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앵커마저 그만두라면 그만둘것, 소신은 안굽혀···왜 '다공영' 필요한지 우리가 답해야"
신경민(56)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4·29 재보선을 앞두고 나오고 있는 자신의 출마설에 대해 18일 "한국정치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나는 열심히 관찰자로 남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출마설 일축하며 정치권과 분명히 거리를 두겠음을 밝혔다.
신 앵커는 이날 아침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한 에서 이같이 밝힌 뒤 "'정치를 해야겠다, 정치판에 뛰어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소양도 그렇고, 현실정치와 맞지 않다. 나는 언론을 선택했고, 정치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경민 MBC <뉴스데스크> 앵커 단독인터뷰 "정치와 안맞아…언론인 '관찰자'로 남을 것"
신 앵커는 "향후 '퍼브릭 '(공적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정치는 아니다"라며 "지역구 초선의원으로 가서 민주당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야심만만한 사람도 못된다. 이 자리(뉴스 앵커)에 있는 게 더 낫다"고 거듭 확인했다.
신 앵커는 최근 사내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경영진의 앵커교체설과 관련해 "이 마저도 그만두라면 그만 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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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민 MBC <뉴스데스크> 앵커. 조현호 기자 ch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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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간이 끝나는 6월과 방문진
교체기인 8월 이후 MBC에 대해 신 앵커는 "MBC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는 숙제다. 정권의 압박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기 때문"이라며 "8월 이후 상황은 전혀 예측 불허다. 미디어법 논의가 끝나는 6월 상황은 현재의 구도로 갈 경우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앵커 그만두라면 그만 둘 것…소신 굽힌 적 한 번도 없어"
미디어법을 둘러싼 문제점에 대해 신 앵커는 "핵심은 언론의 문제이고, 방송공영성의 문제이며 역사 이해의 문제"라며 "결론이 어떻게 날 지에 따라 우리 사회 발전과정이 달라질 수 있기에 먹물의 한 사람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MBC 보도에 대해 신 앵커는 MBC 보도국을 '오케스트라'로 표현하면서 "MBC라는 오케스트라가 어떤 소리를 내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시절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6개월 만에 교체된 전영배 새 보도국장의 MBC 보도국에 대해선 "평가 중"이라며 "아마도 모든 MBC 구성원들이 평가 중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걸 전 국장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6월·8월 이후의 MBC 낙관적이지 않아…다공영 필요성의 근거를 우리가 제시해야"
MBC의 이후 역할에 대해 신 앵커는 "저널리즘의 본령인 권력비판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또한 현재 '다공영·1민영' 체제인데 '다공영'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야 한다. KBS가 할 수 없는 공영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MBC가 공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공영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우리 사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앵커는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해 "우리가 선택한 정부인 이상 어떻게 하겠느냐"면서도 "비판해서 고쳐나가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신 앵커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4·29재보선 전주 덕진 지역구 등과 관련해 출마 얘기가 나돈다.
"사실 올해 초 4·29 재보선이 무르익기 전에 (민주당의) 아는 몇 사람들이 (출마를 제안한다는) 전화를 몇 번 걸어왔다. 당시는 미디어법이 최대 현안이었다. 나는 '현직 앵커이고, 미디어법이 최대 현안인 상황인데다 MBC 내의 내 위치와 MBC의 위상도 있는데 정계진출을 논의하거나 생각해볼 시점도 시기도 전혀 아니다'라며 분명히 거절했다. 출마 제의의 근거는 단순히 고향이 전주라는 '우연' 뿐이었다. 미디어법의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하게 악화될 게 뻔했다. 또한 당시엔 정동영 문제가 첨예하게 나오지 않았다.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얘기가 없으리라고 예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잦아지질 않고 최근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 정치부 기자들의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내 입장도 그렇고 회사에도 불편할 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내 코멘트가 정치적 해석으로 받아들여질 우려도 있는 만큼 매우 부담스럽다. 나는 내 일을 충실히 할 뿐인데 계속 그런 해석을 줄 여지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지금 입장은 뭔가.
