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Life(삶)/-. 어머님 추모방

추석 단상(斷想)

 

몇일전 엄니를 모시고 오랫만에 대형할인마트를 갔었다.

1915년생이시니 아흔둘이신 엄니이지만 아직은 정정하시어 나들이 하거나 대형할인마트 등에 함께 모시고 가면 마다하지 않으신다.

 

추석을 맞아 옷을 하나 사고 싶으신지 연실 옷매장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시며 옷을 만져보시고 살펴 보신다.

여기는 아이들 옷이나 젊은 사람들 옷만 있지 나이드신분들 옷은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옷을 하나 고르겠다고 작정 하신 듯 하다.

잘 설득하여 다음날 인근 제법 큰 재래시장을 모시고 갔는데 그곳에도 딱 한군데만이 노인분들 옷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익을 추구하는 상행위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마트라면 매출에 연연하지않고 노인들을 배려한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추석연휴를 맞아 점심식사후 오후3시경에 어제 산 옷으로 곱게 단장한 노모를 모시고 아내와 아들 그리고 서울대 기숙사에 있는 조카 등 다섯이서 고향길에 올랐다.

서울 봉천동 집에서 충북 진천의 고향까지는 약 110km주행거리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지만 30여km의 지체구간을 거쳐 2시간 반만에 고향에 도착했다.

저녁식사를 시골서 직접 담은 청국장에 열무김치,호박무침,콩나물 등으로 비벼서 맞있게 먹었다.

 

식사후 나는 고향친구들을 만나러 밖에 나왔지만 명절임에도 고향마을이 조용하고 오히려 적막하기까지함에 격세지감을 느끼며 셋이서 옛날이야기를 하며 술을 한잔 했다.

우리 고향은 시골동네치고는 150여호가 되는 제법 큰 동네였었는데 여느 시골동네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50여호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사를 가거나 노부모들이 역상경을 하는 등 해서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명절때는 상당수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몇명 되지 않아 쓸쓸한 것이 몇몇 친구들만이 앉아 어릴적 추억만 곱씹으는 초라한 모습의 고향으로 변해감을 안타깝게 아쉬워하며 간단히 술한잔하고 집에 들어가니 집밖에 울마가 나와 있었다.

 

여기서 뭐 하느냐고 하니 시골냄새가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식사후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인즉슨 저녁식사후 울엄니가  주방에서  틀니를 빼서 닦으시니 큰며느리는 거기서 하면 어떻하느냐고 하고 조카며느리는 소리까지 지르고 화들짝 놀라며  몸을 피하기까지 하더란다.

마침 식탁에 앉아 있다가 이를 본 울마가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여 한마디 했다고 한다.

"이런걸 보고 뭘 그러냐... 미래의 우리들의 모습인데...그리고 같이 사는 사람도 있는데...우리집에서는 항상 그래도 괜찮은데 뭘 그리 호들갑을 떨고 야단이냐"

두분의 형님내외가 있었고 세명의 조카며느리들이 있었다는데  이 말을 들은 순간 한편 통쾌하기도 했지만 매우 불쾌하고 화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모친께서  보청기를 했지만 워낙 연세도 있으신지라 귀가 어두워 못 들으셨기에 망정이지 알아 들으셨다면 얼마나 속상해 하셨을까 짐작이 가기도 한다.

 

또 같은 서울 하늘아래 살며 5월달 어버이날에나 모친을 찾아오는 환갑 가까이 된 둘째 아들은 전날 내려와 낮에 골프를 치고  저녁에 들어와 골프이야기만 하다 10여분후에 엄니한테 아들이 들어 왔는데 아는체도 않하느냐고 다가가니 엄니가 왜그러느냐고 화를 내셨다고 한다.

모친에 대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처사 등 기타 여러가지로 씁쓰름한 기분에 차례를 올린후  예년과 달리 성묘도 않고 곧바로 상경했다.

 

금년 추석은 처음으로 즐거움보다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아쉬움속에 황금만능주의, 자기 중심주의,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상속에서 부모와 형제, 친척간의 문제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孝... 인륜의 가장 으뜸되는 덕목이라 하지 않던가

 

...................................................................................

 

父生母育 그 은혜는 하늘같이 높건마는
            靑春男女 많건마는 孝子孝婦 없는지라.

 


시집가는 새아씨는 媤父母를 싫어하고
            장가드는 아들네는 살림나기 바쁘도다.

 


제 자식이 장난치면 싱글벙글 웃으면서
            父母님이 훈계하면 듣기싫어 성을 내고

 


시끄러운 아이소리 듣기 좋아 즐겨하며
            父母님이 두말하면 잔소리라 빈정댄다.

 


자식들의 오줌똥은 손으로써 주무르나
            父母님의 가래침은 더러워서 밥 못먹고

 

 

과자봉지 들고 와서 아이손에 쥐어주나
            父母위해 고기한근 사올줄을 모르는고

 


 개가 앓고 누우며는 가축병원 달려가나
            늙은 父母 病이 나면 근심걱정 아니하네.

 

 

열자식을 키운부모 하나같이 키웠건만
            열자식은 한 父母를 귀찮다고 생각하네.

 

 

자식위해 쓰는 돈은 계산없이 쓰련마는
            父母위해 쓰는 돈은 계산하기 바쁘도다.


 

자식들을 데리고는 외식함도 잦건마는
            늙은 父母 위해서는 외출할 줄 모르도다.


 

그대몸이 소중커든 父母恩德 생각하고
            서방님이 소중커든 시부모를 존중하라.

 

 

늙은 부모 언제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네
            죽은 후에 후회말고 살아생전 孝道하세.


 

 

2006.10.06

 

 

'My Life(삶) > -. 어머님 추모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想 念  (0) 2011.02.12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0) 2011.02.12
봄 나들이  (0) 2011.02.12
어머니의 만수무강(萬壽無彊)을 기원하며   (0) 2011.02.12
부모님 마음  (0) 2011.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