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용산참사 시국미사…"정당성 잃은 공권력" 규탄
"옛날에 마음이 굉장히 착한 사람이 있었다. 얼마나 착했냐면 원수가 와서 칼로 (그의)등을 찍었다. (그러자 착한 사람은)칼을 빼서 손수건에 닦더니 '많이 힘들었지'라고 오히려 말했다. 이 사람이 누구냐면 착하고 착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민이 용서해줬는데 칼을 가지고 국민의 등을 찍은 사건이 용산 참극입니다.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여러분의 외부 세력이 되겠습니다. 용역, 경찰, 건설 족들이 다 한 팀이고 검찰 대통령까지 한통속이면서 약자들의 연대를 나쁘다고 합니다. 우리가 외부세력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면 우리가 기꺼이 여러분 옆에 서 있겠습니다."
2일 저녁 7시 서울 중구 청계 광장.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는 시국미사에 참여한 시민 2천 여명(주최측 추산)과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르는 솔아', '아침이슬', '헌법 1조'를 불렀다. "땅의 구석구석이 폭력의 도가니오니 하느님, 일어나소서"(시편 74,20)말씀처럼 '용산참극과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시국미사'는 '정당성을 잃은 공권력 규탄'과 '약자와의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
"1%를 위한 법 집행, 법개정", "조선일보 동아일보 정론직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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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2일 저녁 7시 서울 중구 청계 광장에서 '용산참극과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시국미사'가 열렸다. 맨 오른쪽은 김인국 신부.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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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식 총무(안동교구)는 연단에 올라 "(용산)구청장은 슬프게도 그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생떼거리'라는 단 네 글자로 밟아버렸다"며 "이것이 오늘날 국민들로부터 위임한 권력을 쓰고 있는 지도자의 사고다. 1% 위한 법 집행, 1%만을 위한 법개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총무는 "영혼 없는 경찰청장, 검찰총장을 비롯한 권력의 앞잡이 허수아비들을 마음에서 지운다. 남은 4년이 지금과 같다면 마음에서 지워 버린다"며 "가난하고 이 소외된 이 고통받는 것을 외면하면서 '배후가 있다. 3자 개입'이라고 읊는 공권력을 우리 마음에서 지우고 고통 받더라도 소외 받는 이들의 배후가 되는 길을 택하겠다. 그 길을 가고야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언론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 총무는 "저렇게 곧추선 조선일보 사옥도 바르지 않습니까. 동아일보 사옥도 굴곡지지 않다. 바르다"며 "정론 직필하라. 정론 직필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과 함께 조선 동아일보 사옥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정론직필하라. 조선일보! 정론직필하라. 동아일보!"라고 외쳤다.
시국미사 참가자 "대통령, 경찰, 검찰 한통 속이 돼 국민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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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최 쪽 추산 2천여 명의 시민, 신자들이 모였다.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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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국미사 참여자들은 잇따라 연단에 올라 "교만한 권력자들과 이 순간에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고통 생각하며", "당신의 품안에 안식을 얻게 해주시고 비탄에 빠진 유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하자고 말했다. 한 신자는 "농부를 죽이고 농부 포도원을 뺏는 임금처럼 약자 삶터를 빼앗는 것을 실용 정신이라고 하는 파렴치한 세상이 됐다"며 "빼앗긴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죄를 저질러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저들의 교만을 꾸짖어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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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을 바라보는 시민들.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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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민은 "창세기 카인처럼 대통령과 경찰청장 검찰이 한통속이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며 "감춘 것은 무엇이나 드러나기 마련이듯 책임자의 목석 같은 마음을 드러내 자신들의 과오를 낱낱이 고백하게 하고 폭도로 몰린 사람들의 한을 풀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1시간 여 동안 성가, 복음 말씀 등이 이어졌다. 이어 유가족 대표는 연단에 올라 "신부 수녀님 신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검찰의 잘못된 수사 때문에 생긴 유가족의 상처를 씻어주십시오"라며 가져온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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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참사를 겪은 유가족 대표가 연단에 올라가 "이명박 대통령께 눈물로 호소한다"며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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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철거민을 참사 책임자로 몰아붙이는 검찰수사를 바로잡아주십시오. 사람 때려 죽이고 불태워 죽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했습니다. 철거민을 살인자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 눈물로 호소합니다. 불쌍한 철거민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서민 위한다고 해서 저희들 편일 거라고 믿었습니다. 이것은 아닙니다. 권사에서 사장, 시장, 대통령 되신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 자본 횡포, 뉴타운 횡포를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철거민 고통도 잘 헤아릴 것이라고 했는데, 철거민을 죽인 김석기 내정자를 그대로 두겠답니다.
