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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서글픈 歷史

"선생님도 이명박 뽑았어요?"

[퍼온글]

 

오늘 학교에 가니 아이들이 대선 이야기로 난리더군요.

6학년이다 보니 정치에 관심도 있고 자기 주장도 강해서인지

어제의 결과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있지만 강하게 반발하는 아이들이 많더라구요.

뭐, 목소리 큰 아이들 말만 들리는 법이니 우리반 아이들 모두의 의견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이명박씨의 당선에 대해 불만이 많았어요.

 

"어제 이명박 된 거 진짜 웃긴다. 이건 사기다~"

"이번 대통령 무효다!!!"

"난 이명박 안 뽑았다."

"야, 어차피 우리는 투표 못 하잖아."

"그래도~ 마음속으로 찍는 게 있잖아. 나는 절대 이명박 안 뽑았다. "

 

자기들끼리 한참을 이야기하다 저에게로 우르르 몰려 오더군요.

"선생님, 어떻게 거짓말쟁이 사기꾼이 대통령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아빠 진짜 웃겨요. 내가 거짓말 하는 거는 막 뭐라고 하면서 아빠는 이명박 뽑고 어제 당선돼서 좋대요."

"선생님도 이명박 뽑았어요??"

누군가 선생님도 이명박 뽑았냐고 묻자마자 아이들이 정말 불만에 가득 찬 눈으로 저를 쳐다보길래

저는 애매하게 웃으면서 "비밀투표 모르니? 누구 찍었는지는 말 안 해 줘~!"라고 했답니다.

 

저는 사실 초등학생이 알면 뭘 알까 싶기도 했고

보통 부모님이 좋아하고 지지하는 후보를 덩달아 좋아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반 아이들, 평소에 정직과 신뢰와 착한 마음을 가지라고 훈계하던 부모님이

자기들 생각에 거짓말쟁이 사기꾼인 사람을 뽑았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났더라구요.

평소에도 6학년 답지 않게 사회 시간에 눈이 말똥말똥 하긴 했지만..ㅎㅎ

애들이 부모님한테 실망한 것 같아서

"너희 부모님들은 이명박이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셨으니 그런거야."

라고 말했는데 곧바로 "샘 실망이에요. 선생님도 이명박 뽑았죠?라고 하더라구요..ㅜㅜ

 

'아니, 이것들이 나를 뭘로 보고!' 싶었으나(ㅎㅎ)

 "선생님은 선생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 표를 던졌다. 그리고 너희들에게도 부끄럽고 미안하지 않은 선택을 했다."

라고만 했어요. 알아 들은 애들은 알아 듣고 자리로 가고 무슨 말인가 싶은 애들은 계속 제 옆에서

왜 이명박은 안되는가를 일장연설을 하더라구요..^^

 

꼭 저처럼 이명박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애들도 벌써 가치판단의 기준이 섰고, 후보자들의 공약에 따라서 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을 갖췄다는 게 참 기쁘고 대견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어른들보다는 윤리의식과 도덕의식이 살아 있다는 것도 좋구요.

이 애들이 커서 투표를 할 때 쯤에는 지금과는 훨씬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 것 같아요..^^

그 희망으로 5년(과연 5년으로 끝이 날까 싶습니다만..;;;)을 버텨야지요~!

물론 그 5년이 지나가면 저의 20대도 끝난다는 사실...흑..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