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당동에 사는 가정주부 나명숙씨(35세)는 다가오는 10월이 무섭기만하다. 전세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 이사를 가야할지 집주인과 전세재계약을 해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2년 전 가지고 있는 돈에 맞는 전세주택을 얻기 위해 발품 팔며 간신히 구한 집이었다. 뉴타운편입 지역이라 동네가 낙후된데다 집도 30년이 훌쩍 넘은 터라 이사를 갈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남편과 상의 끝에 재계약을 하기로 하고 이사는 2년 뒤로 미뤘다. 이사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 맘때면 위 사례처럼 전세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실장은 "평년에 비해 전,월세시장 가격 변동 폭이 둔화됐고,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 2분기 인구이동률이 감소하는 등 이사계획보다는 종전 임대차에 눌러앉는 재계약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임차한 집의 매매가격 자체가 크게 하락하는가 하면 경매시장의 낙찰가율 80% 공식도 붕괴되고 있어 안전한 보증금반환이 위협받는 실정이기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재계약 전 계약형태가 변하는게 있는지, 살고 있는 집이 저당권이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지 등 꼼꼼히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개업소 임대차 계약서 대필시 수수료 선 협의 필요
임대차 재계약은 집주인과 세입자 동의만으로 효력이 발생하지만, 전세보증금의 조율과 권리관계의 불안감 때문에 중개업소 통해 임대차 재계약 대필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
중개업자와 임차계약서 대필료 등의 사전협의가 없다면, 중개행위의 경중에도 불구하고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중개업자가 재계약서만 단순 대필했다면 수수료부담이 작지만, 재계약서와 함께 공제증서를 첨부해 중개사고에 대한 리스크를 책임졌다면 법정중개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는 만큼 분쟁에 대비해 수수료에 대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요즘은 부동산정보업체 홈페이지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이트 등을 통해 전세와 관련된 계약서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으니, 저당권 등 권리관계 확인 후 집주인과 직접 재계약을 진행해도 무방할 것이다.
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전세금액이 주택가액의 70%를 넘으면 보증금반환 적신호
전세금을 올려 계약했을 때는 증액되는 전세금의 보호를 위해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제일 먼저 해당 주택의 권리변동이 있었는지 등기부등본을 열람해야 한다. 새로운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이 있을 경우 전세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기부등본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유료로 확인이 가능하다.
인상한 보증금에 대한 임대차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한 후 이를 가지고 추가로 확정일자를 받으면 인상한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도 추가로 발생한다. 이때 기존 계약서도 보관해야한다.
특히 선순위 저당권이나 대출 있는 전세물건을 재임차할 때, 선순위 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전세금액이 주택가액의 차지하는 비율을 보고 임차보증금 반환의 안정성을 체크해야한다. 최근 경매 낙찰율과 응찰자수, 주택낙찰가율이 저조한 상황이니, 이 비율이 주택가액의 60~70%를 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대출비중이 높은 집의 재계약이라면 보증금 미반환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 집주인에게 올려준 임차보증금 증액 분으로 선순위근저당권 채무 중 일부를 상환하거나 변제토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전세계약서에 특약을 별도 명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임대인이 근저당권말소의무나 또는 은행변제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의 반환 및 이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특약을 하면 좋고, 임대인과 임차인 함께 금융권(은행)을 방문하여 저당권 말소나 대출변제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원룸같이 구분등기가 안 되는 주택의 세입자는 집주인이 모든 세대를 공동담보로 대출을 받는데다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채권최고액을 등기부등본을 통해 알더라도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 몇 명으로부터 얼마의 임차보증금을 받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만약, 근저당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할 경우 통상 모든 세대에 대해 동시에 경매를 신청하게 되고, 경락대금 비율로 소액임차보증금의 배당도 확정일자가 늦을 경우 힘들어질 수 있으니 원룸과 다가구주택 등은 전·월세 재계약시 이런 부분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월세부분만 증액하여 재계약하는 보증부월세 형태
저금리추세와 수익형부동산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세에서 보증부월세 형태로 재계약하는 유형이 많아지고 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임차보증금 증액을 월세형태로 올려달라고 한다면,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인 월세이율(이자율 %)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월세이율은 {월세가격/(전세금-월세보증금)} ×100]으로 계산되는데, 최근 수도권 위주로 월세이율이 낮아지는 추세고, 아파트유형은 다세대 및 오피스텔보다 평균 월세이율이 낮은 편이니, 집주인과 보증부월세 계약 시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종전 전세보증금은 변동 없이 월세액만 인상된 경우 처음 확정일자를 받은 계약서를 보관하고 있다면 기존의 확정일자로 하여 우선변제권을 보호 받을 수 있으므로, 새로 작성한 전·월세 계약서에 확정일자는 추가로 받지 않아도 된다.
묵시적 갱신 등, 임대차계약 만료 전 사전준비
집주인과 세입자는 각각 임대차 계약종료 1개월 전에 전세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집주인이 계약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종료 통보를 할 경우 세입자는 갑자기 이사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이럴 때를 대비해 전세계약 만료 전 집주인과 재계약을 상의하는 등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다만 전세기간 종료 전까지 세입자와 집주인이 별말 없이 기간을 연장했다면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를 묵시적 갱신 내지 자동연장이라고 부른다. 묵시적 갱신이 이뤄 졌다면 계약기간이 지난 뒤 집주인은 마음대로 집을 비우라고 요구할 수 없고 또 2년의 임대차기간에 묶이지만 임차인은 계약 기간 내 언제든지 해지통보가 가능(3개월 전 통보)하고,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필요도 없다.
매일경제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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