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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서글픈 歷史

촛불 든 10만여명 “국민뜻 모아 민주주의 후퇴 막자”

[6·10 범국민대회]
밤 되며 인파 몰려…“이 대통령 사과·강압통치 중단”
일부 시민 “독재 타도”…경찰 강제해산 뒤 24명 연행
쌍용차 노동자들 “해고는 살인이다” 팻말 펼쳐 들어
한겨레 길윤형 기자 김민경 기자 이경미 기자
» ‘6월항쟁 계승·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10일 저녁 서울·부산·광주·전주·창원·천안·춘천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열렸다. 서울광장(왼쪽 사진부터), 부산 서면 주디스태화 앞 도로, 광주 금남로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민주주의 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부산/연합뉴스, 광주/뉴시스
 

광장은 다시 촛불의 바다가 됐다. ‘6월항쟁 계승·민주회복 범국민대회’(범국민대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광장에는 시민 10만여명(경찰 추산 2만2000여명·주최 쪽 추산 15만명)이 모여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는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이명박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

 

» “강압통치중단”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야5당과 4대 종단, 시민들이 10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범국민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강압통치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날 오후 6시께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인파는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태평로로 넘쳐 덕수궁 대한문 앞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은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의 선창에 맞춰 “강압통치 중단하라”, “부자정책 그만두라”, “민주주의 수호하자”, “이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구호가 이어질 때마다 촛불이 넘실댔다.

 

광장은 깃발의 바다이기도 했다. “법무장관, 중수부장 파면하라”는 민주당의 깃발과 “사람 죽이는 구조조정 중단하라”는 민주노총의 깃발이 함께 펄럭거렸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가 적힌 주황색 헝겊팻말을 펼쳐 들었고, 뒤늦게 광장에 도착한 30~40대 ‘넥타이부대’들은 “이명박은 뻥장이”라고 적힌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의 손팻말을 흔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마스크 처벌법’을 비웃듯 금색·은색 마스크를 쓰고 광장을 찾았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등에서 “함께 살자”고 적힌 구호가 빛났다.

 

범국민대회는 애초 예정보다 조금 늦은 저녁 7시30분께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이 단상에 올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인한 충격과 슬픔을 통해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인권, 약자에 대한 배려, 사회적 연대 등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6월 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를 앞우고 시민들이 발언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씨가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고 이한열씨의 어머니 배은심씨와 고 박종철씨의 아버지 박정기씨는 개회사에서 “22년 전 6월항쟁의 본거지 서울광장에서 여러분을 뵙게 돼서 감개무량하다”며 “22년 전처럼 전체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국민의 뜻을 성공적으로 모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한성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이 대통령의 사과, 검찰·경찰을 앞세운 강압통치 중단’ 등 대정부 4대 요구안이 포함된 ‘6월항쟁 계승·민주회복 범국민대회 결의문’을 낭독했다.

행사 2부 ‘노 전 대통령 추모 및 민주회복 문화제’에서는 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우리나라’, 민중가수 손병휘씨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노래 중간에는 ‘용산 참사’ 유족, 촛불 여고생 송조은양, 37살 평범한 직장인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공연이 무르익으며 시민들은 “6월 정신 만세, 민주주의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며 촛불 파도를 탔다. 평화의 나무 합창단 30여명은 노 전 대통령의 상징이 된 노래 ‘상록수’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화여자대학교 민주동우회’라는 깃발을 들고 광장을 찾은 이대 민주동우회 사무국장 배외숙(44)씨는 “대학 4학년이던 1987년에도 사람들이 ‘독재 타도, 민주 쟁취’라는 요구를 들고 나왔다”며 “그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오늘의 현실이 절망스럽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있어 희망을 갖는다”고 말했다.

시민 박동수(26)씨는 “87년 항쟁의 22주년이라고 하지만 오늘은 책에서 본 1987년 상황과 똑같다. 민주주의의 위기다”라고 말했다. 송효종(62)씨는 “이 대통령이 언론을 장악하고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취임 초 서민 경제를 살린다고 했는데 물가는 오히려 오르고 경제는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범국민대회 공식 행사는 밤 10시20분께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 6·10 범국민대회의 민주회복 4대 요구안 내용

이날 범국민대회를 불허한 경찰은 242개 중대 2만2000여명, 물대포차 8대, 방송차 6대, 조명차 2대 등을 서울광장 주변 무교로·을지로·소공로·태평로 등에 배치했다. 경찰은 청와대로 이어지는 세종로 네거리 등 무교로·태평로 일대를 차벽으로 막았으며, 밤 11시5분께 전격적인 해산작전에 들어가 집회가 끝난 뒤 태평로에서 대치하던 수천명의 시민들을 인도로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시민 24명을 연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변호사·법학교수도 시국선언

 

6월 민주항쟁 22주년 기념식

 

길윤형 이경미 김민경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 2009.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