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를 왜 아름답다 하는가 [배국남 칼럼] | ||
[마이데일리 2005-12-15 07:45] | ||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2001년 12월 30일 미국에서 낯익은 목소리의 사람 전화 한 통화가 걸려 왔습니다. “‘007시리즈’(20번째 작품) 출연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완성된 대본을 보니 남북한 상황을 상당 부분 왜곡해서요.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차인표였습니다. 14일 아침 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둘째 아이 예은(1)이를 입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한 아이를 딸로 받아들이면서 가슴 벅찬 목소리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이어가는 차인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4년전 전화통화. 두 전화통화를 통해 전 차인표가 대중의 가슴에 아름다움으로 감동을 남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근 한 연기학교에서 수강생들에게 차인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중예술인(연예인)은 대중의 가슴을 진정으로 감동시켜야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의 사랑으로 스타가 됐을 때에는 그 사랑을 대중에게 돌려줘야합니다. 스타가 누리는 돈과 인기는 잠시 빌리는 것뿐입니다” 저는 그동안 취재 때문에 수많은 연예인을 만나왔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으로 감동받는 연예인은 극소수에 달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쟁이 심한 연예계에는 이해타산에 매우 민감한 자본주의 논리가 잘 구현되는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한국일보에서 처음 대중문화 담당을 했을 때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방송사 PD가 대뜸 대중문화 담당기자 하려면 절대 연예인에게 정주지 말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20여년 넘게 연예인을 만나고 인연을 맺었던 연출자의 입에서 “정주지 말라”는 말은 저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지요. 사람 사는데 정주지 않고 어떻게 삽니까라는 답으로 그 PD의 충고를 받아 넘기고 대중문화 담당기자로서 원칙을 하나 세웠지요. 아무리 만능 엔터테이너 시대이지만 연기자는 연기력을, 가수는 가창력을 판단해 기사의 비중을 결정하고 비판과 칭찬을 하자는 생각이었지요. 그 PD의 충고의 의미를 깨닫는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중에게 비쳐지는 이미지와 실제 스타간의 괴리 속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차인표를 만났지요. ‘왕초’ 라는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저는 그에게 대뜸 당신의 연기는 세밀하지 못하고 캐릭터와 당신이 따로 노는 것 같아 이제 어깨에 힘을 빼고 연기를 하면 좋겠는데요라는 말을 했지요. 다른 연예인 같으면 얼굴이 찡그러지고 신경질적 반응이 나올 법한데 그는 달랐습니다. 적확한 지적이라며 자신도 그 부분에 대해 개선을 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대답을 하더군요. 그 말을 ‘왕초’에서 실천하는 노력도 보여줬고요. 이후 그와의 만남은 저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지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연예계에도 신의와 약속을 지키는 친구가 있으며 정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제가 갖고 있는 연예계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였고 취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거였으니까요. 저는 그동안 차인표의 생활인으로서의 모습과 연예인으로서의 모습을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술 한잔하면서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었던 유년시절 그리고 가난한 유학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당당하게 성장한 그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고 언제 어느 때나 선배, 후배 연기자들에게 깎뜻하게 대하고 늘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에 먼저 나타나 준비하는 모습을 볼 때에는 저도 저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성도 하게됐지요. 그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꼈던 점과 그를 만난 사람들이 들려준 몇가지 이야기들은 왜 그가 아름다운지를 쉽게 이해하게 만듭니다. ▼드레스 정장과 감자 농사 그는 정확하고 성실하다. 그리고 예의 바르다. 2년전 동료 연예인들과 미국 여행 중 예정에도 없던 한 레스토랑을 찾게 됐다. 백화점으로 뛰었다. 정장을 원칙으로 하는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연예인들은 아무도 정장을 하지 않고 들어갔지만 그는 정장을 구입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와 동행했던 전MBC 장용우 PD가 전한 말이다. 연출자나 감독들은 그의 좋은 매너에 곧 잘 속는다. 출연 섭외를 논의하자고 제의하면 정확히 나타나기 때문에 모두 출연할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 하지만 정중한 거절을 표하기 위한 그 나름의 배려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혀를 내두른다. 늘 이런 식이다. “어머니는 감자 농사를 지으신다. 그러나 언젠가 우릴 반겨줄 어머니가 더 이상 안 계실 날이 올 것이 아닌가.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그리워질까 봐 나는 일요일이면 농사를 지으러 정민이와 아내와 함께 어머니가 감자 농사를 짓는 곳으로 향한다.” 그의 어머니에 대한 느낌을 팬클럽 사이트에 올린 정감이 묻어나는 그의 글이다. 