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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서글픈 歷史

촛불문화재, 광화문 밤샘시위

[밤 꼬박 밝힌 촛불문화제 현장]



곧이어 경찰 방송차의 방송이 다시 시작됐다. “즉시 해산하시오. 곧 살수할 예정이다” 시민들은 그러나 자리를 뜨지 않고 “독재타도”, 평화 시위 보장하라“를 외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경찰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새벽이 깊어가며 약 오백여명 정도로 줄어든 시위대는 순식간에 경찰에 포위됐다.

새벽 다섯시가 넘자 낡이 밝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광화문우체국 앞 1차선 도로 점거를 풀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들이 스크럼을 짠 시민들을 향해 방패를 휘두르며 대열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수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 시민이 피가 잔뜩 묻은 옷을 입은 채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이 목격됐고, 스크럼을 짜던 시민이 경찰의 방패에 찍혀 왼쪽 팔꿈치에 타박상을 입는 모습도 목격됐다. 시민들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고 말하는 8박자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지만 갈수록 경찰에 포위돼갔다.




인터넷 생중계 보고 시민들 새벽 잇단 동참

전경 강제연행, 부상 속출…오후 거리행진 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서울 도심에서 17번째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담화에도 시민들의 분노는 오히려 극에 달했다.

시민들은 작정한 듯 "고시를 철회하고 미국과 재협상할 때까지 밤샘 촛불집회를 벌이자"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주최쪽이 집회 끝을 선언한 뒤에도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청와대로 진출을 시도했다. 성난 일부 시민들은 "독재 타도"를 외치기도 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평화롭던 촛불 문화제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현장] 17번째 촛불문화제…밤샘 시위 경찰과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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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철회·평화 시위 보장"…시민들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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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든 시민들은 밤 10시께 교보문고 옆 8차선 도로을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평화롭게 진행되던 촛불 문화제가 처음으로 도로 점거 시위로 급변했다.

새벽 4시께에는 경찰이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물을 뿌리고, 방패를 휘두르며 강제 연행을 시도했다. 일부 시민들은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고,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여성 시위대를 포함해 37명을 연행했다. 경찰에 밀린 시민들은 청계광장으로 복귀해 "평화시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는 아침까지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경찰의 강제 진압 소식을 접하고, 급히 시위 현장으로 달려와 "지금이 5공화국도 아닌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촛불문화제 주최 쪽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5일 오후 1시 서울 경찰청 앞에서 '강제연행 과잉진압 규탄' 기자화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주권수호시민연대도 오후 2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생존권 수호를 위한 국민 평화행진'을 벌이기로 했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촛불문화제가 한달째 접어들면서 경찰과 충돌하고, 거리 시위로 성격이 변하면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아래는 촛불 문화제가 14시간째 접어든 25일 아침 9시 청계천 주변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현장 8신: 25일 오전 9시] 강제 진압 놀란 시민들 망연자실

25일 오전 7시. "난 안찍었는데…흑흑흑."
이성희(31·부천시 중동)씨는 한국 수출보험공사 건물 앞에 주저 앉아 울고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허탈한 듯 '대통령 이명박'을 원망하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남자 동료도 눈이 빨개진 채 앉아 있었다. 이들은 지난 새벽 시민들을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을 본 후 많이 놀란 듯 했다. 이씨는 "평화 집회를 하던 시민들이 연행돼 가는 모습을 보며 마치 우리 사회가 5공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울먹였다.

"평화집회에 연행이라니…5공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이씨 옆에 있던 박참범(31·부천시 중동)씨가 대신 말을 이었다. 그는 "평화 집회를 하던 시민들에게 살수차 물을 뿌리고 열댓명의 전투경찰이 시민들의 사지를 붙들고 억지로 끌고 갔다"며 분개했다.

망연자실한 채 주저 앉아 있는 시민들 옆에선 또 다른 시민들이 마이크를 잡고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광화문 우체국과 한국수출보험공사 건물 사이 인도에 둘러 앉아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다. 아침이 밝아오자, 집에서 인터넷 생중계로 시위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합류해 시위대를 격려했다.

양안나(20·구리시 인창동)씨는 "인터넷으로 중계를 보는데 경찰이 시민들에게 물을 뿌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방송이 끊겼다" 며 "시민들이 걱정돼 수건을 준비해왔는데 다행히 많이 젖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안도했다.

최아무개(29·구리시 수택동)씨는 "언론에서 25일 새벽 내내 계속된 시위를 제대로 보도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방송국에서 우리 시위 장면을 카메라로 담아가더니 보도를 안해준다"고 안타까워 했다.

7시30분 경찰 2차 진압

7시 30분께 경찰이 인도에서 집회를 계속 하던 삼백여명의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다시 진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의 시민이 경찰에 머리를 붙잡히고 몸은 바닥에 끌린 채 연행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허승우(20·서울시 상계동)씨는 다시 시위대에 합류해 연행 과정을 증언했다. 허씨는 "경찰에 붙들려 가다 내가 넘어졌는데 날 일으켜 세우기는커녕 옆에 있던 전경들이 날 발로 마구 찼다" 며 "버스에 올라선 후엔 날 지키던 세명의 전경들은 욕을 하며 날 비난했다" 고 주장했다. 반바지를 입어 살갖이 그대로 드러난 허씨의 무릎은 온통 바닥에 긁힌 듯 빨갛게 상처가 나있었다. 그는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경찰들에게서 살기까지 느껴져 너무 무서웠다"고 말을 이었다.

청계천으로 자리 옮겨…인터넷 중계 보고 시민들 달려와

시민들은 24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가 12시간을 넘기자 부쩍 지친 기색을 보였다. 시민들도 날을 새가며 집회가 계속될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하지만 "곧 원정 오는 시민들이 올테니 조금만 더 이곳을 지키자" 며 서로를 독려했다. 어떤 시민은 자비로 수십줄의 깁밥을 사와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오전 8시30분. 시민들은 청계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경찰의 계속되는 연행 시도에 지친 시민들은 "안전을 확보하는 게 우선" 이라며 "청계광장에 기다리며 지원 오는 시민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어떤 시민들은 "새벽부터 지켜온 광화문 우체국 앞 인도에서 시위를 계속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은진(31·서울시 신림 6동)씨는 "인터넷에서 시민들이 고립됐다는 뉴스를 보고 새벽 6시에 택시 타고 왔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다른 시민들이 도와주러 올텐데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씨는 아쉬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오전 9시 청계광장…시민 8백여명 14시간 철야 집회
"한달간 평화시위, 시민들 결국 폭발"


9시를 넘기자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의 숫자는 다소 늘어 현재 청계광장엔 8백여명의 시민들이 24일 시작된 집회를 14시간 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집회에 시민들이 즉시 나와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한 시도를 멈춘 상태다.
시민들은 24일과 25일에 걸쳐 새로운 형태의 시위문화를 만들었다. 밤새 시위를 계속하는 '끝장시위' 문화를 만들었고,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집에서 쉬고 있던 시민들을 집회공간으로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하고 있던 이병일(25·서울시 봉천동)씨는 "한달동안 평화적 시위를 해왔지만 바뀌는 게 없어 결국 시민들이 분노했고 이런 날샘 끝장 시위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글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사진·영상 이규호 피디 pd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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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8.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