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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상가 왜 매물없나 봤더니…


10년새 건물값 두배로 껑충…"팔면 양도세 폭탄, 차라리 증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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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상가가 밀집한 서울 강남 가로수길. <이충우 기자>

 

"지금 팔면 양도세 폭탄을 맞는데 누가 상가 건물을 내놓겠어요. 증여세를 좀 물더라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게 훨씬 낫지요."

10일 궂은 날씨에도 젊은이들로 하루 종일 북적대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 상가. 강남에서 30년째 상가 중개업을 해왔다는 K씨는 현장 취재에 나선 매일경제신문 기자에게 이같이 하소연했다.

건물주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건물을 팔지 않고 자녀에게 증여해 버리는 통에 거래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한국판 소호 거리`로 각광받으면서 땅값이 단기 급등한 가로수길에서는 상가 증여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가로수길 한복판 현재 6층 건물이 들어서 있는 토지는 지난 4월 지분 중 5분의 1이 증여됐다. 현대고 초입에 위치한 건물과 토지는 작년 12월 지분 중 8분의 1씩이 두 자녀 명의로 넘어갔다. 지하에 카페가 있던 한 건물은 작년 11월 건물만 통째로 자식에게 증여됐다.

특히 양도세 과세 기준이 실거래가로 완전히 넘어간 2006년 이후 매매보다 증여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 측 설명이다.

그 전까지는 당사자 간 합의하에 매매가를 낮춰 양도차액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하는 소위 `다운계약서`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매일경제신문 취재팀이 가로수길 인근 54곳의 토지ㆍ건물 등기부등본을 무작위로 떼서 분석한 결과 2006년 이후 소유권이 이전된 17건의 사례 가운데 증여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 상속이 2건, 매매는 6건에 불과했다.

강남 상가 전체로 시야를 넓혀 봐도 증여가 이미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수십억 원대 상가를 보유한 강남 자산가들이 매도보다 증여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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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상가 등 강남 중소형 빌딩 시세가 가파르게 오른 게 첫 번째 이유다. 이 기간 강남대로변 알짜 빌딩 시세는 적어도 두 배 정도는 올랐다는 게 중개업계 측 설명이다. 그 바람에 과세 기준인 양도차액(매매가-취득가)이 큰 폭으로 뛰어 팔 때 내야 할 양도세가 수십억 원을 넘는 건물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반면 `기준시가`를 적용받는 증여를 택하면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 건물은 시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아파트와 달리 각각 층수와 면적, 입지에 따라 일괄적인 가격을 환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토지 공시지가와 건물 가격을 더해 소위 `기준시가`를 산출한다. 그런데 이 기준시가가 대개 시세의 30% 선에 불과해 세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세무팀이 지난해 1월 가로수길 418㎡ 땅과 건물을 160억원에 넘긴 A씨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증여와 매매 간 세금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A씨는 1979년 이 땅을 32억원에 취득했기 때문에 지금 판다면 양도차익이 12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고세율 38%를 곱하고 각종 공제를 빼면 최종 양도세액이 37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A씨가 매각 대신 증여를 선택했다면 세금이 14억8000만원 선으로 확 줄어든다. 땅과 건물을 포함한 기준시가가 42억4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은 "기준시가에 증여세 최고 세율 50%를 곱해도 기준시가가 매매 대비 워낙 적어 당장 내는 세금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지역에서는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은 있어도 팔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가로수길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세금이 무서워 매물을 내놓지 않으니 2~3년이 걸려야 매매 사례가 한 건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강남 빌딩거래 전문업체 아세아부동산 관계자는 "소득이 올라가며 작은 건물을 팔아 큰 건물로 갈아타는 선순환 구도가 정착돼야 하는데 높은 세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 때문에 건물중개인, 이삿짐업체, 건물관리인 등 밑바닥 경기도 꽁꽁 묶여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1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