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
올 한 해는 서울과 지방 부동산 시장 간에 온도차가 특히 극심한 것이 특징이었다. 지방은 부산을 기점으로 대구 울산 전주 등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고 기존 아파트 가격도 일제히 올랐지만, 서울 부동산 시장은 썰렁했다. 정부가 올해 들어 여섯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민은행 집값 통계에서도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3% 하락했지만 부산 아파트 매매가는 22% 급등했다. 부산을 포함한 광역시 아파트 가격도 15.5% 올랐다.
"소형 평형 미분양요? 다 팔린 지 오래예요."
28일 오후 충남 천안 서북구 일대 중개업소에 들러 분양가보다 저렴한 소형 미분양 아파트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묻자 대뜸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몇 달 새 실수요가 급격히 몰리며 소형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급속히 소진됐다는 설명이다.
이 중개업소 대표 김영철 씨는 "소형 아파트는 500만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천안 부동산 경기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천안 미분양 아파트는 총 3627가구로 지난해 말(5498가구)에 비해 34%나 감소했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이 들어선 천안 일대 공단이 활성화되며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때 천안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대표적 지역이었다. 2007~2008년 1만9000여 가구 분양이 한꺼번에 몰려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다. 때마침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쳐 공사 중이던 아파트가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올해 중순 이후부터다. 분양정보업체 랜드비전의 이창언 대표는 "2009년 이후 공급이 뚝 끊긴 것이 실수요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소형을 중심으로 분양한 두정동 두정2차 e편한세상 848가구는 분양이 100% 완료됐다.
올해 부동산 시장 활황은 천안에 국한되지 않았다. 경기 침체로 수년간 분양이 끊겼던 지역에 나왔던 신규 아파트는 대부분이 성공적 분양성적표를 받았다. 부산, 전주, 양산신도시 등에 분양됐던 아파트 상당수가 1순위 청약 마감됐다.
기존 아파트 시세도 상승세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올해 지방 소재 아파트 중 시세가 3.3㎡당 1000만원 이상인 아파트는 4만9630가구로 2년 전인 2009년 말 2만3020가구보다 2.2배로 급증했다.
전체 가구 수에서 3.3㎡당 1000만원 이상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68%에서 3.21%로 상승했다.
지역별로 부산시가 2년 전 1만2939가구에서 현재 2만7012가구로 1만4073가구 늘었다. 경상남도(8045가구) 충청북도(2164가구) 충청남도(1469가구) 울산시(1244가구) 대전시(880가구) 아파트 상당수가 새롭게 고가 아파트 대열에 합류했다. 부산진구 연지동 자이1차 79㎡형은 2009년 말 3.3㎡당 677만원 선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21만원 선으로 50.8%나 껑충 뛰었다. 대전 서구 둔산동 햇님아파트 92㎡형은 3.3㎡당 927만원에서 1177만원으로 27% 상승했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내년에도 개발 호재가 있거나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선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 ◆
지방과 달리 서울과 수도권은 미분양 아파트로 올해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신규 분양된 대다수 단지에서 청약자 모집에 실패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급증했다.
올해 말 분양 시장 `블루칩`으로 관심을 끌었던 왕십리와 답십리 신규 분양성적표는 침체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는 문제가 심각했다.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 `텐즈힐`은 총 496가구에 754명이 청약해 청약경쟁률 1.5대1을 기록했다. 반면 91가구가 나왔던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 청약자는 17명에 그쳤다.
삼성물산과 두산건설이 공동 시공한 `답십리 래미안위브`도 85㎡ 이하 경쟁률은 1.4대1을 기록했지만 그 이상은 0.2대1로 저조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두 단지는 역세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데다 인근 지역이 새로운 주거단지로 떠오르고 있어 분양을 시작할 때 주목도가 높았던 곳"이라며 "중대형 아파트도 무리 없이 팔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부동산 침체의 높은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건설사들이 일제히 물량 떨어내기에 나서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자금 경색의 주 원인이 되는 준공 후 미분양 은 특히 공격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발코니 무료 확장 등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필수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제살깎기 마케팅까지 불사하고 있다. 분양가를 애초보다 30~40%나 파격적으로 낮춘 `떨이` 아파트도 속속 나온다.
서울 하월곡동 동일하이빌뉴시티는 공급면적 155㎡ 아파트를 분양가 대비 약 1억2000만원 내렸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 아이파크` 214㎡는 분양가 대비 32~41%(6억4200만~8억1300만원) 할인하는 극단적 처방을 내놨다. 목돈 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 정액제` 혜택을 내건 곳도 있다. 분양가와 관계없이 2000만~400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대개 분양가 대비 10% 선인 계약금을 낮추기 위한 시도다. 현대건설이 분양하는 강서구 화곡동 `강서 힐스테이트`가 대표적이다. 교육비ㆍ이사비 명목으로 1000만원 이상 현금을 지금하는 `캐시백 마케팅`을 적용한 단지도 있다.
이런 노력에도 미분양 아파트 판매 성적표는 여전히 신통찮은 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말 3만3926가구에서 올해 2만1840가구로 35.6% 줄었지만 수도권은 8729가구에서 1만213가구로 오히려 17.0%나 늘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은 가격이 더 내릴 수 있다는 심리 탓에 거래도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1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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