검찰 앞세워 우리를 살인자로 모는 것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철거민을 얼마나 더 울려야 합니까. 저희 철거민의 요구는 소박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는 최소한의 조건만 마련해달라는 겁니다. 한나라당 의원들, 조중동 언론들 제발 진실을 가로막지 말아주십시오. 저희 철거민을 무자비하게 죽인 경찰 검찰이 사죄해야 합니다. 수조 원이라는 개발 이익에 뭉치는 삼성 포스코 건설 횡포도 그렇습니다.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기 바랍니다. 진상규명으로 확실하게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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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광장에 모인 수녀들.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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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래군 용산 대책위 집행위원장도 연단에 올라 "성경 말씀대로 실천하며 사는 것이 신앙인 것 같다. 신앙의 핵심은 정의인 것 같다. 정의의 핵심은 연대인 것 같다"며 "꼭 힘이 되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내일, 모레도 이곳에서 추모제를 열겠다. 비폭력 평화적 방법으로 억울한 사람들 지금도 눈을 감지 못하는 원혼들과 함께 이 자리 서겠다. 1만 명, 2만 명 10만명 100만 명 모여서 진실을 외칩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사제단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국가가 국민의 행복은 물론 생명마저 서슴없이 빼앗고 또 이를 법률, 질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면서 이에 항의하는 연대를 외부세력, 테러집단, 좌파로 규정하는 현실을 우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가치관의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킨 이명박 정부의 과오는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임을 선언한다"며 "우리 사제들은 거룩한 분노로 맞서 저항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시민들은 "구속자 석방하고 김석기 구속하라", "철거민 살려내고 청와대 철거하라", "조지부시 집에갔다 이명박도 집으로"라고 함성을 지르며 이날 미사를 마무리했고, 이후 명동성당으로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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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사제단과 시민들의 거리 행진을 막아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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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단과 시민들은 전경들 주변으로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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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전문]재앙과 파국의 대한민국
"헤로데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여 버렸다. 이리하여 '라마에서 들려오는 소리, 울부짖고 애통하는 소리, 자식 잃고 우는 라헬, 위로마저 마다는구나!'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마태 2,16~18)
세상과 동고동락해야 할 교회의 운명
1. 대한민국에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일들을 괴로운 심정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세상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통을 나눠서 그야말로 동고동락해야 하는(사목헌장1항) 교회의 운명을 새삼 무겁고 절박하게 깨닫습니다.
2. 용산 참사는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파국의 종점은 어디인지 국가구성원 모두에게 질문과 충격을 던진 무서운 사건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제들은 대한민국에 덮친 재앙과 불행의 현실에 대해서 경고와 호소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공권력에 대한 근본 질문
3. 먼저 국가와 공권력의 존재이유를 따져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공적인 것(Res publica)은 바로 국민의 것(Res popoli)라는 대원칙을 성립시키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위하는 바른 정치가 공화국 탄생의 근본 동기입니다. 그런데 오로지 몇몇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생존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용산 참극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을
국민으로 대하지 않고 서슴없이 폭력을 저지르는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은 정당성을 잃어버렸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경찰과 진실을 감추는 검찰을 두둔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더욱 우리를 슬프고 울분에 떨게 만듭니다. 유감스럽지만 1987년 어느 대학생의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했던 일 하나로 철옹성 같던 군사독재정권이 붕괴되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려야겠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행복은 물론 생명마저 서슴없이 빼앗고 또 이를 법률, 질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면서 이에 항의하는 연대를 외부세력, 테러집단, 좌파로 규정하는 현실을 우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불안과 염려
4. 도대체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입니까? 사방에서 들려오는 통곡과 비탄 그리고 한숨소리에 우리 사제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국민 분열의 죄
4-1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킨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함께 가난해지고 함께 넉넉해지는 '환난상휼'과 '공생공락'의 믿음을 깨뜨린 죄는 더욱 무겁습니다. 하필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부자들의 세금을 우선 걱정하고, 의혹과 우려를 윽박질러가며 극구 미국축산업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편드는 등 국민의 마음에 불신과 분열의 상처를 낸 일은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잦은 거짓말이 불신의 병을 키웠습니다. 손바닥 뒤집듯 대담하고 뻔뻔하게 말을 바꿀 때마다 국민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고, 대한민국은 양심과 영혼을 잃어버렸습니다. 배려와 연대, 참여와 책임, 정의와 중용처럼 금세기 한국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완전히 무너졌고, 반대로 반칙과 불공정, 편법과 탈법 등 강도의 윤리가 득세하는 도덕 파탄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역사왜곡과 폄하의 죄
4-2 가장 뻔뻔스런 거짓말은 역사왜곡입니다. 건국 60년을 운운하고 4·19 혁명을 데모라고 깍아내리며 동영상 교과자료에서 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6·10 항쟁은 언급도 하지 않는 등 한국사회가 희생과 투쟁으로 일궈낸 귀중한 역사를 노골적으로 경멸하고 있습니다. 이런 파렴치한 기세라면 헌법이 명시하는 3·1운동과 4·19 혁명의 민주이념마저 부정하여 국기를 흔들 것이며 사찰과 도청, 감시, 연행과 고문 등 민주 양심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에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민족분열의 죄
4-3. 화해와 상생의 남북관계를 일거에 무너뜨린 일은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숱한 실정 가운데 가장 절망스런 일입니다. 이른 국제사회의 조롱거리이며 민족공동체 앞에 중대한 범죄입니다. 급기야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모든 합의사항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까지 폐기될 지경입니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에 이르렀는데, 경제위기에다 전쟁위기까지 불러일으키면서도 남북 관계쯤 망해도 좋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민주주의 파탄의 죄
5. 현 집권세력이 원하는 궁극적 목표는 민주주의의 근본토대를 완벽하게 붕괴시킴으로써 부당한 권력을 영구히 사유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통의 도구인 방송과 인터넷 장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공영방송과 은행 등 각종 공적인 가치들을 재벌이나 족벌신문에게 나눠주려는 무수한 음모를 보고 있으면 불과 십년 전까지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들던 독재 권력들의 뿌리 깊은 악행들이 되살아난 듯 섬뜩할 따름입니다.
선언과 호소
6.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가치관의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킨 이명박 정부의 과오는 하느님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임을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제들은 거룩한 분노로 맞서 저항할 것입니다.
7. 신앙의 소명과 역사의 책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사제들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공권력과 나라의 장래를 언제까지 맡기고 인정할 것인지 함께 고뇌를 나누시도록 부탁드립니다. 정의 없는 평화는 양들의 침묵일 뿐입니다.
8. 한국사회는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만과 탐욕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통치자에게 더 이상 사람의 길, 생명의 길, 사람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되찾읍시다.
2009. 2. 2 주님봉헌축일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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