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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 초청돼 27일 저녁 '성찰하는 진보'에 대해 특강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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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잘생겼고, 글도 잘 쓰고, 게다가 생각도 진보적이기까지…"
소개를 받는 조국(44) 서울대 법학부 교수의 얼굴에 약간의 붉은 기운이 돌았다. '엄친아'스런 본인 소개에 쑥스러워하던 그. 27일 저녁 7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 두 번째 초대 손님은 바로 조국 교수였다.
그는 부인하겠지만 사실 조 교수는 '엄친아'라는 말이 세상에 나오기 훨씬 전부터 그 자격을 완벽하게 갖춘 '원조 엄친아'였다.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줄곧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해 왔다.
2000년 이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내며 시민운동에 발을 내디뎠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의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엔 대중에게 호감을 주는 외모와 말솜씨 덕에 정치권으로부터 심심치 않게 '러브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조 교수는 언론 매체에 활발하게 칼럼을 쓰는 한편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2001년), <성찰하는 진보>(2008년), <보노보 찬가>(2009년) 등 사회적 의제에 대한 진보적 시각을 담은 책들도 꾸준히 세상에 내놨다.
이날 강연에서 조 교수는 '성찰하는 진보, 다시 희망을 말하다'를 주제로 깊이 있는 분석을 들려줬다.
"MB 지지율 상승, 왜?... 진보도 밥 먹여줘야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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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 초청돼 27일 저녁 '성찰하는 진보'에 대해 특강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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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먼저 "성찰하지 않는 진보의 집권은 가능하지도 않고, 운이 좋아 집권하더라도 대중들이 실망해 다시는 진보진영에 표를 주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도 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는지 진보진영이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시쳇말로 이명박 정부가 또는 이명박 대통령 개인이 아무리 '닭짓'을 해도 정권이 진보진영으로 오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인권이,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고 하는 사람들에게 '밥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오답 대신 '진보가 밥을 먹여준다'는 답을 내놓아야 진보적 가치를 국민적 가치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장의 정치·거리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동력이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진보적 가치가 맞는지, 실현 가능한지를 따지는 '까다로운 소비자'를 진보진영이 설득하고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이명박 정부가 중도실용은 아니지만 그 프레임 자체는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중도실용이라고 먼저 선언하면 주위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비판을 해도 먼저 선언한 사람이 이기게 돼 있다. 그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이슈를) 선점한 사람의 승리로 흐르는 게 현대 정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구제 개편 문제도 진보개혁세력은 그 프레임을 따라잡는 데 그치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진보세력의 정치적 무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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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 초청돼 27일 저녁 '성찰하는 진보'에 대해 특강한 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 등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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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 등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개입해야 하지만 정치인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정치에 뛰어들려면 대중들 앞에서 완전히 발가벗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아니다, 학자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밖에 조 교수는 이날 이명박 정부의 중도강화론에 대한 비판, 민주연합론에 대한 생각, 진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청년 대학생부터 노년층까지 자리를 메운 150여 명의 청중들은 그의 강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져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조국 교수의 강연을 주제별로 재정리했다.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장례식 모드로 살 순 없다... 스톡홀름 신드롬 벗어나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중도강화론·중도실용주의를 들고 나왔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관용과 화합을 제시했습니다. 다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지금 중도의 이름하에 진행되고 있는 정책을 보세요. 부자들 세금 깎아주고 간접세 등을 통해서는 약자들의 세금을 올리고 있습니다. 복지 예산은 깎고 있죠. 입시문제에 있어서는 '친학원' 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있어요. 재래시장 가서 어묵 사먹는다고 해서 중도친서민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차라리 호텔에서 초호화 요리를 먹더라도 정책만 친서민적이었면 좋겠어요. 그런다면 이 대통령이 달팽이 요리를 먹든 무엇을 먹든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요즘 '효자동 개가 울어도 이명박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좌중 웃음) 그만큼 사람들이 짜증이 난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르고 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수백만 명이 조문을 하고 광장에 수십만 명이 모여서 마음속에 비석 두 개를 세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르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은 잘 이해가 안 가겠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함의는 무엇일까요? 시쳇말로 이명박 정부가 또는 이명박 대통령 개인이 아무리 '닭짓'을 해도 정권이 진보진영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올라간다고 해서 그다음에 진보진영이 집권하거나 진보적 가치가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계속 장례식 모드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들의 고통이 어디에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풀어야하는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서민대중들이 '스톡홀름 신드롬'에 사로잡혀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인질들이 오히려 경찰을 적대적으로 대하고 인질범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현상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적이지도 않고 중도실용적이지도 않지만 대중들은 자신들을 정말 구해줄 믿을 만한 존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지상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을 파멸의 길로 데리고 가는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을 믿고 투표하는 겁니다.
