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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빈 사무실 … ‘깡통빌딩’ 넘친다

# 지난해 8월 준공된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 오피스 빌딩은 밤이 되면 유령 빌딩이 된다. 55층짜리 초대형 첨단 빌딩이지만 준공된지 반년이 넘은 지금도 90% 이상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분위기가 아주 을씨년스럽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인근의 29층짜리 빌딩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초 2개 기업이 입주했지만 여전히 연면적의 80% 정도는 빈 사무실이다.

# 서울 광화문의 12층 건물 관리소장인 김모(45)씨는 요즘 빈 사무실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김씨가 임대계약 책임도 맡고 있는데 3개 층이 6개월째 나가지 않고 있다. 그는 "가끔 임차인이 오긴 하지만 렌트프리(무상임대) 등 요구조건이 까다로워 계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대형 오피스 빌딩이 '공실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신규 오피스가 많이 들어선 탓이다. 임대료가 떨어지는 등 합병증도 나타나고 있다. 빌딩거래 전문회사인 프라퍼트리는 최근 서울의 연면적 3만3000㎡ 이상 대형 오피스빌딩 공실률(연면적 대비 빈 사무실 비율)을 조사한 결과 14.1%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사무실 개수를 기준으로 하면 7개 중 하나가 비어 있는 셈이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조사 결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 회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13.2%로 지난해 4분기(12.2%)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광화문 등 강북도심권과 여의도권의 공실이 심각하다. 공실률이 각각 18.5%, 15.2%에 이른다.

 

경기 침체로 기업체들의 오피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량이 크게 늘어서다. 최근 2년간 강북도심권에선 페럼타워(수하동·28층)·센터원(수하동·32층)·K-Twin타워(중학동·16층)·스테이트타워(회현동·23층)·아스테리움서울(동자동·11층) 등이 잇따라 준공됐다.

여의도권의 경우 지난해 총 연면적이 27만여㎡에 이르는 서울국제금융센터(IFC) 1차(32층)·2차(29층)·3차(55층) 빌딩이 들어섰다. 오는 7월 전경련 신축회관(55층)도 준공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 윤원섭 상무는 "부동산 경기가 좋던 2007년 무렵 착공한 오피스 빌딩들이 비슷한 시기에 준공돼 입주자를 찾다 보니 수요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실 증가는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대형 오피스 빌딩 임대료는 현재 3.3㎡당 평균 6만~10만원 선으로 1년 새 2만~3만원 하락했다. 자연히 투자수익률도 떨어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오피스 빌딩의 투자수익률은 연 5.55%로 2011년보다 1.42%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이후 연 6%를 웃돌던 투자 수익률이 4년 만에 5%대로 내린 것이다.

앞으로도 오피스 시장 사정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오피스 빌딩 신규 준공 물량이 지난해보다 2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이면도로나 시설이 낡은 빌딩은 임차인을 구하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일보  201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