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는 30일 박홍 신부로부터 "개가 짖는다"는 원색적 비난을 접한뒤 "이분, 아직 선종 안 하시고 살아계셨군요"라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진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바콩 총장>이란 글을 통해 이같이 힐난한 뒤 "요즘 나라 분위기가 장수만세입니다. 고령화 문제, 참 심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진씨는 더 나아가 박 신부의 '개소리' 발언에 대해 "굳이 코멘트 하자면, 개 수준에 미달하는 분들은 개소리를 귀하게 들을 줄 알아야 해요"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또 글 말미에 "그건 그렇고 김지하씨도 그렇고. 바콩씨도 그렇고, 시인님과 신부님이 왜 'x'을 그렇게 좋아하시죠?"라는 반문으로 글을 끝맺었다
김지하 |
진씨는 또 이날 글을 통해 "상투스 바코누스 도미니안기부스(Santus Baconus Domini Angibus,성 바콩 주님의 안기부)"라고 말한 뒤, "옛날에 이분이, 북에서 자신을 살해하려 간첩을 보냈고 밀봉교육을 받았다는 그 간첩이 자신의 고매한 인품에 반해 자수를 했노라고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는데...재밌는 것은 그 간첩이란 자가 구체적으로 간첩행위를 한 적이 없고, 베를린 유학생들 사이에서 안기부 장학생으로 통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이게 허경영 개그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데..."라며 박 신부의 전력을 비난했다.
보수와 진보인사간 막말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문제의 글은 김지하 시인이 지난 25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 김지하씨는 "정운찬 총리의 경제노선을 잘 안다"면서 총리 인준청문회에서 Y사 사장에게 1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그를 옹호했다. 이어 야권에 대해 "한때 자신들이 대권 후보로까지 밀었던 사람은 1000만원으로 잡아먹겠다고 벼르는 진보주의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
또 "김동길에 김지하.... 나이가 들면 잊혀질 줄도 알아야 하는데, 노욕이라는 게 참 무서운 모양입니다. 한 개인이 아무리 용을 빼도, 자기의 시대가 있는 것입니다. 자기가 한때 이름을 남겼다면, 그건 자기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가 하는 말과 글이 마침 시대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지요. 그게 진정한 의미의 겸손입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홍 |
박 전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진씨가 젊은 세대로부터 인정을 많이 받는다”는 진행자의 평에 대해 “그게 그분의 잔재주 같으면서 또 카리스마”라며 “쫄랑거린다고 비판했지만 이 사회는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하→진중권→박홍→진중권으로 이어는 막말 논쟁에 누가 또 대거리를 할지, 또 어떤 지식인이 가세할지 궁금하다.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사회의 이슈에 대해 지식인들이 논쟁을 벌이고 현실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문제의 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X공방을 보고 있느라니 싸구려 맛이 난다”고 썼다.
김지하 시인은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칼럼에 대한 서울대 미학과 후배 진중권씨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무 의미 없다. 진중권은 도깨비과(科)다. 나는 4?19 이후 사회운동을 주도했던 리더다. 그들 부류들이 하는 짓을 나는 잘 안다. 어린아이들 장난질에 흥분할 김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를 옹호하며 쓴 글에 대해서도 "비웃음을 받지 않으면 이미 진리가 아니다"라는 노자(老子)의 말을 인용한 그는 "그런데 이번엔 박수 치는 사람들도 많더라. 우리 국민들이 빠꼼이다. 바보가 아니더라"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촛불의 진정성을 횃불과 숯불이 왜곡했다”며 당시의 '촛불, 횃불, 숯불론'을 다시 밝혔다.
김지하 시인은 스톡홀름대학 한국학과가 'Tradition and Modernity'(전통과 근대성)를 주제로 개최한 한국현대문학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Candle Light, Torch Flame, Charcoal Fire'(촛불, 횃불, 숯불)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한국 문학작품 중 스웨덴어로 번역된 최초의 작품이 김지하의 '오적'. 김지하는 이 인연 깊은 곳을 처음 방문했다.
이에앞서 진씨는 김지하 시인의 컬럼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하보다 경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김지하 시인을 향해 "왜 말년을 저렇게 추하게 보내야 하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감각이 뒤쳐져 더 이상 시인일 수 없는 어느 노인의 과도한 욕심을 탓해야 하나요? 사회적 망각에 저항하는 처절한 투쟁이 정말 눈물겹습니다"고 김지하 시인을 강하게 비난한바 있다.
