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는데,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별 다른 큰 반응 없는데…." (공인중개사)
19일 서울 강남지역에서 만난 많은 공인중개사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컴퓨터 모니터로 '곧 강남3구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수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전화 한 통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방침 역시 어떠한 약발도 없었다고 전했다.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띄운다는 비판에도 갖가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정부의 의지가 무색해진 순간이다.
일부에서는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봄이 오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날 찾은 강남 아파트들은 짙은 안개 속에 묻혀 전망이 어려운 모습이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 전망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부동산 대책에 시장은 무반응... "최근 거래도 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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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보함' 강남 아파트 지난해 12월 초 7억5천만원까지 내려갔던 은마아파트 102㎡(31평)형의 거래가격은 2월까지 9억원으로 오른 후, 그 가격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모습이다. |
ⓒ 선대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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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중순까지 싼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거래가격이 상승했다. 지난 2월 강남 3구의 거래량은 전달보다 200여 건 늘어난 1210건에 달해, 2006년 12월 1642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심리 탓이 컸다. 하지만 급매물이 사라진 2월 중순 이후 거래는 끊겼고, 가격은 더 이상 오르지 못했다.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에서는 문성민(가명) 대표가 주변 공인중개사무소 몇 군데에 분주하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8억8천만원 102㎡(31평)형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찾기 힘들다"는 말만 돌아왔다.
문 대표는 기자에게 "오랜만에 매물을 찾는 손님 전화가 와서, 주변 부동산에 매물이 있는지 연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월까지 거래가 적지 않았는데, 최근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대책의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모두 4424세대의 은마아파트 거래량은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60여 건이었지만, 그 이후부터 현 시점까지는 10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초 7억5천만원까지 내려갔던 102㎡(31평)형의 거래가격은 2월까지 9억원으로 오른 후, 그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은마아파트 상황과 비슷하다. 218㎡(65평)형의 경우, 지난해 11월 18억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 2월까지 18억~20억원대의 매물이 팔려나갔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 급매물 가격은 한 달째 20억원으로 약보합세다, 최근엔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 재건축 대상 단지인 개포동 주공아파트 4단지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42㎡(13평)형의 경우, 매도자들은 7억원에 시장에 내놓고 있는데, 매수자는 6억7천만원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고 있다, 1월과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양치기 소년' 정부, 정책 집행 신뢰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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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218㎡(65평)형의 경우, 지난해 11월 18억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 2월까지 18억~20억원대의 매물이 팔려나갔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 급매물 가격은 한 달째 20억원으로 약보합세다, 최근엔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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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까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강남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지만, 현재 시장은 '약보합세'다. 이는 정책 집행의 신뢰를 잃은 정부 탓이 크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였다.
집값 상승의 파괴력이 큰 강남지역 3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시장참여자의 신뢰를 잃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사안과 관련해, 지난해 10월부터 정부에서 "적극 검토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여태껏 정책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1~2월 여러 차례 "바로 결론을 내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자, 이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올해 초 집값이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종환 장관은 말뿐이었고, 오름세는 금세 꺾였다.
이런 상황에서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8일 "필요하다면 즉시 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반응이 미미했다. 이미 '양치기 소년'이 된 정부의 정책 발표를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상가의 한 공인중개사는 "노무현 정부가 대못질한 부동산 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뺀 것도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하는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 자체가 규칙 없이 부동산 정책을 다루고 있다"며 "사람들이 정책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는 더욱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보여준다. 정부에서는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는커녕 개정안도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서둘러 발표하고 16일부터 시행에 나섰지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법 통과가 어렵다"고 밝혀 황당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더욱 황당한 것은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가 거래 활성화라는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부동산 투기만 부채질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인기(가명)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다주택자는 돈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정부가 집값 상승을 유도하고 있고 금리까지 떨어지니, 다주택자들이 굳이 지금 집을 팔 이유가 없다. 오히려 집을 더 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약발 떨어진 부동산 정책, 남은 건 정부의 '사기'"
강남 부동산 시장 현장에서는 시장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의견과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란 의견으로 나뉘었다.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가 현실화되면,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완화되면서 시장에 돈이 공급돼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 상승이 가시화되면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매수자들이 시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투기지역 해제 약발은 이미 다 반영돼 1~2월에 올랐다"며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긴 힘들다. 올라도 '반짝'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남은 건 정부의 '사기'다, 앞으로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부동산 대책이 더 이상 약발을 받지 않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경기 상황이 좋아진다는 낙관론을 퍼트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매수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게 된다. 어느 순간, 왜곡된 가격(거품)이 붕괴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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