그가 가족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것은 그가 평소에 쓴 글들 곳곳에 배어 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라는 글로 시작하는 아내 신애라에게 보낸 편지(한국일보 2001년 5월 24일자)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난 당신의 큰 아기인 게 너무나 행복했지만, 당신은 참 힘들었죠. 앞으로는 당신이 나의 큰아기가 되세요. 서툴지만, 노력하는 당신의 아빠가 될 게요. 결혼할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당신이 “나를 얼만큼 사랑해?” 하고 물으면, “무한히 사랑해” 라고 답했었죠. 이제 그 말 취소할래요. 나는 당신을 작년보다 올해 더 사랑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구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어느새 존경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있네요. 당신 옆에 오래있을 게요. 당신은 오래만 살아주세요.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도록…” ▼ ‘007시리즈’ 출연 거부와 군입대 “한반도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007 영화’ 출연을 포기하고 할리우드 진출을 포기한 탤런트 차인표씨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복무를 다한 차인표는 바른생활 사나이의 전형이다” 등 그의 행동에 대해 많은 대중매체와 사람들이 칭찬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비난받는 사람과 나는 종이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나 역시 잘못을 할 수 있고 잘못도 하고 산다.” 그의 대답은 이렇게 명료하다. 영화 출연 거절과 군입대 이유에 대해서는. “지구상의 3억 명 이상이 보는 유명한 시리즈 영화에 남북한이 잘못 그려져 있어 출연하지 않았다.” “나는 한국에 살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하는이와 결혼하고 싶었다. 그래서 군대를 갔다.” ▼박찬호와 순덕이 차인표는 지난해 드라마와 뮤지컬 출연등 바쁜 와중에 미국을 찾았다. 바로 슬럼프에 빠져있는 박찬호를 격려하기위해서다. 그는 미국에서 돌아와 일상사를 써달라는 기자의 원고 청탁을 받고 “힘든 박찬호에게 격려를 보내자”는 취지의 정성이 담긴 원고를 썼다. 그가 만났던 사람 중에 순덕(12)이라는 넝마주이 소녀가 있다. 서울 청담동 살 때 귀가하다 우연히 동네에서 이 소녀를 만났다. 너무 힘들어 보여 집에 데려가 밥도 먹이고 옷도 사 주었다. 동정은 결코 아니라고 했다. 그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 아이와의 만남이 그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인터넷 영화‘노란 리어커’ 에 담겨 있다. ▼몇가지 에피소드들 몇 년전 그를 만났을 때 그는 휴대폰의 폴더가 떨어져 테이프로 붙여 사용하고 있었다. “쓰는 데 지장 없는데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 이유가 간단하다. 이번에 만났을 때 휴대폰이 새 것으로 바뀌었다.“(윤)태영이가 선물한 것이다. 오래된 휴대폰이 잘 들리지 않아 선물로 받은 것이다” 신문사에서 인터뷰 도중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야간 고교생들이 우르르 몰려 사인을 부탁하는데 그는 싫은 내색하지 않고 사인을 해주며 열심히 살라는 당부까지 했다. 그 학생들은 그런 차인표를 보며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 사인을 받은 한 아이는 이런 말을 했다. “나 역시 평생 저런 겸손함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최근 스타와 매니저가 몸값 올리기에만 급급한 줄 알았더니 차인표가 출연한 ‘목포는 항구다’ 영화가 투자의 문제가 생겨 차질을 빗자 그가 투자자를 직접 만나 자신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영화에서 빠지겠다며 투자자를 설득하는 차인표를 보고 연예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바로 이 영화 제작자의 말이다. 한류의 초창기부터 대만, 중국인들의 관심이 대상이 됐던 차인표. 몇년전 한국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대만에 드라마 홍보 초청을 받았다. 대만측의 팬들의 반응이 대단하다는 말과는 달리 공항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사인회장도 한산했다. 하지만 찾아온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인을 했다. 한두사람에서 시작한 사인은 600명에 이르렀고 차인표는 일일이 이들에게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줬다. "반응이 없어 창피하기도 했지만 훗날 우리 스타가 대만을 찾을때 우리 스타에게 좋은 인상을 갖도록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가 첫만남에서 대만인에게 최선을 다한 이유다. ▼북한 방문과 예은이 지난해와 올해 두 번의 북한방문을 했다. 그가 봉사활동을 하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북한 어린이 지원과 의약품 공장 준공 참석 때문이다. 북한 어린이도 남한 어린이처럼 소중해 조그마한 힘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 때문에 북한에 성금을 기탁하고 북한을 방문했다고 했다. 그는 연예인중에 아마 가장 활발하게 자원봉사와 홍보대사, 그리고 불우시설이나 구호단체에 성금을 기탁하는 연예인중 한사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일부라도 갚기위해서”란다. 이러한 그의 어린이 사랑이 14일 예은이 입양으로 까지 연결됐다. 비공개 입양을 하고 싶었지만 연예인이기에 어쩔수 없이 입양사실을 공개했고 앞으로는 예은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대중매체에서 예은이에 대한 취재는 자제해주었으면 한다는 당부를 한다. 저는 거의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인데 차인표에 대한 사생활을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요즘 연예계가 돈만이 지배하는 그래서 더욱더 대중문화가 척박해지는 풍토가 아쉬웠고 돈보다 더욱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차인표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갓난아기 예은(1)이 입양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차인표.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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