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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경력 34년째인 74세의 곽윤옥씨가 23일 서울 상봉동 차고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정훈 인턴기자] | |
“누님 오셨어요. 이달엔 만근하겠네.”
74세 곽윤옥씨. ‘자타공인’ 전국 최고령 할머니 영업 택시기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할머니는 오전 7시쯤까지 상봉동 근처만 돈다. 아침을 집에서 먹기 위해서다. “한 끼에 4000~5000원 하는데….” 점심만 사 먹는다.
할머니가 6월에 번 돈은 75만1950원이다. 매일 8만9000원을 납입해야 하는데, 그걸 넘기가 쉽지 않다. 할머니는 두 달 전부터 밤 근무를 하지 않는다. 고속도로나 올림픽대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도 될 수 있으면 안 탄다.
“손님 생각 해야지. 이제 나이 먹어서 장거리나 밤근무 하면 안 돼. 다음날 힘들어서 일도 못 하고.”
할머니는 35세에 혼자가 됐다. “양키물건(미제)도 팔고 안 해본 장사가 없어. 흥정을 못 해서 남는 게 없더라고. ‘택시 요금은 안 깎는다’고 해서, 면허 따서 택시 몰았지.” 그때 나이 마흔이었다.
1996년 개인택시를 받았다. 은색 프린스. 그러나 2004년 6500만원에 팔았다. 큰아들(54)이 신발공장을 한다고 해서 돈을 대줬다. 그 후 도로에서 프린스를 다섯 번 더 봤다. 잃어버린 자식 같았다.
개인택시를 팔고 다시 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주행 거리가 줄었다. 보증금 200만원, 월세 20만원 단칸방이 버거웠다. 2006년 월세 13만원(보증금 100만원)짜리로 왔다.
지난겨울엔 석유값이 확 뛰었다. “보일러를 한 번도 안 땠어. 전기장판으로 등 지지고, 난로로 외풍 막으면 되거든.” 건강하다고 하지만 무릎 약과 혈압 약은 계속 먹어야 한다. 공과금도 만만치가 않다. “옷 사 입은 지가 몇 년은 넘었다”고 했다.
주위에선 “젊은이도 힘든 영업 택시를 할머니가 하다니 대단하다”고 한다. 그러나 곽씨는 행복하다. “손자 보고 자식들에게 얹혀사는 게 다인데, 일해서 혼자 힘으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해. 운전대만 잡으면 아픈 것도 다 잊어.” 할머니가 사는 이유다.
또 있다. 내년 12월이면 무사고 3년이 된다. 3년이 되면 개인택시를 살 수 있다. 할머니는 “큰아들이 ‘건강하기만 하면 개인택시 다시 사 준다’고 했어. 내 마지막 소원이야”라고 말했다.
‘쉬는 날엔 집에만 콕 박혀 있는 것’이 ‘인생 자립기’의 전부는 아니다.
“25일(토)엔 친구들이랑 섬에 놀러 가. 여름이잖아. 노인들은 2만5000원이면 된대. (매주)금요일은 원래 비번인데, 회사에 부탁해서 일해. 놀러 갈 돈 벌어야지.”
강인식 기자
사진=김정훈 인턴기자
중앙조인스 200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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