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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개발 이후 기획부동산 다시 기승

 

#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요즘 아버지가 덜컥 계약해버린 경기도 여주 땅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4대강 개발로 근처 여객터미널이 생기는 호재가 있다는 기획부동산의 소개에 아버지는 주변 임야를 3.3㎡당 100만원에 산다고 계약하고 아들에게도 땅 살 돈을 일부 빌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땅은 도로와도 멀리 떨어진 맹지로 잘게 필지가 쪼개져 개발도 어려운 땅이었다.



 

 

#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말에 기획부동산을 통해 경기도 가평 일대 산지 330㎡(100평)를 계약한 이 모씨. 그러나 막상 확인해보니 경사가 너무 심해 골프장이 들어서기 어렵고 잘개 쪼개진 땅 때문에 개발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씨는 그냥 가계약금 20만원을 날리기로 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시중 유동자금이 늘어나면서 다시 기획부동산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는 곳은 경기도 여주, 양평, 가평 일대. 주로 4대강 개발이라는 국책사업이나 골프장, 리조트 설립이라는 지역 개발사업을 과장해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신도시 발표로 들썩거린 용인 모현, 광주 오포, 동계올림픽 후보지인 강원도 평창과 횡성 일대에서 기획부동산의 주요 수익처가 지난해부터 경춘선 라인과 남한강 일대로 이동한 셈이다.

기획부동산은 흔히 미리 땅을 매입한 후 지역 개발 호재를 과장해 높은 가격에 되팔아 이익을 얻는 영업조직 또는 소규모 컨설팅회사를 의미하며 매입과 매도를 직접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중개소와는 구분된다. 기획부동산의 대표적인 영업방식은 한동안 거래가 없던 임야를 싼 가격으로 대량 매집해 10~20배 가격으로 되파는 것이다.

요즘은 필지 분할이 제한돼 있다 보니 땅주인이 미리 잘게 쪼개 놓은 땅을 주로 판다. 재개발사업에서도 지분이 쪼개져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개발이 어려워지듯이 개발이 가능한 땅도 필지가 잘게 나눠지면 도로건설 등을 두고 이해관계가 갈려 개발 혜택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토지 전문가들은 개별등기가 불가능해
지분등기를 해야 하는 토지라면 쓸모없는 땅이 될 위험이 있어 투자에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지역 호재를 부풀려 매도를 부추기는 것도 고전적인 수법이다. 재작년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린 경기도 광주 오포에서는 당시 서울 강남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 투자자를 대거 현장으로 데려가 즉석에서 계약을 성사시키곤 했다. 이때 3.3㎡당 300만~500만원을 호가하던 토지는 지금 시세가 3.3㎡당 100만~150만원 정도로 주저앉았고 그나마 거래가 되지 않는다.

경기도 여주 일대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운하 사업 얘기가 나온 작년 초부터 여주 땅에는 '대운하 수혜 예정지' 아닌 땅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개발 예정지도 결정 고시가 나기 전에는 여러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뜬소문만 가지고 투자를 권유하는 기획부동산의 영업 때문에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의 영업수법은 베테랑 투자자들 역시 계약금을 꺼내게 할 정도로 치밀하다.

경기도 광주 오포에 사는 김종언 씨는 "현란한 말솜씨로 개발계획을 근사하게 포장해 소개하는데 공인중개소 영업을 20년간 한 나도 잠시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였다"며 "기획부동산 쪽에서 사람들을 대거 동원해 계약자들로 북적거리는 사무실 분위기를 연출해 별 생각 없이 들어온 사람도 계약하게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 일대에서 휘황찬란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100평가량의 사무실에서 고객들은 기획부동산의 부실한 재무상황 등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기획부동산에서 토지를 매입해 입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계약 전 반드시 지번을 확인해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주변 관공서나 설계사무소에 가서 개발계획이나 도로사정, 토지규제 등을 다시 검토할 필요도 있다.

 

 

매일경제  200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