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어머니가 계시고 함께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크나큰 행복이던가
나의 어먼님은 1915년생이신지라 몇일 있으면 92세가 되신다.
연세가 어느정도 드신 여느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일제시대와 6.25동란을 겪으며 가난과 함께 파란만장한 삶을 영위하며 한세기 가까이 살아오고 계시다.
일제말기에는 먹고 살기 위해 북한의 평양까지도 갔다가 해방후 전기줄로 선을 그은 3.8선이 닫히면 오도가도 못한다는 소문에 지나가는 트럭등에 의지도 하며 남하했고, 6.25동란기간에는 충북진천에서 영동까지 고단한 피난생활도 해야 했으며, 자식들이 모두 성장하기까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온갖 고난과 역경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 오셨다.
이제 남은 노후는 보다 편안하게 그리고 많은 곳에 여행도 시켜드렸으면 하지만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여 아쉽기는 하다.
어머니는 아직까지는 20여년전부터 복용해온 혈압약을 매일 복용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편찮으신데는 없으시다.
10여년전 오른쪽 눈을 백내장 수술 하신후 2년전 왼쪽눈도 백내장 수술을 해 드렸는데 시신경이
노화되어 수술을 했어도 큰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치아는 거의 없어 가을에 틀니를 다시 해드렸는데 잘 맞지 않아 아직도 진행중이다.
귀가 어두워 10여년전부터 보청기를 사용하고 계시지만 잘 알아듣지 못하시기에 여러번 혹은 크게 말씀드려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감수해야만 할 우리 미래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철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을실까 노심초사를 한다.
연로하신지라 감기등으로 한번 고생하면 오래 가고 기력도 많이 쇠해 지신다.
그러므로 밖에는 가급적 나가지 마시라고 말씀드리지만 가끔씩 인근 시장에는 갔다 오곤 하시는데 운동삼아서도 좋고 바람을 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말리지는 않지만 감기와 혹시 넘어지시면 큰일이기에 신경이 쓰이긴 한다.
저녁에는 주무시는 방이 건조할까봐 매일 수건을 물에 적셔 걸어 놓고 옥돌매트의 온도를 조절하여 춥지 않게 봐 드리지만 추운 겨울이 빨리 지났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하루 일과는 아침부터 식사준비를 하시고(집사람이 없을 때나 요즘같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경우 등) 아침식사가 끝나면 설것이 후 혈압약을 복용 하시고, 커피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되는데 일과라야 혼자 민화투를 치시고 TV를 보거나 낮잠을 주무시고 간혹 밖을 내다 보거나 둘러보시는 일이다.
노인들은 집안에만 계시기에 말 상대가 없어 외로울 수 있으므로 가족들이 가급적 의도적이라도 대화거리를 찾아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궁금해 하는 것이 많다.
어머니도 전화가 오면 누구한테서 왔냐, 외출을 하면 어디 가냐 , 물건을 사도 얼마 줬느냐 등등
궁금해 하시는 것이 많으시기에 이젠 물어 보시기전에 미리 말씀을 드린다.
시장(마트)을 보러 가거나 나들이 할때도 어머니를 포함하여 가족이 거의 함께 움직인다
막내로 태어나 어렸을적엔 다른 친구들 부모님에 비해 나이드신 부모님을 창피해 하기도 했던 철 없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사시어 함께 생활하니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친구들이나 함께 생활하지 않는 형님들보다는 행운이며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얼마나 될까?
날씨가 좀 풀리면 작년에 디스크 수술후 허리가 아파 입원중인 집사람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온천 나들이를 하는 것으로 금년을 잘 마무리 해야겠다.
늦게 결혼하여 아직 9살밖에 안된 어린 손주녀석 장가가는 것을 보려면 100살 이상을 사셔야 할텐데 내년에도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기원해 본다.
200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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