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대변혁/ 상가투자 전문가 코칭]
6000여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 김모씨는 돈을 불릴 재테크 수단을 찾는 중이다. 주식투자는 왠지 두려움이 앞서고, 펀드나 기타 금융 상품으로 수년간에 걸쳐 한 자릿수 수익률을 올리자니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파트를 사기엔 돈이 턱없이 부족하고, 땅을 사자니 기획부동산에 속을까 두렵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김씨는 상가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들어서는 테마쇼핑몰에서 좋은 자리만 분양 받을 수 있다면 주식보다 안정적이고 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 테마쇼핑몰에는 넓은 매장을 몇 개로 나눈 구좌분양상품이 있으니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다. 김씨도 그 속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가 지적한 상가투자 실패의 원인은 이 같은 막연한 기대감과 욕심, 그리고 상가와 상권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다.
◆상가보다 상권이 중요하다
분양가 10억원 상당의 상가 매장에 투자할 사람들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장을 10개로 쪼개 1억원씩 10명의 투자자에게 분양한다. 이것이 바로 구좌분양상품이다. 상가가 들어선 곳도 역세권인데다 관리회사에서 매장을 관리해줄 것이므로 투자자 입장에선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골치 아플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선 대표는 "이 같은 생각은 단지 환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서울 동대문시장 개발을 계기로 구좌분양상품이 대중화됐다. 하지만 동대문시장은 전국광역상권이란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 구좌분양상품에 투자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수익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그는 "중요한 것은 상가와 매장이 아닌 상권"이라며 "상권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소액투자자들이 이런 함정에 쉽게 빠진다"고 덧붙였다.
◆고수익 욕심을 버리자
모든 재테크가 그렇겠지만 상가투자 역시 고수익을 지나치게 좇다보면 실수를 부르게 된다. 선 대표는 상가투자의 보편적 수익률을 연 6%대로 보고 있다. 이 정도의 수익률만 나올 수 있다면 성공적인 투자로 봐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가투자자들 상당수가 연 8% 이상의 수익률을 노리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시행사의 과장 광고에 현혹되기 십상이고, 시장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1억원 미만은 원룸-오피스텔
선 대표는 "1억원 미만의 소액으로 부동산투자를 하고 싶다면 상가보다 원룸이나 소형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약 소액으로라도 반드시 상가에 투자하고 싶다면 수도권 일대 단지 내 상가 중 유찰된 점포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선 대표는 "유찰된 상가 중 10% 정도는 소액투자로 적합한 상품이 있다"며 "유찰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본 뒤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즉 가격이 비싸서 유찰 된 것인지, 주변에 큰 상권이 있어서 상권 충돌이 있는지 또는 배후 단지 주민들의 소비력이 약하기 때문인지 등 유찰 원인을 알아봐야 한다.
◆부동산개발 논리로 접근하지 말라
대세론에 현혹돼서도 안 된다. 예컨대 서울 잠실 재건축단지에 들어서는 상가는 누가 봐도 상권이 좋다. 하지만 근린상가의 경우 전용면적이 분양면적의 55%내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공급가격이 3.3m²(1평)당 1억5000만원대인 상가에서 66.11m²(20평)를 분양받을 경우 30억원 가량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용면적은 겨우 36.36m²(11평)에 불과하다.
선 대표는 "이런 경우 투자자들 눈높이를 기준으로 8% 수익률을 노린다면 보즘금 2억원에 월세 12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서 영업을 하려는 임차인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즉, 인기 상권이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란 생각은 금물이다. 부동산개발 논리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금리 변동성을 생각하자
상가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은행 대출로 충당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보통 투자금의 30%정도는 융자를 활용하기 마련이다. 많게는 40~50%까지 융자로 충당하려 한다. 이런 경우 초기 투자비용은 줄였을지 몰라도 금리가 오른다면 현실적으로 해결책이 없다.
