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담비가 광고에 나와서 '대박 나겠죠' 할때는 모두 잘 될 줄 알았을 거다." 청계천 복원에 따른 상권피해로 이주대상이 된 한 상인은 '가든파이브'에 대해 냉소적으로 평가를 했다.
'가든파이브'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동남권유통단지로 송파구에 건립한 상업시설. 전국 최초의 공공기관 100% 재정사업으로 2006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착공했다. 코엑스의 6배에 달하는 82만300m²규모로 1조3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8년 12월에 준공됐다.
하지만 작년에만 3차례의 공식개장 연기로 논란을 낳았고 총 8360개에 달하는 점포의 입점률은 3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분양수입도 1283억원에 머룰렀고 전액 차입금인 건설비는 한달에 60억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또 관리비 지원금 15억원에 올해 초 입주자를 위한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585억원을 추가로 부담한 상황이다.
한 누리꾼은 가든파이브를 '초 거대 술래잡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 (사진출처 가든파이브 홈페이지)
낮은 분양율과 상권 형성의 어려움으로 이마트와 뉴코아 아울렛 등 대기업 계열사의 대형마트가 입점하기로 계약하면서 공공주도형 상가라는 명분과 의미도 점차 빛을 잃고 있다.
입주율이나 분양계약의 저조한 실적에는 다양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분양가의 상승을 부추긴 건설비는 2003년 5월 4021억원을 예상했으나 최종적으로 1조3천억원이라는 3배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이로 인해 상가는 호당 1억5천만원을 상회하게 됐고 구두로 7000만~8000만원에 공급을 약속받았던 청계천 일대의 영세 상인은 입주 자체가 어려워 진 상태다. 일반 입주자들도 '상가 쪼개기'라는 의혹이 들정도로 기형적인 배치 형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에 미략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가든파이브는 2006년 7월 총 6138개 점포로 예정됐다가 2008년 12월 8360개로 상가수는 2222개나 늘어난 반면 면적은 700㎡이상 줄어들었다.
가든파이브가 분양 성적이 신통치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전용비율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2009년 8월 일반분양을 한 라이프관의 경우, 1㎡당 306만8000원에 분양됐다. 이에 따르면 공급면적 66㎡의 점포는 평균 2억 여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다른 지역 상가들은 70%까지 전용면적이 발생하지만 가든파이브는 30%에 불과한 상태다.
가든파이브 툴관은 청계천 공구상들의 이전을 염두에 두고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상권에 있어서도 기존의 청계천 일대가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해 교통이 용이하고 관련 업종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시너지를 이룬 것에 비해 현재의 가든파이브는 상권형성에만 5년 이상의 시간의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 건설업 관계자는 "코엑스가 5년 정도 시간이 필요했던 전례와 서울 동남지역이라는 점을 감안 할 때 10년 정도는 있어냐 상권이 규모있게 형성될 것 같다"고 진단을 했다.
가든파이브의 또 다른 시련은 타임스퀘어나 왕십리 민자역사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이 서울시내 곳곳에 계속 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SH공사는 활성화 단지를 민간에 매각 해 업무시설, 교육복합시설, 기타복합시설로 재지정 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개장에 맞춰 분양, 전세, 임대 등 공급유형 다양화, 500여억원 소요가 예상되는 일반관리비 및 인테리어 지원혜택 등을 마련하고 축구장 10배 크기인 5만7100㎡ 면적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꽃밭 조성과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 등 다양한 홍보를 했으나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마트, 뉴코아 아웃렛 등 대형 유통업체 유치를 상권 활성화의 '대안'으로 여기는 SH공사의 조치에 대해서도 입주를 준비하던 상인들은 냉소적이다. 한 상인은 "이것은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라며 "대기업의 물류공세와 가격인하에 우리가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 사업은 청계천 복원에 따른 보상의 의미도 있으나 천문학적 공사비로 기존 상인이나 지주에 대해 저렴한 공급이 불가능했고 이로인해 상인들과 지주들의 이주나 상권 형성에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계약 청계청 상인인 최한재씨는 "6000여명 중 5000여명이 청계천과 그 인근에 그대로 있는 상태"라며 "청계천을 복원하다며 상인들에게 서울시가 한 약속은 6년이 지난 후 부도어음이 되어 돌아온 셈"이라고 말했다.
안규호 청계천상인엽합회 전 회장은 "가든파이브 중 5만8천평은 분명히 청계천 복원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공짜로 그리로 간다고 해도 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가든파이브는 송사도 이어지며 법조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처지가 됐다. 지난 6일에는 가든파이브 입주업체 대표 이모 씨 등 20명이 '분양 당시 허위·과대광고로 인해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지난 5일 서울시와 SH공사를 상대로 업체당 1억8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여기에 더해 인근 문정동 건영아파트 등에선 주민 256명이 공사 당시 소음과 분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3개 시공사를 대상으로 지난 3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이계안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최근 "1조3000억원 전액을 빌려서 건축한 가든파이브는 이명박-오세훈 한나라당 시장들의 과욕과 무능이 만든 실패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가든파이브 사업의 실패는 한나라당 시장들이 벌인 삽질 8년의 우울한 자화상"이라며 "서울시민이 필요로 하는 시장은 가든파이브 같은 무모한 사업을 중단시키고, 재정혁신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데 많은 투자를 하는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와 관련한 간담회까지 게최했다.
노 예비후보는 "지금이라도 가든파이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현실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가든파이브는 역대 가장 재앙에 가까운 재정사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개발이익을 노리는 투기세력 외에는 누구도 승자가 아닌 공공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가든파이브는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의미로 유통전문 라이프(Garden 5 Life), 아파트형 공장인 웍스(Garden 5 Works), 산업용재상가 툴(Garden 5 Tool)과 물류단지인 익스프레스, 활성화단지 드림을 합친 명칭이다.
경향신문 201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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