가 2~3억으로 폭등
-이주한 가든파이브, 황량함 그자체
-이주 상인들, 경매에 노점상 전락
-서울시에 호소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규호 (前 청계천 상인)

 

뉴스의 그 이후를 다시 짚어보는 시간. 화요일의 코너, 'AS뉴스'입니다. 오늘 'AS뉴스'에서는 딱 10년 전 오늘로 돌아가 보죠. 2005년 10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역점 사업, 여러분 기억나십니까? 청계천 복원 사업이 마무리된 게 바로 10년 전 10월입니다. 그때 청계천에서 장사하던 상인분들은 하는 수 없이 서울의 한 대형쇼핑몰로 점포를 옮겨야 했죠.

그게 바로 서울 송파구의 가든파이브입니다. 새로 지은 으리으리한 건물에 들어갔으니까 이분들 장사 잘 하고 잘 사실 줄 알았는데… 10년 뒤에 찾아본 그분들의 모습, 예상과는 영 달랐습니다. 그분들 중 한 분을 직접 연결해 보죠. 상인 안규호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안 선생님, 나와 계세요.

 

◆ 안규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청계천에서는 어떤 장사 하셨어요?

◆ 안규호> 영상업을 했습니다.

◇ 김현정> 영상업이요? 구체적으로 어떤 영상업이요?

◆ 안규호> 비디오테이프를 비디오숍에 제공하는 도매업종을 했죠.

◇ 김현정> 얼마나 오래하셨어요?

◆ 안규호> 비디오가 초창기 나왔을 때부터 청계천 철거될 때까지 했습니다.

◇ 김현정> 철거될 때까지. 그러니까 비디오 사업이 그때쯤이면 좀 저물 때였으니까요 어쨌든 청계천에서 비디오 사업, 영상업을 20년 동안 하시다가 복원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상점들이 하나, 둘 쫓겨난 거죠?

◆ 안규호> 네. 이주를 하게 된 건 가든파이브, 그 당시에는 동남권 유통단지였죠. 그쪽으로 이주를 시켜준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청계천 상인들이 청계천 복원에 협조했죠.

◇ 김현정> 그러니까요. 저도 기억이 나는 게 처음에는 다들 강력하게 반발들을 하셨는데, 끝내는 합의문에 도장을 찍으셨단 말이에요. 합의를 하셨어요.

◆ 안규호> 그렇죠. 가든파이브에 한 번 오면 먹고, 자고, 즐기고 갈 수 있는 활성화 단지라고 해서 5만 4000평을 책정을 하고 상가를 지었어요.

◇ 김현정> 그런 청사진을 냈을 때 상인들로서는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었겠네요, 어마어마한 계획이니까.

◆ 안규호> 그렇죠. 감히 서울 시장이 한 약속이고 또 서울시의 국장, 과장이나 이런 분들이 이야기하시는 건 다 법으로 알았죠.

◇ 김현정> 그 가격도 좀 싸게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까?

◆ 안규호> 그럼요. 특별분양이라는 게 전용면적 7평짜리를 6000~7000만원이면 충분히 분양받을 수 있다고 그랬죠.

◇ 김현정> 6000~7000만원으로 7평을 임대가 아니라 분양을 해 주겠다?

◆ 안규호> 그렇죠. 그렇게 상인들을 유혹을 했죠.

◇ 김현정> 그래서 굉장히 좋은 환경, 좋은 건물에서 장사가 번창하겠구나라고 기대하면서 가든파이브, 송파구에 입성을 하신 건데요. 실제로 가보니까 상황이 어땠습니까?

◆ 안규호> 실제로 가보니까 상가 주위는 아무것도 없고 황량한 자리였죠. 애당초 활성화단지, 물류유통 화물터미널 이런 것들도 동시에 들어오기로 했는데 그런 건 전혀 안 되어 있었고요. 황량하고 안에 상가도 창고 같은 자리도 1억이 넘고 그랬기 때문에…

◇ 김현정> 아니, 왜 말이 달라지는 거죠? 6000~7000만원이었다면서요?

◆ 안규호> 그것이 분양가가 보통 어지간하면 2~3억, 3~4억. 또 창고 같은 자리도 1억이 넘었습니다.

◇ 김현정> 애초에 7평을 6000~7000만원으로 계약서에 합의할 때 문자로 활자화했다든지 그런 건 안 했어요?

◆ 안규호> 6000~7000만원이라는 건 문서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시에서 이주설명회를 많이 했어요. 각 단체에 다니면서요. 그때 ‘전용면적 7평으로 특별 분양해 주겠다’, ‘5만평 이상에다가 이주상가를 지어주겠다’ 그런 것만 확실한 문구가 있었죠.