"더이상 이런 언급을 안해줬으면 좋겠다. 시기적으로도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미디어법으로 인한 언론지형 변화와 민주주의 훼손 우려 등의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이 일을 감당하기에도 허걱대고 있다."
-재보선 출마의향이 없다는 건가.
"(나의) 정계진출 얘기가 나온 것은 여러번 됐다. 나는 내 일을 정도에 맞게 열심히 하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여러번 정치권의 손짓이 있었지만 여러번 거절했다. 무엇보다 나는 정치적인 사람이 못된다. 우리 사회와 역사에서 정치만큼 큰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정치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나는 열심히 그에 대한 관찰자로 남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정치를 해야겠다, 정치판에 뛰어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소양에도 그렇고, 현실정치와 나는 맞지 않다. 나는 언론을 선택했고, 정치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침 언론상황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지금 가겠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다."
-나중에도 정계진출의 뜻은 없나.
"언론인 중에서도 정치현실에 직접 뛰어들어 소신을 펼치고 바꿔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탓하고 싶진 않다. 다만 정치영역에서 언론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고, 꼭 정치권에 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현실정치를 잘 할 사람이 있고, 못할 사람이 있다. 미래의 일은 모르는 것이고, 사람은 변할 수도 있지만 내겐 현실정치보다는 언론인이라는 이 자리가 중요하다."
-미래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릴 소지도 있는데.
"향후 '퍼브릭 서비스'(공적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정치는 아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교육(teaching)에 종사하고 싶은데 학위는 없다. 하지만 선거에 나가고 싶지 않다. 마음에 없는 얘길 해야하기 때문이다. 후배 언론인 양성을 위해 언론재단 같은 곳에서 봉사하고 싶은 생각 정도는 있다."
-2011년이 정년이기 때문에 이후 MBC 임원이 안될 경우 정계진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이 나오는 것같다.
"MBC 생활 38년을 하는 동안 다음 자리를 위해 내 소신을 굽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MBC 임원자리도 여러차례 제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소신을 굽혀야 하기 때문에 거절했다. 전임 최문순 사장이 그런 요구를 했다. 보도본부장을 맡아 이끌어달라는 제안이었지만 내 방향과 맞지 않을 것같아 수용하지 않았다. 그 전에도 각종 (요직으로 불리는) 출입처에 있거나 앵커를 하다가도 소신을 굽히지 않다가 여러차례 짤린(교체된) 적도 있었다."
-정계진출을 거부한 것이 소신과는 무관한가.
"내가 가서 정치권을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 지역구 초선의원으로 가서 민주당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야심만만한 사람도 못된다. 이 자리에 있는 게 더 낫다. 하지만 이 마저도 그만두라면 그만 둘 것이다."
-<뉴스데스크> 메인앵커를 하면서 클로징멘트를 문제삼거나 앵커를 그만두라고 했던 적도 있었나.
"내게 직접 그런 얘기를 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간접적으로 그런 의사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
-KBS가 새 사장이 들어온 뒤 뉴스와 프로그램 조직 모든 분야가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차례는 MBC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당장은 100일 간의 사회적 논의기간이 끝나는 6월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교체되는 8월 이후의 MBC를 어떻게 예상하나.
"MBC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는 숙제다. 정권의 압박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8월 이후 상황은 전혀 예측 불허다. 미디어법 논의가 끝나는 6월 상황은 현재의 구도로 갈 경우 비관적이다. 내외부 이 바뀔테고, 낙관적이지 않다. MBC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할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문제는 단순히 MBC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걸린 문제이다. 미디어는 선출된 권력도, 헌법에 규정된 기관도 아니다. 그저 '언론자유'라는 모호한 기본권만 언급돼있다. 그럼에도 언론은 우리 사회의 '피'에 해당된다. 인체의 순환기 중 피가 잘못되면 어떻게 될지는 짐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 핵심은 언론의 문제이고, 방송공영성의 문제이다. 인식의 차이이고, 역사 이해의 문제이다. 결론이 어떻게 날 지에 따라 우리 사회 발전과정이 달라질 수 있기에 먹물의 한 사람으로 걱정하고 있다."
