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로열티, 총 매출액의 8.53%…
"임차비용·인건비까지 빼면 생계 힘들어"
서울 종로지역에서 모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던 최 모씨는 최근 자신의 점포를 정리하고, 다른 이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 카페형 점포로 구성했던 데다 인근 주택가에 슈퍼마켓 외에는 유일한 24시간 편의점이었던 덕에 장사도 꽤 잘되는 편이었지만 문제는 로열티. 최씨는 "매출은 높은 편이었지만 본사와 수익배분을 하고 나면 남는 돈 만으로는 가게 운영을 계속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편의점업계의 로열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기청 국정감사에서 "편의점업체의 전체 매출은 늘어나는데 가맹점주의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그 원흉으로 '높은 로열티'가 언급된 것이다.
◆ 가맹점주 "3000만원어치 팔면 내 몫은 300만원"
"초기자본금 2220만원부터 가맹점 개설이 가능하세요. 인테리어 비용이랑 집기 비용 본사에서 다 해주고, 물류비용도 따로 안 들어 가니까요. 수익배분이 65:35 정도인데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덴 문제 없으세요."
편의점 가맹점 개설을 위해 창업 상담을 요청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상담 내용이다. 편의점 창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한데다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전국 편의점 개수만 해도 1만8000개를 상회한다는 것이 편의점협회 측의 자료. 총 매출액만 하더라도 1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0일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 '편의점 로열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박 의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업체의 평균 로열티는 총 매출액의 8.53%. 패밀리마트는 최근 5년간 총 매출액의 8.5%에 해당하는 1800억원을 로열티로 거둬들였으며, GS25는 총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2000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 측은 그러나 발표된 자료의 계산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GS 관계자는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GS25의 로열티 총액은 15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9%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실제 로열티의 배분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보통 로열티라고 하면 '브랜드 사용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편의점업계의 로열티는 일종의 '수익 배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편의점은 이미 완공된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 사업이다. 제과나 커피 등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업체 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것과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비나 물류비 등을 통해 수익을 남기는 것이 비교해, 편의점은 매달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로 본사와 가맹점주가 수익을 나눠 갖는 식이다.
류승희 기자
현재 편의점을 운영 중인 가맹점주와 편의점 가맹점 창업 상담센터에 문의 결과, 가맹점주와 본사의 수익배분은 해당 점포의 총 매출을 기준으로 65:35가 가장 기본이다. 한 창업 상담사는 "보통 점포 당 매출을 평균 3000만원 정도라고 하면 가맹점주의 수익은 300~400만원 정도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는 이 300만원의 수익에서 가게 임차비용과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생계유지가 힘들 다는 계산. 때문에 창업 상담사 역시 "사실상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매달 4000~5000만원 정도의 매출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재 중 만난 한 가맹점주는 "보통 6:4 정도로 수익을 배분하는데 인건비라도 줄이려다 보니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며 "하루 매출이 대략 150만원 정도를 웃도는데도 막상 순수익만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답답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의점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부당한 지적'이라는 반응이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집기 투자비나 물류비 등 본사에서 가맹점주들에게 지원해 주는 비용이 적지 않다"며 "이를 감안하지 않고 로열티 비중이 높다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다"고 반박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제과나 커피 등 다른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가 가져가는 비율이 14% 정도로 알고 있다"며 "이에 비해 편의점은 본사의 수익률이 굉장히 낮은 시스템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 전체 매출은 증가하는데, 개별 점포 매출은 제자리?
"돈을 버는 자영업자가 없습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로열티 문제를 지적한 박민식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편의점 업계의 가장 큰 문제를 이렇게 지적했다.
현재 편의점업체마다 직영점 비율은 약 2% 정도. 이 직영점을 제외한 나머지 98%의 가맹점은 사실상 영업에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동네 슈퍼마켓등의 골목 상권과 비교해 편의점업체의 매출과 순이익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 의원은 "그렇다고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돈을 버느냐면 그것도 아니다"며 "점포당 매출액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로열티 비중은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 측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업체의 총 매출은 2010년 말을 기준으로 8조3000억원. 2006년 4조9000억원에 비하면 해마다 12% 꾸준히 시장이 성장해 온 셈이다. 신규점포의 증가율 역시 해마다 10%를 웃돌아 지난 2010년의 경우에는 약 20%의 증감률을 보였다.
그러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지난 2006년 5억원 규모에서 2010년 4억9600만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편의점 운영기간 별 현황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점포의 재계약 기간인 5년 이상 운영 중인 점포의 비중은 전체의 40% 정도. 박 의원은 "신규 점포가 늘어나는 만큼 문을 닫는 점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0년 편의점 개설 및 폐점 현황에 따르면, 패밀리마트의 경우 955개 점포가 개설됐으며 274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GS25는 1316개 업체가 개설된 반면 205개 점포가 폐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발표된 결과는 통계적인 수치일 뿐이다"고 맞받았다. 최근 신규 점포의 개설이 늘어났기 때문에 5년 이상 점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점포 당 매출과 관련해서도 그는 "보통 편의점 매출은 영업일수를 따지기 때문에 하루 매출량을 비교하는 게 정확하다"며 "편의점협회 측 자료를 보면 2009년 전국 편의점 평균 하루 매출은 154만3000원이었고 2010년엔 155만8000원이었다. 개별 점포 매출이 하락한 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도 1% 내외의 매출 증가율에 불과해, 그 동안 급증한 인건비 등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 가맹점주들의 매출이 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다.
머니투데이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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