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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30년간 30배 늘어난 이유..의사들 양심고백

환자 90%는 수술 필요 없어,

초음파 검사 과잉으로 빚어진 기현상…"진단 말아야"

"대개 성인의 50%는 갑상선 결절을 갖고 있고 이중 5~10%가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 성인 인구의 2.5~5%가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50만명 정도가 진단을 받거나 수술을 했다고 보면 최소 50만명 잠재 환자가 더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들 중 90% 정도는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다." (갑상선암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 발표 요약)

한국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이유가 과잉진단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크기가 커지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암이지만 무분별한 초음파 진단 때문에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 갑상선암 수술을 줄이기 위해서는 증상이 없고 크기가 작은 갑상선암은 초음파 진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갑상선암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건강보험에서 몇cm 이하 갑상선까지 급여화할지 검토하는 것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2011년 한해에만 국내에서 갑상선 암 환자가 4만명 발생했다. 증가율 역시 가파르게 치솟아 30년 동안 발생률이 30배 늘었고 연간 증가율이 23.7%에 달한다.

이는 의료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현상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실제 선진국 중 가장 갑상선 증가 속도가 빠른 미국의 경우 35년 동안 3배 정도 환자가 증가했다.

2008년 기준 한국 여성 인구 10만 명당 갑상선암 환자는 59.5명으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평균인 4.7명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한국의 바로 뒤를 잇는 프랑스 15.6명보다도 3.8배 정도 많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만 유독 갑상선암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연대 소속 의사들은 그 원인이 '실제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안 찾아도 될 암까지 찾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형식 고려의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암이 증가하지만 사망률이 변하지 않으면 과다진단으로 볼 수 있다"며 "갑상선 암이 딱 그렇다"고 했다.

통상 암을 조기에 진단한다는 것은 악성으로 발전할 암을 미리 찾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암 환자가 늘면 사망률 역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갑상선암의 경우 진단 및 치료가 늘지만 사망률 감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술을 권유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환자 90%는 수술 필요 없어, 초음파 검사 과잉으로 빚어진 기현상…"진단 말아야"

 

국내에서 발견되는 갑상선암 중 96.8%를 차지하는 것은 가장 순한 암으로 불리는 유두암이다. 이 암은 진행이 느리고 전이 가능성이 적어 치료했을 때의 비용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

갑상선암 중 진행이 빠르고 사망률이 높은 '역형성암'의 경우 초음파 같은 사전진단으로는 거의 찾지 못하고 증상이 발생해 찾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들은 크기가 1cm 이하이고 증상이 없다면 굳이 진단해 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는 "현재 진단되는 갑상선암 중 90% 이상이 과다진단"이라며 "하지만 진단을 받은 사람은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30~40년 동안 갑상선 기능 저하증 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고 했다. 수술 부작용으로 성대 등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 교수는 "2002년 이후 상업화된 건강검진이 늘면서 갑상선암 발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갑상선암 과다진단은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연대는 김소영 예방의학전문의, 박종혁 충북대 교수, 서홍관 국립암센터 박사, 성지동 성균관대 교수, 신상원 고려대 교수, 안형식 고려대 교수, 이재호 가톨릭대 교수, 홍영준 원자력병원 박사 등의 의사가 참여한 단체다.

 

 

머니투데이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