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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움직인다" 온기 퍼질까

길잃는 주택시장 어디로/ 봄날은 온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목동 신시가지11단지만 봐도 급매물이 빠지며 매도호가가 상승하고 있어요. 가격이 오른 만큼 매수자는 조심스러운 모습인데요.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전용면적 89㎡의 매매가는 5억1000만~5억3000만원으로 일주일 사이 1000만원이나 올랐어요."(서울 양천구 신정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한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내는 가운데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었음을 가늠하는 첫번째 지표는 '매매거래 증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26일 기준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5954건으로 지난달 4859건보다 22.5%(1095건)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37건과 비교하면 102.7%(3017건)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동대문구와 송파구를 제외한 23개 자치구의 매매거래가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매매가 상승'도 시장의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14년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월 전국의 주택 매매가는 전월대비 0.24% 상승했고 전셋값은 0.59% 올랐다. 전년동월 대비로도 매매가와 전세가가 각각 0.80%, 5.11%씩 상승했다.

권영식 한국감정원 부동산분석부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호가는 상승했지만 매도가격과 매수가격에 차이가 있어 쉽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거래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거래량이 늘고 실제 거래신고 가격도 상승하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회복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규제완화가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돌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권 부장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계속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수는 여전히 불안"

대다수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시장분위기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분양마케팅전문회사 유당D & C 박창권 대표는 "실제로 올해 들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계약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주택시장 훈풍에 힘입어 단지별로 150~200세대씩 소진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A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묶여있던 규제들을 잇달아 풀어 시장이 반응을 보이자 사업추진 주체인 건설사들도 한시름 덜 수 있게 됐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로 재건축사업의 진행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고 수직증축이 허용된 리모델링 시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미소를 짓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수시장의 불안감 때문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집이라는 게 워낙 고가의 상품인 만큼 여력이 있어야 살 수 있다"며 "규제완화와 함께 내수경기 회복도 병행돼야만 비로소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3월 분양시장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3월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2만5000여 가구에 달한다. 지난 2005년 이후 9년 만에 최대물량이다. 적잖은 물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만큼 거품인지 아닌지를 가늠해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가 좋으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좋지 않으면 시장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섣부른 투자 금물"

그렇다면 부동산 전문가들이 보는 올해 시장 기상도는 어떨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시각과 대동소이하다. 시장 활성화에는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투자자들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빼놓지 않는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강남 재건축 외에도 강북·도심 지역이 살아나고 있다"며 "일례로 서울 마포구 래미안공덕3차 105㎡의 매매가는 최근 2주 사이 1000만원 올랐고 재건축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도 매수문의가 늘고 매매가(전용면적 119㎡)도 평균 1500만원 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시장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만큼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정책 기대감에 따른 호가가 반영된 상태에서 섣불리 투자를 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투자수요가 몰리며 가격상승의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시장여건상 과거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무리해 투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팀장은 "아파트의 경우 대형평형으로 수요가 확산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부 오른 가격에 대형평형을 급하게 매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차라리 단기간에 집값상승 가능성이 높은 역세권이나 대단지 중심 중소형 저가매물을 잡아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분양 아파트 분양권의 경우 대부분 미분양 원인이 고분양가인 만큼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등 혜택을 꼼꼼히 따져본 후 매입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머니위크  201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