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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서글픈 歷史

‘미친소 못먹어’ 청계광장 물들인 촛불

 

            [현장] 청계광장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 2만명 운집

 

   
▲ 네티즌이 중심이 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문화제에는 연인원 2만여명이 몰렸다. 2만여개의 촛불이 이날 광화문을 환하게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 이후 이같은 인파는 처음이다. 60여만명에 육박하는 온라인 상의 '대통령 탄핵' 서명이 오프라인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현장에서는 '조중동' 성토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저녁 8시 40분부터 집회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준비한 방송차량이 있는 파이낸스 센터 앞 광장, 청계광장, 프레스 센터 앞 크게 세 군데로 나뉘어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단연 눈에 띈 곳은 청계광장 동아일보 앞. '광우병 쇠고기'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광화문 한복판에 위치한 <동아> <조선> 양대 신문사로 표출됐다.

"탄핵", "너나먹어 미친소"를 외치던 시민들은 일제히 소라공원 바로 왼편에 위치한 <동아일보> 본사 건물로 몸을 돌렸고 일제히 "우~"하며 야유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동아일보 불꺼라", "너네가 신문이냐"를 연달아 외치며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을 비판하자 일부 <동아일보> 직원들은 창밖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러자 2만여명의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고, 이번에는 "동아일보 쓰레기"를 외치며 언성을 높였다.

가족들과 함께 청계광장에 나온 권오일(46)씨는 "자기 신문사의 성향에 따라 사안을 놓고 달리 해석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는 정말 분통이 터진다"며 "쇠고기 문제도 지난 정권 때는 그렇게 안 된다고 외치던 신문들이 이제는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권씨는 "<동아>의 보도는 국민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을 대변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 언론보다도 더 미국편을 드는 신문이 우리 언론의 대표라는 것이 정말 개탄스럽다"고 한탄했다.

   
▲ 네티즌이 중심이 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동아일보 앞에서 "동아일보 쓰레기"를 외치던 김당(31)씨도 "내용을 보셨으면 다 알지 않느냐"며 "여론을 대변해야 할 거대 언론들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동아일보> 오른쪽 길 건너편에 있는 <조선일보>에 까지 이어졌다. 몸을 <조선일보> 본사 쪽으로 틀은 시민들은 "각성하라 조중동"을 연달아 외치며 보수 언론의 보도태도를 맹비난했다.

애국가 제창, 8박자 구호 외치고... 한 바탕 축제의 장으로 마무리

프레스 센터 앞은 파이낸스 센터 광장, 청계광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집회참가자들은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방침을 규탄했다.

자신을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청년은 집회 참가자들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특별법을 제정하라", "미친 쇠고기 막아내자", "대한민국을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도 입을 모아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청년이 자신의 자리으로 돌아가자 집회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애국가를 제창하며 촛불 파도를 만들어냈다. 앞자리에 앉은 대학교 3학년 김수영씨는 "여기는 사람들의 목소리나 노래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좀 섭섭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간간히 구호를 외치거나 애국가를 부르면서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청계광장에서는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문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미친소닷컴'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이명박 탄핵"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지난 4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학교자율화' 반대 촛불문화제를 주최했던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미친소를 몰아내자", "청소년이 앞장서자" 등 8박자 구호를 외치며 즐겁게 자신들만의 집회를 진행했다.

여기에 참석한 중3 이윤승 학생은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를 다 죽이려고 한다"며 "우열반, 0교시로 우리를 말려죽이려고 하고, 광우병 쇠고기 먹여 죽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도 별 일 없다면 꼭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며 "오늘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대학생 신 아무개(23)씨는 "중·고등학생들이 요즘 대학생보다 정치나 사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부끄럽다"며 "친구들과 같이 긴가 민가하면서 왔는데 너무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고 고백했다. 그 역시 내일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밤 9시 40분 경부터 시작된 집회 주최 측 자원봉사자들의 해산 안내와 함께 2만명으로 늘어난 집회참가자는 하나 둘씩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미FTA반대범국본은 <동아일보> 정문 앞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참가자로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서명을 받으며 3일 저녁 7시 광우병 쇠고기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2일 밤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여에 걸쳐 촛불문화제를 동영상으로 생중계 했다. 이 동영상 창에 붙은 댓글만 3만여개에 육박할 정도로 네티즌들이 뜨거운 관심을 표명했다.

   
▲ 네티즌이 중심이 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2008년 05월 03일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