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씨 역시 프로야구에서 스타로 활약했으나 은퇴 뒤 사업에 실패해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 선수들의 은퇴 후 삶과 애환을 살펴봤다.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이번 사건을 누구보다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왕년의 대스타가 있다. '불사조'라 불리며 프로야구 최고 스타로 활약한 뒤 이제는 어엿한 '회장님'으로 변신한 사업가 박철순(52)씨다.
IT 관련 제조업체인 '모든테크'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씨는 지난 12일 일간스포츠(IS)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같은 야구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죄송하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회장은 이호성(41)씨와 연세대 선후배이고 나란히 프로야구 스타 출신이며, 은퇴 후 사업가로 변신했다는 점 등 비슷한 부분이 많은 편이다.
박 회장은 지난 1998년 7월 OB(현 두산) 베어스 코치직에서 물러나며 그라운드를 떠난 뒤 배명고 후배의 통신 설비 관련 회사를 인수했다.
"지도자는 성격상 맞지 않았다.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박 회장이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다. 이후 2001년에는 역시 고교 후배인 김백선 모든테크 사장과 기업 합병을 해 현재 130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골프용품 제조업체인 '알룩 스포츠'도 운영하고 있다.
야구 선수가 낯선 사업 세계에 뛰어 들다 보니 참기 어려운 시련과 좌절도 많았다. 무엇보다 박 회장을 괴롭힌 것은 "야구 선수가 사업에 대해 뭘 알겠는가. 속칭 '바지 사장' 아니겠는가"라는 주위의 시선이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매년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 초기에는 IMF를 맞았고, 공사 대금이 안 나와 직원들의 월급이 입금 안 될 때는 당장 때려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역시 쟤는 안 돼'라는 얘기를 듣기 싫었다. 매일 새벽 6시 반에 출근하면서 더 이를 악물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박 회장은 "사회에 나와 보니 나는 박철순이 아니라 OB 베어스 선수이고 야구인이었다. 이번 사건 이후 나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이 무척 따갑게 느껴진다"면서 "대학 후배라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서로 교류는 없었지만, 아직도 이호성씨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이호성씨 역시 야구인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사업에 욕심을 부린 것 같다.
하지만 그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 안타깝다. 주위 사람들이 버팀목이 돼주지 못한 점도 너무 화가 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침 인터뷰 도중 박 회장을 알아보지 못한 한 여성이 카페 옆 자리에서 친구에게 "범인이 전직 야구 선수라며?"라고 말하자 박 회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은퇴 후 사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박 회장은 "선수 때와 똑같이 묵묵히 열심히 하면 된다. 물론 좌절도 있겠지만 돈의 유혹과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급 자동차도 버리고, 스테이크 먹다가 라면 먹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조언을 전했다.
박 회장은 1년 전쯤 대장에서 용종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한 것이 대장암으로 잘못 알려져 주위의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젠 아무 문제 없다. 얼마 전 재검사를 해보니 깨끗하다고 한다"며 밝게 웃은 박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만족도 안 했고, 후회도 안 했다. 꿈이 있다면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전문경영인인 김백선 사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일간스포츠 200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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