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窓)/-. 아름다운 世上

MBC 신경민 앵커, 김미화씨 교체 검토 파문

보도본부장 “논의중”…기자협회 “당장 행동 시작할 것”
라디오진행 김미화씨도 교체검토…피디들 반발 성명
 


 
<문화방송> 경영진이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김미화씨의 교체를 추진하자 이 방송의 라디오 피디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가고, 기자들이 연가투쟁 등 집단행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전영배 문화방송 보도국장은 7일 오전 긴급 부장단 회의를 열어 “지금 상황에서 신경민 앵커가 우리가 택할 가장 적절한 앵커인지에 대해 내외부에서 이견이 있으니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보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8일 전했다. 송재종 보도본부장도 이날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신경민 앵커의 색깔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바꿔보는 게 어떻느냐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보도국 부장들은 8 대 6으로 교체 반대 의견이 앞서고, 1996년 이후 입사한 108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90% 이상이 교체를 반대하는 사안을 회사 쪽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방송 기자협회(회장 최혁재)는 8일 성명을 내어 “보도국장이 끝내 의지를 관철하려 한다면, 당장 행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화방송은 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 교체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서경주 라디오본부장은 8일 “오전 편성책임자회의에서 최근 경영 사정 악화로 본부별로 제작비를 15% 줄이라는 지시를 고려해 불가피하게 김씨를 포함한 외부 진행자들을 내부 인력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13일부터 새 진행자가 맡을 것”이라고 교체 시기까지 밝혔으나, 오후 늦게 “최종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13일로 예고됐던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 시기는 이날 오후 20일로 일주일 연기됐다.

 

이에 대해 90년 이후 입사한 24명의 라디오본부 평피디들은 성명을 내어 “시중에 떠도는 청와대-일부 경영진 야합설의 결과임을 차마 믿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영철 피디는 “회사내 프로그램 공헌도 3위, 시청률 10%, 높은 광고주 선호도 등 어느 면을 봐도 교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결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한 라디오 피디는 “정치적 외압이거나 일부 경영진의 정치적 거래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쪽은 그간 이 프로그램의 편파성 문제로 방통심의위에 지속적으로 심의신청을 해왔다.

 

성명을 낸 피디들은 이날 오후부터 집단 연차를 내는 방식으로 사실상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김미화씨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진 전달받은 게 아무것도 없다. 결정되면 나도 이야기할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늦게 엄기영 사장과 면담을 한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기를 꺾는 의사 결정은 문화방송을 자멸로 이끌 것이란 뜻을 사장에게 분명히 전달했다”며 “엄 사장이 ‘심사숙고하겠다. 10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해 결과를 기다리려 한다”고 말했다.

박창섭 이문영 기자 cool@hani.co.kr

 

한겨레  2009.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