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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부동산 값 올리려는 거지, 반등은 무슨..."


최근 몇몇 언론을 통해 부동산 가격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4일 오전 촬영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 선대식

 
"반등하긴. 언론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지. 다 아는 거 아니야?"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몇몇 언론이 제기하는 '부동산 바닥론'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급매물이 소화된 건 맞지만, 일부분일 뿐"이라며 "언론에서 성급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일부 언론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 정책 탓에 일부 급매물이 소화되고 호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또 최근 서울 강남3구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자, "집값 상승의 신호탄", "강남3구 봄날 오나" 등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3~4일 찾은 서울 강남과 강북 지역의 주요아파트 단지에서는 "언론만 호들갑"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안갯속 비포장 도로"


3일 오후 촬영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 선대식

3일 오후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상가의 A공인중개사무소 문을 열자 김형석(가명) 대표가 손님과 상담하고 있었다. 손님은 "102㎡(31평)형 가격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김 대표는 "8억 5천만원과 9억원 사이"라고 답했다.

손님

"좀 올랐다고 하던데…. 9억 원에 내놓으면 팔릴까요?" 김 대표

"9억 원엔 안 팔려요. 8억7천만 원 정도 내놓아 보세요." 손님

"매수자는 많습니까?" 김 대표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대화는 짧게 끝났다. 상담이 끝난 후, 김 대표는 기자에게 "문의전화나 상담건수는 늘었는데,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며 "투기지역 해제에 대한 기대심리는 약간 있지만, 급매물 말고는 팔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은마아파트 가격은 지난해에 비하면 1억 원 오르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7억5천만 원에 거래됐던 102㎡(31평)형은 12월 중순엔 8억 원까지 올랐고, 최근엔 거래가격이 8억5천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그는 '
강남 부동산 가격 바닥→반등' 주장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김 대표는 "은마아파트단지 4424세대 중에서 고작 5~10개 거래됐다, 일부 매수자의 선택일 뿐, 이를 '반등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언론에서 반등한다고 하니, 이 사람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 언론이 집값을 띄우고 있는 셈"이라며 "현재 부동산 시장은 안갯속 비포장도로와 비슷하다, 앞에서 국제 금융 사고가 났는데, 더 빨리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건설 불가능한 초고층 아파트..."큰 약발 없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 가격은 서울시가 발표한 초고층 아파트 단지 건설계획에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의 모습.
ⓒ 선대식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가 호재? 거래가 더 안 된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단지 내 B공인중개사무소 최성진(가명) 대표의 말이다. 그는 "서울시의 초고층 아파트 계획 발표 후,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렸다"며 "싼 매물이 있으면 사려했던 매수자들이 돌아섰다, 거래가 안 되고 있다, 앞으로 오를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시장을 바라보는 이러한 최 대표의 시각은 이 지역 공인중개사 중에서는 부정적인 쪽에 속했지만, "앞으로 큰 반등은 어렵다"는 주장은 보편적인 의견이었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의 조감도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C공인중개사무소 내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현석(가명) 대표는 "초고층 아파트 발표 이후 12억 원대였던 108㎡(32평)형 급매물이 팔렸다, 현재 시중의 급매물 가격은 13억 원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약발'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초고층 아파트 계획은 2003년부터 나온 얘기고, 여러 가지 규제로 당장 초고층 아파트 건설은 불가능하다"며 "현 분위기상 보합세가 유지될 뿐,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호가가 오르고 있는데, 부자들이 다 펀드 물린 상황에서 이렇게 오른 가격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호가 상승은 반짝 상승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집값 상승을 반기면서도 재건축 분담금 급증을 경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최순자(가명·59)씨는 "나중에 재건축할 때 돈이 많이 안 들어가게 적당히 올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 "우리도 급하게 사지 말라고 한다"


최근 몇몇 언론을 통해 부동산 가격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4일 오전 촬영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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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에 찾은 서울 강북 지역도 강남 지역의 영향을 받아 "집값이 바닥에 근접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몇 달간 거래가 없었던 이 지역 아파트는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시작됐다. 또한 역전세난이 사라지고, 전세가격도 오르고 있다. 공인중개사무소에 문의전화도 많아졌다.

도봉구 창동 주공아파트 인근의 김종필(가명) D공인중개사 대표는 "2008년 초 4억3천만 원까지 갔던 99㎡(30평)형이 몇 달 만에 3억5천만 원에 거래됐고, 전세의 경우 2억5천만 원에서 1억8천만 원까지 떨어진 165㎡(50평)형이 현재 2억 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닥은 맞지만, 반등과 연결시키는 건 무책임한 것으로 작은 불씨를 인위적으로 키우는 것"이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손님이 상담해오면 우리도 급하게 살 필요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앞으로 오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있는 상계동 역시 분위기는 창동과 비슷했다. 상계동 주공 3단지의 E공인중개사무소 윤경훈(가명) 대표는 "지금은 심리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무척 안 좋아 향후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집값 반등을 전한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주공아파트 79㎡(24평)형은 2억4천만원대와 2억6천만원대 매물이 있었는데, 현재 2억4천만원대가 팔리고, 2천6천만원대 매물만 남았다. 가격이 올랐다고 볼 수 없다. 또한, 2006년 1월 가격이 1억5천만원이었다. 2년 동안 크게 오른 것이다. 오를 이유도 없다."

 
 
오마이뉴스 200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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