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우리경제 앞날에 엄청난 장애가 될 것이라는 국내외 경제기관, 전문가들의 지적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부동산은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부동산 관계자는 오를 것이라고 하고, 경제전문가들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2010년 부동산 기상도 '대체로 흐림'
건설산업연구원은 2010년 집값이 전국적으로 4%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매시장은 2·4분기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하며 상승 기류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 2월11일 양도세 감면 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그동안 수도권 외곽으로 이탈했던 유동자금이 기존주택으로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방선거, 그린벨트 해제, 30조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 대심도, 한강르네상스 호재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에 대한 버블이 꺼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경제위기는 미국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이것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초래했다. 그런데 우리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미분양에 허덕이는 건설업을 지원해 부동산 가격을 유지했다.
언제까지 이런 비정상적인 정책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머지않아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거품 논란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서울 강남 등의 일부 지역을 제외한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해 실물경제가 회복돼 집값의 폭락사태를 면한다 하더라도 집값은 관망세를 이어가고 거래도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 분양시장은 새해에도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분양가 거품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 출구 전략
올해 부동산 시장에 가장 영향을 미칠 변수는 바로 정부의 출구 전략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간 1%포인트 이하로 올려도 부동산은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상환이자와 원금 부담을 늘려 가계부실이 본격화하고 부동산시장을 급속도로 위축시킬 것이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가계의 부채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상환 능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가계부채는 개별 가계들의 씀씀이가 헤퍼서 일어난 문제가 아니다. 2008년 말부터 정부는 경기부양이라는 이름으로 대폭적인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단행했고, 가계대출 규제와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부동산 시장을 띄웠고,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계속되자 여기에 투자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가계는 늘어났다. 그러다가 주택담보대출이 너무 증가하자 정부는 2009년 7월에 들어서야 LTV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가계는 대출 이자 부담과 부동산 폭락을 우려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최진기경제연구소는 "작년 부동산담보대출이 역대 최대로 급증해 가계부채가 엄청나게 커졌다"며 "우리나라 전체 가계소득은 500조 원인데 가계부채는 700조 원이다, 금리가 올라가는 2/4~3/4분기에는 가계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도 "부동산에 투기해서 은행 이자만 내는 것이 자그마치 GDP의 4% 수준"이라며 "가계부채를 견디지 못해 머지않아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고, 어마어마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의 거대한 거품이 붕괴되면서 일본의 부동산 값은 거의 예외 없이 반토막 이하로 추락해 버렸다. 소시민들의 유일한 재산인 집값이 반토막 이상 나 버린 상황에서 그들은 올해냐 내년이냐 하면서 불황이 끝날 것을 기다렸지만 거의 20년을 계속 헤매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 늦춤으로 인해 자산시장 등의 거품이 더욱 커지고 어느 순간 한계점에 도달 했을 때 갑작스런 거품 붕괴에 직면할 경우 우리 경제에 IMF 위기에 준하는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 부동산 버블 붕괴는 이미 진행중
김광수 소장은 부동산 버블 붕괴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국토부에 신고된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2008년 말과 2009년 초에 과거 고점 대비 10~4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미 한국의 아파트는 수요가 거의 사라질 정도로 가격이 올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요가 되살아나려면 가계의 평균소득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주택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도 주택가격의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주택수요가 가장 많은 연령층은 35~54세 군이다.
1955~1974년에 태어난 넓은 의미의 베이비붐 세대 연령대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들은 2012년을 정점으로 그 수가 감소한다. 일본의 경우 35~54세 인구가 가장 많았던 1990년 주택 가격이 정점에 올라선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 은퇴가 시작된 2006년을 전후해 주택가격이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다.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 앞서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시작된 선진국 모두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도 2012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인준 한국경제학회장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미국의 금융위기 모두 부동산 거품붕괴에서 비롯된 점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한국도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우려되는 만큼 앞으로 4~5년내에 부동산시장을 잘 관리해 연착륙시키는 문제가 주요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컷뉴스 20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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