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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안팔리고 자금압박 심해지고…

 

건설업계 "금융.외환위기때보다 더 어렵다"

 

"지난 2월 11일 양도세 한시적 면제기한이 끝난 이후 민간 주택시장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쌓이고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민간 건설업체는 공공부문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IMF) 때보다 요즘에 더 위기감을 느낍니다."

16일 열린 건설주택포럼 정기세미나에서 건설업체 임원들이 쏟아놓은 말이다.

↑ 17일 월드건설 협력업체 소속 400여 명이 서울 한 은행 본점 앞에서 공사대금 지급에 필요한 신규자금 지원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건설업체들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금리 상승 등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실행될 경우"라며 "주택시장 장기 침체를 막고 민간주택 공급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준공 후 미분양 늘어
양도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분양물량이 급증하면서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 지역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년 이상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입주예정 물량도 많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보유한 미분양주택 금액은 1조~2조5000억원. 대형사는 매출액 대비 미분양금액 비중이 낮지만 일부 건설사는 미분양 금액이 연간 매출액을 웃도는 곳도 있다. 잠겨 있는 돈이 연간 매출액을 뛰어넘는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건설사 가운데는 미분양 아파트를 현금 대신 카드결제로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지난주 말 인천 남구 예술회관 인근 영종하늘도시 H사 견본주택 단지에 들른 김 모씨(양천구 신정동)는 분양관계자로부터 "현금이 없다면 카드결제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계약금 중 100만원만 현금으로 받고 일부는 카드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해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분양이 잘된 곳도 입주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건설사들은 더욱 속이 탄다.
주변 가격의 60~70% 선에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본격화도 민간 분양시장 위축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보금자리에 뒤지다보니 3월 들어서 민간건설사들은 분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주택포럼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지규현 한양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부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금자리주택 중 임대비중을 늘리고 공급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분양가상한제 역시 미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출 끊겨 돈줄 마른 지 오래
그나마 해외건설 부문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토목 플랜트 등으로 사업이 다각화된 대형건설업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주택전문 중견건설업체는 미분양ㆍ미입주가 겹쳐 돈 들어올 데는 없고 금융회사들은 자금줄을 죄고 있어 '돈줄'이 마른 지 오래다.

신규대출은 고사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PF자금과 회사채 상환자금 마련도 막막하다.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업계 PF잔액은 6월 7조5397억원, 9월 4조8530억원, 12월 3조2133억원에 달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를 우려해 기존 대출을 연장해주면서 이자율을 높이고,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많은 건설사가 PF대출과 회사채 만기 등이 돌아오는 6월에 자금사정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건설업체의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금융권 PF대출 규모는 82조4000억원으로 2008년 말과 비슷한 수준에 정체돼 있지만 연체율은 6.4%로 지난해 6월 말의 5.9%보다 상승했다.

지 교수는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이 PF우발채무 부담으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지역 아파트 분양이 잘돼 꼬박꼬박 중도금이 들어오는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은행들이 건설사 자금관리를 강화하면서 중도금이 은행과의 공동관리계좌로 입금되기 때문이다. 은행은 한 사업장에서 들어온 자금은 해당 사업장과 관련된 지출만 하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A현장은 분양이 잘돼 A현장 계좌에는 자금이 있지만 미분양이 많은 B현장 마케팅 비용으로는 한 푼도 쓸 수 없다"며 "협력업체 공사대금 결제와 최소한의 운영비용밖에 출금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보니 항상 자금부족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송현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분양ㆍ입주 등이 원활하지 않아 주택전문 업체들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많았던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급기야 17일에는 중견건설사 협력업체들이 은행을 찾아가 밀린 공사비를 달라며 시위를 벌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월드건설 협력업체 소속 400여 명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으로 찾아가 월드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월드건설이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공사비 지출에 대한 승인을 하지 않아 직원들에게 봉급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크레딧애널리스트는 "A등급 업체들은 PF대출 만기 연장 등에 문제가 없지만 B등급 업체 중 상당수는 자금사정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현 상황에서 뚜렷한 자금조달 방법이 없는 만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10.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