-여권과 보수단체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고 있는 MBC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잘한 점도 있고, 잘못한 점도 있다. 보도는 한 두 사람이 아닌 일종의 오케스트라에 해당한다.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고 협업과 하모니 뿐 아니라 '코디'도 중요하다. 또한 지휘자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각 분야에서 여러 사람이 하다보니 잘하는 분야 못한 분야도 있다. MBC라는 오케스트라가 어떤 소리를 내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시절로 들어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방송법 개정안 등에 대한 보도 등 권력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보도에 애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미디어법을 찬성하는 사람의 논리에 대해 '경제논리' '일자리창출' '해외사례' 등의 주장이 허구라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지만 사회 여론을 환기한 측면도 있다. 다만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제대로 대응 못한 것도 있다."
-방통심의위의 미디어법 보도 중징계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법에 있는 기관이 법에 따라 결정했으니 있는대로 받아들이되 헌법의 원칙대로 '삼심제'의 권한을 활용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심은 물론이고, 대법원·헌법소원도 받아봐야 한다. '심의'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여러 사람의 눈에 드러난 계기가 된 사건이다."
-전영배 새 보도국장이 된지 열흘 남짓 됐는데 어떻게 할 것으로 예상하나.
"평가 중이다. 아마도 모든 MBC 구성원들이 평가중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걸 전 국장도 잘 알고 있지 않겠느냐."
-향후 보도를 포함해 MBC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
"저널리즘의 본령인 권력비판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현재 '다공영·1민영' 체제인데 '다공영'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야 한다. KBS가 할 수 없는 공영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MBC가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를 보도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내부 모습을 어떻게 바꿔갈지도 중요하다. 회사 경영 등을 가 주도한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노조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또한 회사의 공영성을 저해하는 것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방만한 경영은 없는가 등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의 보도도 다시 들여다 보고 리뷰할 필요도 있다. 그럼으로써 다공영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우리 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민영화의 문제점도 함께 말이다.
-소유구조의 문제는 어떻게 보나.
"영국의 BBC를 볼 때 지주회사인 BBC Board(BBC 이사회)는 우리나라로 치면 방문진이나 KBS 이사회에 해당한다. 이 곳은 정치권으로부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이 곳의 이사도 정치권의 추천을 받아 들어오지만 추천자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시민을 위한 정말 좋은 방송을 만들 사람을 뽑는다. 이런 방문진과 KBS 이사회을 가질 수 있도록 전 사회와 정치권이 달려들어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 생각도 논의도 없고, 타협도 없다.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계속 악순환의 구조로 가게 될 것이다."
-MBC가 그동안 권력과 자본에 비판적인 자세를 가져온 요인은 어디에 있나.
"그것은 일정한 물적 토대와 정부·정치권의 압력을 견뎌낼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걸 계속 보장받지 못한다면 과연 MBC도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낙관적이지 않다. 그것이 다공영이 필요한 이유이며, MBC 다운 보도를 할 수 있는 토대였다. 또한 정신적으로는 최근 얼마동안 비판과 저항의 역사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중요한 자산이다."
-물적 토대가 있어야만 권력비판을 할 수 있다는 건 역으로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권력비판을 할 수 없느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지 않느냐.
"물적 토대란 최소한의 물적 토대이다. 좋은 인재를 끌어모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최소한만 갖고는 모자란 면이 있다."
-이명박 정부 1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가 선택한 정부인 이상 어떻게 하겠느냐. 비판해서 고쳐나가도록 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양식과 양심의 규율에 따라야 한다. 이 정부는 우리의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10년간 '비판언론'을 자임하던 조중동의 현재 보도태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언론들이 자사의 유불리에 따라 사안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유리하면 쓰고 불리하면 안쓰는 것은 아주 우려스럽다. 잘못돼가고 있는데 이를 그냥 방치하고 있다. 대법관 재판 개입 사태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