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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삶)/-. 건강 & 레져

소변에 피섞여 나오면 방광암 검사부터...

환자 1만2000명…흡연 남성 주로 발병
여성 많이 걸리는 방광염은 10년새 5배
물 충분히 섭취하고 생식기 청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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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맞아 영국에서는 축제가 펼쳐졌지만 남편인 필립공(91)은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특히 10일은 자신의 91번째 생일이어서 영국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가 입원한 이유는 방광염 때문이다. 비바람 속에 2시간 넘게 선 자세로 수상퍼레이드를 참관한게 원인이었다. 방광염은 세균이 요도(소변이 나오는 길)에 침입해 발생한 감염으로 생기는 배뇨장애 질환이다.


방광염은 나이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사춘기 이후의 20~30대 젊은 여성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하며 가끔은 고통이 심해 응급실까지 실려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방광염을 앓게 되면 하루에도 수차례 요의(尿意)를 느낀다. 새벽에도 몇 차례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방광염은 요의를 느껴 화장실에 가도 소변이 나오지 않아 억지로 화장실에 앉아 있다 보면 하복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미국에서 제시된 통계에 의하면 여성 인구의 50% 이상은 일생에 한 번은 요로계(신장, 방광, 요도)에 염증이 생기며 그중 가장 흔하게 걸리는 병이 바로 방광염이다. 국내에서도 2010년 한 해 동안 5만5431명이 방광(비뇨 계통) 관련 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는 2000년 1만869명보다 5배나 늘어난 수치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 교수는 "여성 중 대다수가 방광염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방광염은 흔히 발생하는 질병 중 하나"라며 "여성에게 방광염이 흔한 것은 요도가 짧고 요도와 항문의 거리가 가까워 세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광은 소변 400~500㏄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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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은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근육기관으로 속이 빈 주머니와 같다. 남자는 직장 바로 앞에 있고 여성은 질 앞의 자궁 밑에 위치하고 있다. 방광에는 3개의 구멍이 있다. 두 개는 요관과 이어져 있고 나머지 한 개는 요도와 연결되어 있다. 방광은 정상 성인의 경우 400~500㏄ 정도까지 소변을 저장할 수 있지만 250㏄ 정도의 소변이 차게 되면 콩팥수용기가 감각신경의 흥분을 척수로 보낸다. 그 결과 운동신경이 척수로부터 흥분되어 방광이 수축하고 괄약근이 이완되어 소변을 보게 된다. 청소년과 성인은 뇌가 이러한 반사를 조절해 적절한 시기까지 배뇨(소변)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방광에서 외부로 연결된 작은 관이 요도다.


한양대병원 비뇨기과학교실 김용태 교수는 "요도는 여성이 약 4㎝로 남성에 비해 짧아 세균감염이 일어나기 쉽다"며 "이 때문에 방광염 환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의 요도는 성기가 이완되면 평균 약 20㎝에 달하며 전립선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여성의 요도는 생식계와 비뇨계가 연결돼 있지 않은 반면, 남성은 요도가 소변을 내보내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사정을 할 때에는 정자를 내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방광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방광염, 방광암, 방광결석, 방광결핵 등이 있다.

방광염은 급성 방광염과 만성 방광염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 방광염은 신체기관의 이상 없이 세균이 침입해 발생한 감염으로 원인균의 80% 이상이 대장균이다.

만성 방광염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방광의 염증 및 통증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만성 방광염의 원인은 세균, 신우신염, 당뇨병, 폐경기 여성 호르몬의 감소, 알레르기, 식생활 습관 등으로 다양하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조성태 교수는 "급성 방광염은 염증이 방광에만 국한돼 다른 장기에는 염증이 없는 질환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만성 방광염은 통상적으로 1년에 3회 이상 방광염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며 지속적인 또는 완치되지 않은 방광염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방광염은 젊은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대개는 3~4일 동안 경구항생제 복용으로 치료될 수 있다. 여성은 해부학적으로 요도가 짧고 장내 세균이 회음부와 질 입구에 쉽게 증식해 성생활이나 임신 시 세균이 용이하게 방광으로 감염될 수 있다.

50대 혈뇨 30%가 방광암 때문

방광암은 방광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60~7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 위험도가 3~4배 높다.

방광암은 흡연이 가장 위험한 원인이고 직업적으로 각종 화학약품에 노출되거나 커피, 진통제, 인공감미료, 감염, 결석, 방사선조사, 항암제 등도 발병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기과 김영호 교수는 "흡연은 하루 피우는 담배 개비 수 및 흡연기간이 방광암 발병 위험성과 비례관계에 있고 흡연을 시작한 연령이 어릴수록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방광암은 한 해 2550명의 환자가 발생해 남성 암 발병 순위 7위(2009년 기준)에 올라 있다. 여자도 653명의 방광암 환자가 발병하고 있다. 5년 암유병 환자(2005~9년)는 남성 9694명, 여성 2195명 등 총 1만1889명이다.

우리나라는 방광암 발병률이 10만명당 8.5명으로 미국 21.1명, 영국 11.7명에 비해 낮지만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방광암의 5년 생존율은 77.6%로 조기 발견할 경우 완치율이 높다.

방광암은 남성에게서 주로 발병하지만 방광염은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방광암의 주된 증상은 통증 없이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다. 방광암에 의해 소변길이 막혔을 경우(요관폐색) 측복부 통증, 하지부종이 발생할 수 있고 방광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골반에서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배재현 교수는 "50대 남성에게서 혈뇨가 나올 경우 30% 정도에서 방광암으로 진단되고 있기 때문에 혈뇨가 없어졌다고 정밀검사를 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방광염 치료와 예방은 어떻게

방광염은 주로 임상 증상과 요 검사에 의해 이뤄진다. 방광염은 특징적인 증상이 있거나 소변검사에서 고름뇨나 세균뇨가 나오는 경우에 진단된다.

따라서 방광염이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통해 확실한 원인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방광염 치료는 일차적으로 적절한 항생제의 사용이다. 급성 방광염은 주로 세균 감염으로 인한 경우가 많아 항생제로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완치가 되지 않으면 재발하기 쉽고 만성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있다.

을지대병원 비뇨기과 김대경 교수는 "급성 방광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만성화되도록 방치할 경우 방광의 정상적 기능을 조절하는 `방광신경`과 척추에 있는 `배뇨신경`에 병변이 발생해 만성적인 배뇨장애 및 방광 통증을 유발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성 방광염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우선 원인균을 알아낸 다음 항생제나 항균제를 투여하는데, 염증이 없어진 다음에도 며칠 동안 치료를 받아야 재발하지 않는다.

김대경 교수는 "방광염 치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항생제 내성균의 증가"라며 "방광염이 자주 재발해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자라 치료를 해도 병이 낫지 않고 계속 같은 균에 감염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초기에 철저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복용하지 않아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광염을 예방하려면 올바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평소 6~8잔 이상의 수분 섭취는 체내 세균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방광염의 예방에 도움을 준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환절기처럼 온도 변화가 클 때 방광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적당한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 한다.

배변이나 배뇨 후 회음부 및 항문 세척 시 앞에서 뒤로 세척하며 부부관계 전후에 생식기를 청결하게 하고 부부관계 직후에는 배뇨하는 습관을 갖는다. 소변을 너무 참는 것도 좋지 않다.

 

매일경제  201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