선 대표는 "서울시의 경우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환산보증금 2억6000만원 범위에 있는 임차인에게 5년 간 임차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며 "만약 금리가 변한다면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는 바로 증가하지만, 임대료에는 즉시 전가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상가투자 시에도 레버리지 효과를 지나치게 누리려다보면 위험할 수 있다.
◆신탁사와 시공사에 현혹되지 말라
상가 활성화를 책임지는 곳은 시행사다. 신탁사와 시공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신탁사가 투자 원금을 보장해 줄 것으로 오해해서도 안 된다.
선 대표는 "동대문 굿모닝시티 사건을 계기로 상가 신탁제가 의무화됐는데 신탁사에 대해 오해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신탁사는 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보장해 줄 뿐 원금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택의 경우 시공사가 중요하겠지만 주상복합 상가라 해도 시공사가 상가 활성화를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라
깨알 같은 글씨로 작성됐다고 해서 계약서를 소홀히 살펴보면 안 된다. 중요한 예를 들어본다면 준공예정일과 잔금 지급일이 정확한 날짜로 표기돼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최소한 계약서에 '준공예정일 2008년 5월, 잔금 지급은 준공 후 15일 이내' 등으로 명시돼야 한다. 만약 준공예정일이 언제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막연히 '준공 후 15일 이내 잔금 지급'으로 적혀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적으로도 잘못된 것이다.
또 잔금 지급 날짜가 5월30일인 경우에는 투자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 선 대표는 "6월1일을 기준으로 재산세가 부과된다"며 "5월 30일에 등기가 발급되면 재산세를 납부해야 되므로, 5월에 물리는 계약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상가경매, 방심하면 큰일나요
지난 2008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이모씨는 영업이 잘 되면서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다만 비싼 가게 임대료가 문제였다. 결국 이씨는 매장을 하나 사기로 결심했고, 인근 지역에 나온 경매 물건을 만족할 만한 가격에 낙찰 받았다.
기쁜 마음에 이씨는 인테리어 업자와 함께 상가를 찾아갔지만 관리사무소장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어야했다. 이씨가 낙찰 받은 상가의 관리비가 무려 1000만원, 전기세는 500만원 정도나 밀려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씨가 밀린 관리비와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어떤 영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가경매의 가장 큰 장점은 직접 분양받는 것과 달리 시세차익과 임대수익이란 두마리 토끼를 모두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경매 낙찰가가 적어도 감정가의 80% 수준인 것에 비해 상가는 50~70% 수준에서 낙찰 받을 수 있다. 금융위기 때는 서울지역 상가경매 낙찰가가 40% 수준이었을 정도다. 권리금이 없다는 것도 상가경매의 매력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상가경매 시장에 뛰어들면 이씨처럼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시장에 나온 상가의 경우 관리비나 전기료, 가스료 등 세금이 미납된 경우가 있고, 그 금액이 상당히 클 수 있다"며 "경매에 참여하기 전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이에 대해 알아보고 낙찰가를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낙찰을 받은 후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면 명도 전에 소유주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분양을 받을 때 뿐 아니라 경매 시에도 상가의 옥석을 구분하는 것은 필수다. 주택의 경우 임대료를 크게 낮춘다면 임차인을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상가는 그렇지 않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강 팀장은 "40% 수준에서 낙찰 받는다면 무조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해당 상가가 경매 시장에 나온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가가 경매시장에 나오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장사가 잘 안 되거나 소유자의 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상권은 좋은데 소유주의 부채가 과해서 경매에 나왔다면 응찰 할 가치가 있다"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장사가 안 되서 나온 물건이라면 누가 투자해도 극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즉, 가격이 싸다고 해서 무조건 응찰하면 위험하다는 얘기다. 경매 물건의 상권, 임대료 수준, 공실 정도, 건물의 노후도 등을 따져 수익률을 분석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상가경매 시에도 상가임대차보호법에 근거해 임차인에 대한 권리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머니위크 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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