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궁전’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 시그니엘 레지던스. 123층 555m 건물의 44~70층을 차지하고 있는 전용 133~829㎡(60~300평형) 223실이다. 2017년 2월 준공했다. 오피스텔이지만, 주거용으로 사실상 주택이나 마찬가지다.
롯데월드타워 오피스텔 왜 살까
1년치 매출액 맞먹는 통큰 매입도
명품 부동산 확보 큰손 투자 많아
바이어 접대나 세금 우회용도
생화를 재배하는 지방 중소 농업회사가 지난해 188㎡를 50억원에 매입했다.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샀다. 나이스신용정보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8년 매출액이 50억원에 좀 못 미치고 영업이익이 2억원 선이다. 대전에서 정수기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 249㎡를 사는 데 2019년 영업이익의 10배에 가까운 81억원을 들였다.
지방에 있는 전자 관련 중견기업이 2018년 상반기 두 달 새 같은 층에 나란히 있는 232~248㎡ 4실을 대출 없이 총 290억원에 사는 등 수백억원을 들여 여러 실을 산 기업도 적지 않다. 의약품·의료용품 도소매를 하는 경기도 중소기업은 2017년 244㎡를 89억원에 매입해 지난해 다른 법인에 115억원에 판 적이 있다. 미국·일본 등의 해외 법인도 눈에 띈다.
법인들이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꽂힌 이유가 뭘까. 업계는 3가지 정도의 이유를 꼽는다. 우선 명품 부동산 욕심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입지 여건·규모·희소성 등에서 더는 나오기 힘든 상품이다. 모 대기업 오너가 본인 명의로 150억원짜리 2개 실을 매수한 이유도 같은 이유로 업계는 본다.
가격이 오르면 투자가치도 덤으로 기대할 수 있다. 2년 만에 20여억원을 번 업체도 있지만 지금은 시그니엘 레지던스 투자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올해 기준시가가 지난해보다 5%가량 내렸다. 몸값을 그만큼 낮춰 평가한 셈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준공 3년이 지나도록 미분양이 많은 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 숙박용이나 연회 등으로 활용하기에 이만한 데가 어디 있겠느냐”며 “어느 호텔 스위트룸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등을 피하기 위한 ‘우회’ 매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주 등이 직접 매입하면 대출·세금 등의 문제가 있어 법인 이름으로 사고 실제로는 개인용으로 쓴다는 것이다. 자금을 묻어두는 효과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회삿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매입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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