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고 암병원 MD앤더슨 홍완기 박사가 들려주는 암 예방·치료법
적정체중 유지 노력하고 식단 채소위주로 바꿔야
암에 걸리면 귀가 얇아져 대체요법 의존해선 안돼…한국 암치료기술 믿어도
미국 최고의 암병원 MD앤더슨 암센터에서 30년째 근무하고 있는 홍완기 박사(72)가 MD앤더슨 암 전문의 140명을 이끌고 지난달 27일 한국을 찾았다.
연세암병원 개원을 축하하고 MD앤더슨이 세계 각국을 돌며 해마다 주최하는 GAP(Global Academic Programs)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 GAP 회의는 이철 연세대 의료원장 제안을 홍 박사(연대 의과대 1967년 졸업)가 전격 수용해 서울에서 열리게 됐다. 브라질 중국 등이 GAP 회의를 유치하려고 발버둥쳤지만 MD앤더슨도 홍 박사의 명성 앞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서울 GAP 회의는 23개국 30개 암병원장들이 참석해 `세계 암 총회`라고 불러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MD앤더슨 암센터는 1941년 설립됐으며 현재 약 1700명 의사들이 일하고 병상은 656개다. 암 연구개발비는 연간 6억7000만달러(2013년 기준)로 전체 매출액 41억달러의 16%에 달한다.
국내 암 전문가들이 가장 훌륭한 명의로 꼽는 홍 박사를 출국(4일)을 앞둔 지난 1일 만나 암 예방과 관리, 인간 홍완기의 삶에 대해 들었다.
홍 박사는 "암이 생기면 일반 의사가 아닌 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병기 확진,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처음부터 대체요법에 의존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들도 암 환자를 동정하는 것은 좋지만 암 자체에 대해 동정을 해선 안 된다"며 "환자들도 암에 걸렸다고 실망한 나머지 귀가 얇아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암을 예방하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
▶암 치료는 어렵고 힘들지만 예방법은 간단하다. 금연, 소식, 규칙적인 운동, 적정한 체중 유지(비만억제), 채소ㆍ과일 위주 식사 등 5가지와 함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암 발병 원인 20~25%가 감염에 의한 것이다.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담배는 건강을 망치는 독(毒)이며 암 환자 3명 중 1명꼴로 흡연이 원인인 사례가 많다. 술은 와인 1~2잔이나 식사 후 위스키 한 잔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폭탄주는 자살행위다. 한국인은 술에 관대하지만 취하도록 마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암 예방법은 어려서부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 MD앤더슨은 교재를 만들어 어려서부터 금연과 절주,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실천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통곡하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가장 먼저 일반 의사보다 진단받은 암 전문의를 찾아가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암은 정확한 진단과 병기, 정확한 치료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암 치료법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암 환자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젠 암 환자 50% 이상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
-암 환자가 3기 말이나 말기 진단을 받으면 암 치료를 포기하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항암치료를 해도 나을 가망도 없으면서 삐쩍 마르고 머리가 빠지는 추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다.
▶암 전문의와 상담시간이 짧아서 생기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MD앤더슨은 의사들이 암 환자와 30~40분 이상 충분히 상담을 한다. 독특한 환자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필요하면 암 환자 가족과도 3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눈다. 암에 걸렸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지만 상담을 통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은 좋은 소식이다. 암은 의지가 강하면 나을 수 있지만 포기해서 암세포가 퍼지면 치료하고 싶어도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몸이 마르고 머리가 빠질 정도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일부 암 환자들이 병원 치료보다 한약, 약초 같은 대체요법에 관심을 갖는데.
▶암 대체요법과 보완 치료도 중요하지만 주된 치료가 되면 안 된다. 현대의학으로 유방암을 치료하면 90% 이상 치료할 수 있지만 대체요법으로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에 대한 데이터(통계)가 없다. 성분이 확실치 않은 약초를 잘못 쓰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대체요법을 병행할 때 반드시 의사에게 물어보고 해야 한다. 암은 수술, 방사선 치료, 약물 치료를 하면서 요가 금연 식이요법을 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한국의 암치료 수준은.
▶한국을 떠난 지 올해로 44년이 됐다. 한국에 올 때마다 암 치료 기술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일부 암 완치율은 미국을 앞선다. GAP 회의에 참석한 MD앤더슨 의료진이 이번에 개원한 연세암병원을 둘러보고 모두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시설과 의료 수준 모두 A+였다. 특히 로널드 드핀호 MD앤더슨 암센터 원장은 "거의 모든 암을 로봇수술로 치료하는 병원은 세브란스병원밖에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암 치료는 협진이 중요하다. 치료 방법을 결정할 때 협진이 강화돼야 한다. 암 치료에는 독불장군이 없다. 40년 넘게 암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내 자신도 혹시 놓친 게 없는지 동료 선후배 의사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인류의 오랜 꿈인 암 정복은 이뤄질 수 있나.
▶장담할 수 없지만 암 치료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암 환자가 늘고 있지만 사망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암도 고혈압ㆍ당뇨병ㆍ심장병처럼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완치가 어려워도 꾸준히 약을 먹으면 관리할 수 있듯이 암도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면서 관리를 잘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살아갈 수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 홍완기 박사는 누구…
MD앤더슨 30년째 근무, 국내 의사가 뽑은 최고 명의
홍완기 박사(72)는 성대를 잘라내지 않고 후두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개발한 인물로 세계 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올해로 30년째 근무하고 있는 MD앤더슨 암센터의 `Making Cancer History(암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라는 모토를 묵묵히 실현해가고 있다. 홍 박사의 성대 보존 후두암 치료법은 미국 암협회의 `100대 희망 스토리` 중 세 번째로 올라 있다.
홍 박사는 그동안 689편의 연구논문, 11권의 책을 저술했고 17개 과학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그의 밑에는 17개 학과 350명의 교수가 연간 1만2000여 명의 암환자를 돌보고 있다.
홍 박사가 의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가족 영향을 많이 받았다. 큰아버지가 한의사였고 일곱 남매 중 맏형이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홍석기 박사ㆍ1999년 작고)였다.
1942년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홍 박사에게 맏형 홍석기 뉴욕주립대 교수는 그가 가장 닮고 싶은 롤 모델이었다. 홍 박사가 1967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0년 6월 미국으로 떠난 것도 고 홍석기 교수의 영향이 컸다. 그는 도미 후 갖은 고생 끝에 1973년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암 연구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 초반 보스턴 재향군인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할 때 암 환자가 많이 찾아왔어요. 환자 900명 중 100명이 암 환자였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로 제대하고 고향에 돌아온 군인들이 정신적인 충격으로 술ㆍ담배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러다 보니 암에 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런 환자들을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암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홍 박사는 돌보던 많은 암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반드시 암을 정복하겠다고 더욱 열심히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1984년 텍사스 휴스턴의 MD앤더슨 암센터로 초빙된 후 현재까지 이곳에 정착하고 있다.
홍 박사의 현재 직책은 `암치료부서 책임자(Head, Division of Cancer Medicine)`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매일경제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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