◇ 김현정> 그랬군요. 그러니까 믿으셨네요. 워낙 말로 계속 설명을 했고, ‘설마 서울시가 우리한테 거짓말 하겠나?’ 하신 거예요.

◆ 안규호> 그렇죠. 확실하게 믿었죠.

 

 

◇ 김현정> 믿으신 거예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들어간 분들도 별로 없고, 또 방법이 없이 어디 다른 데 갈 곳이 없으니까 돈 모으고 긁어서 들어간 분들은 장사가 안 되는 상황이 된 거네요.

◆ 안규호> 네. 그래서 장사가 안 되니까 분양 받았는데 경매 당한 사람도 있습니다. 진짜 가슴 아픈 사람들 많았습니다.

◇ 김현정> 손님이 하루에 몇 명이나 들던가요?

◆ 안규호> 손님이 거의 없어요. 공칠 때는 며칠 공치다가도 어쩔 때는 몇 개 팔면 몇 개 팔아서 먹고 살고, 쓰고 그러죠.

◇ 김현정> 하루종일 손님이나 매상이 하나도 없는 날도 있어요?

◆ 안규호> 그렇죠. 매상 없는 날도 있고.

◇ 김현정> 그게 사장님 댁이 유독 힘든 거였습니까? 아니면 전반적으로 다 그랬다는 건가요?

◆ 안규호> 그러니까 몇 년 전에 진작 떠난 사람들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법원에서 철거를 해가는 거예요. 물건을요.

◇ 김현정> 마치 집에 빨간딱지 붙이듯이… 그런 상황까지 되셨네요. 이렇게 정말 선생님보다 더 힘든 분도 계세요? 더 힘든 생활고를 겪고 계시는 분들도 계신가요?

◆ 안규호> 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죠. 지금 청계천에 다시 돌아가서 노점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 김현정> 그런 분도 계시고…

◆ 안규호> 서울시에서 약속한 게 있으니까 기대를 걸고 왔던 사람들이 여기에서 거의 다 죽어나갔죠. 다 거지되어서 나갔고요. 막노동판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일용직이나 그런 걸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분들 다 청계천 계실 때는 장사 잘하시던 분들이세요?

◆ 안규호> 그렇죠.

◇ 김현정> 제가 이걸 왜 여쭙는 거냐면 혹시 ‘그냥 장사를 잘 못해서 이분들이 파산한 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청취자가 계실지도 모르겠어서 제가 여쭙습니다.

◆ 안규호> 그 분야는 사실은 저희가 영세상인들이기 때문에 서울시에다가 요청을 많이 했어요. ‘컨설팅을 좀 해달라. 공실을 막아주세요, 메워주세요.’라고. 그래야 장사가 되지 그렇게 비어 있어서는 어려우니까요. 서울시에다 공문도 넣었고요.

◇ 김현정> 그런데 답은 어떻게 옵니까?

◆ 안규호> 뭐 아무리 소리치고 매달려봤자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이지 성의 있는 답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돈벌이를 못해요, 집사람이 몸이 아파서.

◇ 김현정> 그런 상황인데. 심정이 어떠세요?

◆ 안규호> 심정이 허탈하죠. 애당초 약속한 대로 이행을 안 해 주는데 그걸 이행해 달라고 그렇게 매달렸지만 돌아오는 건 업무방해죄밖에 없었고. 어른들이 한 약속은 꼭 지키는 걸로 알고 있었고, 학교 다닐 때 거짓말 하지 말고 착한 사람되고 훌륭한 사람되라고 그렇게 가르치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럼요, 그럼요.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는데 돌아오는 건 이런 상황이라니 참 가슴이 답답하다는 말씀이신데요. 가끔 청계천 가보실 때 있으세요, 요즘도?

◆ 안규호> 가끔 갑니다.

◇ 김현정> 가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안규호> ‘이게 내 운명인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애당초 청계천 상인을 주려고 한 게 아니고 대기업 위주로 넘겨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많이 들어요.

◇ 김현정> 청계천 장사하던 그 많은 분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 걸까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픕니다. 힘내시고요. 저희가 잊지 않고 계속 관심 갖겠습니다.

◆ 안규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어려운 인터뷰 고맙습니다.

◆ 안규호> 네,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뉴스의 그 후를 살펴보는 ‘AS뉴스’ 오늘 10년 전, 청계천을 떠났던 상인들, 그분들의 오늘을 짚어봤습니다. 청계천 상인이었던 안규호 씨였습니다.

 

 

 

노컷뉴스   201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