지난 총선에서 김근태-신지호 후보의 대결에서 신 후보가 승리했는데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신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느냐고 비난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런 비난은 지식인들의 오만입니다. 대중들은 투표소에서 김근태를 안 찍기로 선택한 것입니다. 그분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빚은 다 갚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진보진영이 사람들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잘못이 있습니다. 진보진영은 권력을 잡을 경우 어떻게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고 꿈을 실현해 줄 것인지, 대중들이 이해하고 믿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실패는 예정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MB 반대하면 다 모여라? 민주연합론의 실체
"현재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상황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네르바에게 적용됐던 법률은 40년 동안 적용된 적이 없었고 좌파 우파를 떠나서 법률가라면 유죄가 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 혐의도 아무리 봐도 형법상 배임의 고리가 없었죠.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 유죄라면 법원의 조정이 다 없어져야 하는 것인데 엄청난 혼란이 올 것입니다. 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는데 파시즘 체제였다면 유죄 판결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였다면 기소도 안 되는 사건이었죠.
과거 파시즘 정부 하에서는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웠습니다. 학생 시절에 시위하다가 관악경찰서에 끌려갔는데 경찰관에게 나에게는 묵비권이 있다고 하니 한 대 때리면서 '매를 벌어' 이러더군요.(좌중 웃음) 당시는 법이나 피의자의 권리를 이야기하면 더 때렸습니다. 지금은 주먹을 쓰지 않지만 법적인 절차를 밟아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무죄를 받을 줄 알면서도 기소를 함으로써 정치적·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도록 골탕을 먹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자며 민주연합론이 나온 모양입니다. 하지만 민주연합론은 생존의 프레임이지 승리의 프레임은 될 수 없습니다. 이명박 반대하는 사람 다 모이라는 것인데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모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이 없고 그냥 다 모이라는 겁니다."
"영웅호걸의 시대는 끝났다, '쫀쫀한 사람'들이 주역"
"'촛불 시위'는 정치적 한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밑으로부터 정권을 바꿔본 경험이 있기에 '촛불 시위'가 가능했던 겁니다. 그런 '광장의 정치', '거리의 정치'는 민주주의 동력이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회가 바뀌지 않습니다. 87년 전에는 광장의 정치만으로도 사회를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영웅호걸'의 시대는 갔습니다. 쫀쫀한 사람들, 다시 말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시대가 왔습니다. 예전 민주화 운동을 할 때는 영웅호걸이 외치면 사람들은 목숨 걸고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은 쫀쫀하게 까다롭게 따집니다. 진보적 가치, 정책에 대해 그것이 맞는지, 현실성이 있는지, 예산은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 끊임없이 묻습니다. 그렇다고 쫀쫀하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까다로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진보적 가치가 국민적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상품이 아무리 좋다고 외쳐도 사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의 가치를 말하는 사람이 꼭 피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왕년에', '내가 학생일 때 이랬어'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현재를 삽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너무나 냉정해서 필요한 과제를 성취하고 밀고 나가면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미래를 향해 나아갈 뿐이죠. 제 수업을 듣는 대학교 1~3학년생들 5·16, 5·17, 5·18, 6·10 항쟁을 역사적 순서대로 말해보라고 어느 게 먼저인지 잘 모릅니다. 학생들에게는 과거보다 현재 '왜 88만 원밖에 못 받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진보는 자기편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가지고 있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성찰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민주대연합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하자는 것에 찬성하지만 핵심은 민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자리의 문제, 교육의 문제 주거의 문제 세 가지를 풀어내야 합니다."
진보의 잃어버린 10년 올수도... 그래도 멋지게 잽 날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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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 초청돼 27일 저녁 '성찰하는 진보'에 대해 특강한 뒤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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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밥 먹여주냐, 민주주의가, 진보가 밥 먹여주냐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진보진영의 답은 '밥보다 중요한 게 있다'였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이것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답입니다. 진보가 밥을 먹여준다고 답을 해야 합니다. 진보는 어떻게 밥을 만들고 나누는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는 대중들에게는 큰 틀에서 한번은 해결된 문제입니다. 후퇴하고 있지만 정치적 민주주의가 관철되고 있고 선거제도가 유지되고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의 고통의 중심은 이 문제가 아니라 밥의 문제가 중심입니다. 젊은 층은 졸업해서 어떻게 정규직 일자리를 잡을까가 최대 고민입니다. 지식인들이 이들에게 사회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토익만 공부한다고 하면 당신은 정규직이니까 그런 이야기 한다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입니다. 또 과거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민주화 인사들 이제 다 보상받지 않았느냐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진보진영이 성찰하지 않고 이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습니다.
두 번째 연대의 문제가 남습니다. 진보는 집권여당 시절에도 소수파였습니다. 지금은 실권한 소수파가 됐는데 과연 연대 없이 다시 집권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보수와의 연대를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 인터뷰>에서 '못난 사람들끼리 연대하자'고 했는데 공감합니다.
지금까지는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진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섹시한 사람,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최소한 주위 사람들에게 저 사람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사람은 맘에 든다는 이야기는 들어야죠. 그래야 진보적 가치를 국민적 가치로 바꾸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2012년 진보진영이 패배할 수도, 승리할 수도 있습니다. 진보의 잃어버린 10년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더라도 멋지게 싸워보고 져야지 관객들도 다음 게임을 기대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고 '잽' 한방에 날아 간다면 완전히 관심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진보진영은 성찰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집권하기 힘듭니다. 그러지 않았는데 운이 좋아서 권력을 잡는다면 더 문제입니다. 대중들이 진보진영에 실망해서 절대 다시는 표를 주지 않는다고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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