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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혼란한 世上

[스크랩] 퇴출 재벌총수 ‘MB 믿고 컴백?’

김우중·최순영·최원석 전 회장 ‘비즈니스 프렌들리’ 편승 재기 움직임

MB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분위기를 타고 IMF 외환위기 이후 사라졌던 구 기업인들의 컴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형을 받은 총수들.

“DJ정권 실세들이 굶주린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20조 원짜리 회사를 뜯어먹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장한 말이다. 최 전 회장은 자신이 선거자금을 내지 않는 등 정권에 밉보인 탓에 회사가 공중분해됐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다시 찾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된 이후 사실상 명예회복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도 주목된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서관 19층 중식당에서 옛 ‘대우맨’들을 대거 초청해 만찬을 했다. 윤영석 전 대우그룹 총괄회장 등 핵심 대우맨 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을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재기 움직임이 아니냐”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그룹 해체 이후 10년 만의 회동인 데다 3월 말 창립 42주년 기념행사도 예정돼 있어 나오는 전망이다.

재판 과정에서 신병 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카자흐스탄으로 도피,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도 현지에서 광산 개발을 통해 기업가로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외적인 일로 더 입에 오르내리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도 최근 몇 년간 동아건설 대표이사로 컴백을 줄기차게 시도한 바 있다. 최 전 회장은 현재 학교법인 공산학원의 이사장으로 있다.

‘이 대통령의 동업자 봐주기’ 비판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퇴출됐던 재벌 총수들의 재기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싸늘하다. 퇴출 총수들의 복귀에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이라는 배경이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이 노무현 정권 말기 사면된 데 이어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8·15특사에는 최순영·최원석 전 회장이 포함됐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은 1574억 원의 추징금을 거의 납부하지 않았는데도 사면받았고,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은 1995년과 1997년 두 차례나 사면받고도 또 범죄를 저지르는 등 전혀 반성의 빛이 없는데도 또 다시 사면됐다.

명분은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국민 화합’이었지만 이에 수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선언한 이명박 대통령의 동업자 봐주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문제는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부실 경영과 사기대출 등으로 국가 경제를 나락의 위기에 몰아넣었던 인사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것. 우리 사회의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여전히 수조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다 내놓지도 못한 ‘범죄자’들이 컴백하는 데에 대한 우려가 강하다.

외환위기로 30대 대기업 중 17개가 무너질 만큼 혹독한 과정의 정점엔 대우그룹이 있다. 1996년 말 자산 규모 35조4660억 원에 달했던 대우그룹은 1999년 7월 19일 서울 남대문 대우센터에서 구조조정을 발표한 이후 뿔뿔이 흩어져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시가총액 5위를 달리던 대우중공업은 대우종합기계와 대우조선해양으로 조각났고, 이후 대우종합기계마저 두산중공업에 매각됐다. 대우차는 제너럴모터스(GM)에, 대우건설은 금호그룹의 손에 넘어갔다.

당시 김 전 회장은 41조 원대의 분식회계와 이를 통한 10조 원대의 불법 대출, 재산 은닉 혐의로 외국을 떠돌며 낭인 생활을 했다. 5년 8개월간 해외 낭인 생활 후 2005년 귀국했으나 곧바로 철창 신세. 이후 심장질환 등 건강 악화로 한 달여 만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지만,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 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 원,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고 이 형은 확정됐다.

이보다 조금 먼저 터진 것이 신동아그룹 사태다. 1999년 2월 외화 2억6000만 달러를 밀반출하고 계열사를 이용해 1조2000억 원을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그룹 총수인 최순영 회장이 법정 구속된 것. 이후 최 전 회장은 보석으로 불구속 상태 재판을 받았으나, 2005년 1월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후 다시 법정 구속됐다. 최 전 회장은 이와는 별개로 1997년 8월 면세지역인 영국령 케이먼군도에 역외펀드를 만들어 1억 달러를 유출한 뒤 이중 8000만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유용하는 한편, 대한생명의 회사자금 수백억 원을 신동아학원과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학원재단에 기부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막대한 추징금 한 푼도 안 내고 사면
이후 2006년 9월 지병 치료차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풀려난 최 전 회장에겐 현재 추징금 1574억 원이 확정된 상태다. 게다가 최 전 회장은 종합소득세 등 4개 항목의 세금 1073억 원을 내지 않아 국세청의 10억 원 이상 고액·상습체납자 부문 랭킹 2위에 올라 있다.

특히 최 전 회장의 사면에 대해 ‘특혜사면’ 논란이 적지 않다. 그는 5년째 사면 대상 후보에만 올랐지만 워낙 범죄 행위가 ‘범죄 종합백화점’ 성격이라 번번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외화 밀반출과 계열사 불법 대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과 함께 천문학적 추징금 납부 명령을 받았으나 아직 한 푼도 납부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의 사면은 그룹 총수들 사이에서 “버티면 된다”는 인식을 낳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법무부는 권노갑 전 의원의 경우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이 사면 대상에 들지 못한 한 원인이라고 설명해 사면의 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결국 그가 ‘족쇄’를 푼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교회 장로’ 덕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범죄자’ 총수의 사면복권과 복귀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하태훈 소장(고려대 법대 교수)은 “경제 살리기, 기업 프렌들리 차원에서 사면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이들은 국가 경제에 많은 어려움을 남긴 사람들”이라며 “마치 강력 범죄자가 다시 나와 활개를 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면법을 구체화해서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이들의 복귀 움직임을 ‘MB 영향’으로 보는 견해도 강하다. 경제 위기를 이유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하고, 관세청이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해당하는 관세 심사를 전면 유예하는 등 친기업을 천명한 이명박 정부의 노선에 따른 변화라는 시각이 그것으로, “MB가 제1환란의 주범들을 불러내고 있다”는 악평도 존재한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2009 03/17   위클리경향 8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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