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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격전지가 된 가로수길, 득과 실

핫 플레이스 신사동 '가로수길'이 달라지고 있다.

신사역부터 시작해 총 700m의 짧은 거리인 가로수길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핫한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가로수길은 국내 디자이너의 쇼룸과 디자인 매장이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보세 매장과 감각적인 까페가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트렌디한 패션피플이 즐겨 찾는 곳, 서울의 '소호거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1~2년 사이에 가로수길은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해 현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은 매장과 소품, 한산했던 거리 풍경들은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자라, 포에버21, 에잇세컨즈 등 SPA브랜드부터 띠어리, 라코스테 등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대형 매장을 속속 오픈했으며 거리에는 일본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몰려 제대로 길을 걸을 수 없을 만큼 번화한 거리가 됐다.

트렌디한 가로수길에 패션업체와 글로벌 자본들이 모여들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가로수길에 모여드는 것일까?

지리적으로 가로수길은 트렌드가 가장 빠르다는 서울 강남에 위치해있다. 또한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까페, 편집숍들이 많아 돋보이기를 원하는 패션피플이 자주 찾는 곳이 됐다. 가로수길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간다는 상징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가로수길의 상징성은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체들을 움직였다. 패션피플에게 인정받는 감각적인 브랜드, 또한 유행에 민감한 이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한층 앞선 트렌드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들이 가로수길에 매장을 오픈하게 만들었다.

♦ 지금 가로수길은 365일 공사 중

 

 

가로수길을 걷다보면 공사 중인 곳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들어서만 2층 이상의 대형 매장이 약 10곳에 이를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로수길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대기업과 대형 프렌차이즈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2~3년 전에 디자이너 쇼룸, 편집숍이 의류매장과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숍들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프렌차이즈 커피숍들도 빠져나가고 SPA브랜드와 브랜드 플래그십숍과 같은 대형 매장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메인거리가 패션상권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올해 오픈한 매장을 살펴보면 커피빈이 있던 자리는 자라로, 네스카페 자리는 에잇세컨즈로, 1세대 가로수길 까페였던 불룸앤구떼는 라코스테로, 음식점 스쿨푸드가 있던 곳엔 스파이시칼라가 들어섰다. 이 밖에도 띠어리, 파슬, 스마일마켓 등 기본적으로 2층 이상을 사용하는 대형 매장이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이었던 메인 스트리트의 커피숍, 작은 보세 가게들은 매장을 이전하기 바쁘다. 거리 곳곳에는 매장 이전을 알리는 표지판들이 즐비할 정도.

가로수길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글로벌 자본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거품이 끼기 시작해 불관 2년 전보다 현재 임대료가 3배 이상 뛴 곳이 대부분이다.

어떻게든 가로수길에 매장을 열고 싶은 대기업들과 기존 소규모 세입자보다는 거액의 권리금과 임대료를 주는 대기업들을 더 선호하는 건물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같은 시기에 건물을 임대하더라도 가격이 다 다르다. 부르는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메인 매장은 물건이 없어 들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부동산 임대료도 2억 이하부터 6억원, 10억원인 곳도 있으며 월세 또한 4,000~6,000만원 이상인 매장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매장의 경우 1~2년전 만해도 800만원하던 월세가 3,0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할 정도. 메인 거리와 떨어져 있는 작은 매장일지라도 권리금 1~2억원 이상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기존의 세입자들을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1세대 편집숍인 플로우는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점 높아지는 임대료와 기존의 트렌디하던 고객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신진 디자이너들도 발길을 돌려 다른 곳에 쇼룸을 내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쫏겨난 그들이 택한 곳은 메인 거리 뒤편의 세로수길이나 이를 잇는 작은 골목길 등이다. 아직까지 세로수길은 음식점들이 많아 패션상권으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세로수길 옆 조그마한 골목길에 매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 패션 대기업과 SPA브랜드의 격전지로!

새로운 가로수길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들은 패션 대기업과 글로벌 SPA브랜드들이다.

SPA브랜드인 포에버21이 2011년 가로수길에 5층 건물로 매장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당시 업계에서는 “정말 잘 될까?”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트렌디한 상권에 저렴한 SPA브랜드가, 게다가 5층의 대형 매장은 매장 유지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것. 하지만 현재 가로수길점에는 포에버21 말고도 자라, 스파이시칼라, 에잇세컨즈, 마시모듀띠 등이 운영 중이며 앞으로 다른 SPA브랜드들도 입점을 위해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 수준의 SPA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 실제로 매출수준도 가로수길에서 SPA브랜드가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가로수길에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타깃층이 젊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LG패션, 제일모직,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가로수길에 매장을 내고 있다.

대기업 중 가장 먼저 가로수길에 둥지를 튼 것은 LG패션이다. 일찌감치 2009년도에 질스튜어트, TNGT과 편집숍 라움을 오픈하면서 자리를 잡았으며 최근에는 예전 미래희망산부인과 건물에 간이로 직수입 편집숍 칼라를 오픈했다. 

제일모직은 최근 매장 오픈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일모아울렛 이후 올 초 띠어리 플래그십숍을 오픈한데 이어 SPA브랜드 에잇세컨즈 1호점을 차례로 오픈했다.

에잇세컨즈 안선진 부장은 “가로수길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트렌디한 상징적인 지역이자, 새로운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곳이기 때문에 1호점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매장 오픈 이유를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8월에 디젤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오픈 위치는 예전 1세대 편집숍 플로우가 있던 건물로 4개층의 대형매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곳의 임대료만 해도 10억 정도로 월세만 4,000~5,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가로수길 매장, 실제 이름값 할까?


 


그렇다면 가로수길이 가진 상징성과 이름값만큼 장사는 잘 되는 것일까?

현재 가로수길에서 가장 잘 된다고 소문 난 곳은 에잇세컨즈와 포에버21 정도다. 에잇세컨즈의 경우 월평균 매출 11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월평균 방문 고객수는 13만명에 이른다. 안선진 부장은 “가로수길은 트렌드를 앞서나가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중시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에잇세컨즈의 상품, 가격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1~2층 매장을 운영하는 마리메꼬는 월평균 1억5,000만원 정도며 메인 거리에서 조금 벗어나 2층에 위치한 잡화 브랜드 라빠레뜨의 경우 월 4,000~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 오픈한 대형 매장의 경우 현재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가로수길은 브랜드 플래그십숍이 몰려있어 대형 매장인데다가 인테리어에도 많은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매출 수준으로도 부족하다는 것. 이는 매출로만 따져봤을 때는 오히려 적자를 내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브랜드 매장 주인은 “가로수길은 본래 소형 상권인데 너무 크게 활성화가 됐다. 때문에 대형 매장을 충족시킬만한 유동인구와 매출 파워가 적다. 플래그십숍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도 안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가로수길점은 매출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홍보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 때문에 당장의 매출보다는 잠재고객과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가로수길은 변화의 한 가운데 서있다. 과거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가로수길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어느 상권이든 활성화가 되면서 변화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가로수길이 다른 곳에 비해 독특하고 유니크한 장소였기 때문에 이번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가로수길만의 특색하나 없는 그저그런 거리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경닷컴  201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