진씨의 비난글을 계기로 박홍 신부는 진씨에 대해 “너무 쫄랑거리는 거 같다, 사람들은 자유가 있으니까 생각 가는 대로 표현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뭐 개가 짖는구나로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진씨는 '개소리' 발언에 대해 "굳이 코멘트 하자면, 개 수준에 미달하는 분들은 개소리를 귀하게 들을 줄 알아야 해요"라고 맞받아치면서 논쟁이 확산되기도 했다.
소액 용돈으로 받았다는 데
분노 느낀 시골인심은 없었는가?
훨씬 가벼운 혐의로 하차한 전례엔 침묵
대시인인 자네가 그리 불공평해서야
두어 달 후면 이 해도 영원히 가 버려, 어쩔 수 없이 ‘이순’(耳順)이 끝나고 ‘종심’(從心)에 들 그대 김지하여, 이제 그간의 삶을 정리하며 좋은 일, 아름다운 말들만 하면서 여생을 지내야 할 처지가 아닌가 하오. 이 몸 50여년 전 그대와 종로 수송동에서 동문수학했던 한 사람으로 그간 멀리서 그대 잘되기를, 노년에 노벨상이라도 받기를 바라고 있었지. 유신 때는 자네가 인혁당 사건으로 수배받고 있을 때, 아무 관련 없었던 내가 보안사 요원이라는 이들에게 불려가 자네 은신처를 대라는 문초를 받은 일이 있지.
그런데 일전 ㅈ일보에서 ‘천만원짜리 개망신’이라는 자네의 글을 보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또 인터넷에서 자네의 이명박씨 비판 글을 봤는데, 그와 함께하려는 진보파 황석영씨는 두둔하고, 보수파 이문열씨는 과소평가하는 등, 내 생각에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으면서, 예술가는 또 그래야 한다고 하고 있어, 도무지 그 진의를 묻고 싶어 공개적으로 이렇게 쓰게 되었네.
한마디로 ‘천만원 …’의 핵심은 나랏돈을 더 많이 “처먹”은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정운찬 총리 천만원 먹은 걸 비판해서 오히려 “개망신을 사서 한다고 낄낄대는” 시골 인심이 있어 알려준다는 것인데, 과연 시골에는 그런 인심만 있는 것인지 묻고 싶네. 진보파들에 앞서 그 수십, 수백 배는 될, “차떼기”로 “처먹”은 보수파들이 자기들처럼 또 깨끗지 못한 인사를 했다는 인심은 없었는지. 부정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기대되던 교수가, 그것도 서울대 총장이라는 사람이, 제자들 일년치 봉급은 좋이 될 금액을 “소액 용돈”으로 받았다는 언급에서 큰 실망을, 아니 분노까지 느낀다는 시골 인심은 없었는지. 게다가 줄줄이 이어지는 그의 다른 위법 탈법 행위들에서는 양두구육의 이중인격자의 한 전형을 보는 것 같다는 인심은 없었는가 말일세. 또 과거 이른바 민주화 정권 때, 주지하다시피 이대 총장이던 장상씨는 훨씬 가벼운 혐의로 물러났고, 이해찬씨는 골프 쳤다는 이유로 쫓겨난 것에 대해서는 왜 말 한마디 없었나. 물론 개인적 호불호의 감정도 있었겠지만, 대시인 김지하가 국가적인 일에 그리 불공평해서야 되겠는가.
어느 보수 논객이, 이 나라에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군대에 안 갔다 온 사람들뿐이라고 했는데, 이 나라에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불법에 연루된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매섭게 지적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저 엄혹한 박정희 시대 ‘오적’을 쓴 시인답지 않겠는가.
또 요즘 우리 사회에는 어느 누구의 비판도 거의 받지 않는 존재가 있지. 정권도 함부로 못하고, 언론도 야당도 제대로 비판을 못 하며, 심지어 판사 검사까지도 그 앞에서는 불공평하기 이를 데 없는, 이른바 ‘재벌’이라는 성역이 있지 않은가. 물론 이들은 국제적 한국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있지만, 군사독재시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절규하던 노벨상 후보 시인이었다면, 이런 천상천하유아독존적 존재에 도전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가.
이상과 같은 여러 기대들을 나뿐 아니라 진보파들은 아마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네.
이제 앞으로 살다가, 자네가 혹 병이라도 나게 된다면, 그래도 제일 먼저 찾을 사람들은 옛 동지 그들 아니겠나 싶네.
12세기 말 이규보는, “본디 뜻을 육합(六合·천지) 바깥에 두고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노닐겠노라”고 했는데, 자네도 그런 규모 큰, 또 천년 후까지 남을 시를 마지막으로 남겨주기 바라네.
윤지산 방송대 명예교수
한겨레 200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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