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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삶)/-. 건강 & 레져

술에 쓰러지는 여성들

 


 

(앵커) 알코올 중독 환자라고 하면 주로 중년 남성을 떠올리실 텐데요.

최근엔 20대 여성들 가운데 중증 알코올 중독 환자가 많다고 합니다.

왕지웅 기자가 입원 치료중인 여성 환자들을 만났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왕지웅 기자 = 경기도 의왕의 한 알코올중독 전문 치료병원.

약 270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고 이 중 35%가 여성입니다.

입원 중인 여성 환자 가운데 20대가 13%, 30대가 40%를 차지합니다.

(인터뷰) 이종섭 병원장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입원환자 중 20대와 30대 여성의 비율이 53%다. 이들 나이대 여성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인터뷰) 이효리 (가명, 28세)

"대학교에서 동아리에서 여자 후배들이 잘 마시거나 하면 선배들이 잘 마신다고 떠받들어 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 것 때문에 많이 먹게 됐고 이상한 자신감 같은 것이 많이 있었다."

(인터뷰) 남상미 (가명, 35세)

"상사들이 거래처를 만나는 자리에 빠지면 싫어하는 눈치였다. 피하면 다음 날 말이 나왔다.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이 많았고 스트레스가 됐다. 그런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돼 버렸다."

젊은 여성들이 생활을 멈추고 입원까지 해야 했던 건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안주도 거의 안 먹는 술자리의 연속.

혼자 있을 때조차 술을 놓지 못 했고, 잠에서 깨어나 기력이 부칠 때도 제일 찾는 건 술이었습니다.

(인터뷰) 이효리 (가명, 28세)

"술 자체가 순간적인 힘을 내게 해준다. 영양소는 없는데 고열량이라서 그 것만 먹어도 힘이 났다. 하지만 깨고 나면 기운이 없는데 그 때 또 술을 먹으면 또 기운이 나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니까 의존이 됐던 것 같다. 안주라고 해봤자 과일 몇 조각이나 우유 한 잔 정도를 먹었다."

(Q) 그래도 밥을 아예 안 먹지는 않았을 텐데 술을 먹을 땐 밥을 일주일에 몇 끼 정도 먹었나?

(인터뷰) 이효리 (가명, 28세)

"많이 먹으면 한 끼 정도 먹었다. 거의 안 먹었었다. 술만 먹어도 배고픔을 못 느낀다. 속이 마비가 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인터뷰) 남상미 (가명, 35세)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혼자 술을 먹을 때기 특히 괴롭고 외롭고, 우울하고 그랬던 것 같다. 과거의 일을 많이 생각하면서 먹으면 술을 깰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잠에서 깨어나도 또 술을 먹어야 잊어지니까..."

이 곳에서 만난 젊은 환자들은 하나같이 술을 자주 많이 마시는 것이 병인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또 주변에 워낙 많은 여성들이 술을 먹기 때문에 치료를 생각한 적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얼마나 무서운 병이고 회복하기 어려운 병인지 표현조차 어려울 정도라며 술이 몸과 마음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남상미 (가명, 35세)

"이 병을 않고 있는 현대인들이 너무나 많지만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숨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내 주위에도 창피해서 혹은 자신의 지위 때문에 감추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하지만 그렇게 감추다 보면 결국 죽는 길밖에 없다. 그게 정말 무서운 것이지만 무섭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악화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인터뷰) 이효리 (가명, 28세)

"술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술은 치명적이고 만성적이며 교활한 병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술보다는 더 좋은 해결방식으로 풀 수 있을 테니까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인터뷰) 전용준 원장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여성은 알코올을 분해시키는 효소가 남성의 절반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똑같은 양의 술을 먹었을 때의 피해가 남성보다 2배 이상이다. 여성들은 또 불면증이나 피부미용, 골다공증의 위험이 극도로 높아질 수 있어 아주 안 좋은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만 도를 넘은 술자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골드미스로 불리는 전문직 여성들의 알코올중독도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술을 잘 먹는 것도 능력이라는 인식과 술을 잘 마시는 여성을 치켜 세우는 그릇된 회식 문화가 젊은 여성들을 알코올중독의 늪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2010.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