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시민 상대 전면전 불구 시위대열 속속 증가
대학생들도 중간고사 거부하고 시위 참여
"군사정권이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와 민주주의를 원한다"
미얀마의 반(反)정부 민주화 시위에 군사정권이 발포를 동원한 폭력진압으로 맞서며 유혈사태가 빠르게 격화되고 있다. 스님들이 주도한 시위가 28일로 11일째로 접어든 상황에서 시위대에는 서서히 학생과 일반시민들까지 가세, 거대한 항쟁의 양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군정은 소요상황이 시시각각 해외로 전해지며 국제사회의 지탄이 비등해지자 1988년 항쟁 때처럼 현지 통신수단을 막는 봉쇄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군정의 유혈 폭력을 목도한, 뜨거운 민주화의 열망을 가누지 못하는 미얀마 국민들은 양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상황을 각종 매체를 통해 외부로 전하며 도움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답지한 미얀마 국민과 현지 외국인들의 이메일 제보에 따르면 미얀마 군경은 발포를 포함한 각종 폭력을 동원, 시위대를 유혈진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대도시인 양곤의 한 주민을 익명을 요구하면서 "27일 시위 군중들은 군인들에게 '당신들의 임무는 시민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며 항의하고 있지만 군인들은 총을 쏘고 최루탄을 터뜨리며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라는 이름의 한 시민은 도심 여행자호텔 앞에서 "2천여명의 군중이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었으나 군인들은 스님들에게 머리를 숙일 것을 강요하며 곤봉으로 때렸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을 가득 실은 20여대의 트럭이 도심으로 향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군정은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전면전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와이라는 시민은 양곤 거리에서 많은 시체들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경이 총격을 가해 많은 시민들을 죽여놓고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를 감추기 위해 시체를 치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무고한 구경꾼들마저 총을 맞고 쓰러지고 있다며 비명을 질렀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는 "군인들이 도심의 한 사찰 1층으로 달려와 주지의 목을 잡고 끌어냈으며 다른 스님들을 곤봉으로 두들겨 팼다"고 전했다. 또 잠자던 수행자들을 깨워 도망간 스님들의 행방을 캤다면서 군인들은 마치 저항군을 공격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군인들이 시위 중심지인 양곤 도심 쉐다곤탑(塔) 주변에서 전열을 갖춘 뒤 불경을 외던 스님들을 공격했다"면서 30여명이 크게 다쳐 병원에 실려갔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서 여성들이 폭력의 희생양이 됐다고도 했다.
양곤의 한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한 스님이 뇌가 노출될 정도로 머리를 크게 다쳐 실려왔고 곧바로 숨졌다. 다른 2명의 스님은 중태로 치료를 받고 있다. 많은 운전기사들은 다친 스님들을 병원으로 실어날랐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군정이 더러운 전술을 쓰고 있다면서 총을 쏘는 대신 총 개머리판으로 사람들을 무차별로 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군경의 폭력에도 미얀마 국민은 좀처럼 굴하지 않을 태세다. 학생들도 시위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중간고사를 거부하고 강의실을 빠져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한 시민은 "나는 국민의 힘을 믿는다. 군정은 20여년에 걸쳐 우리 국민들을 참혹하게 만들었지만 이제야말로 국민들이 단결할 때"라며 "다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는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카이카이라는 시민은 "우리는 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평화를 바란다"면서 "더 나은 미래와 민주주의를 바라는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군정에 압력을 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양곤의 선이라는 시민은 "10만명의 스님이 시위에 나섰으나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며 "우리는 미얀마의 변화를 원하지만 이 변화가 더 나은 미래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이라는 외국인은 "미국이 정말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중국의 미얀마 군정지지를 경고하고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말해야 한다"며 "경제제재 등 그밖의 다른 모든 것은 웃음거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라는 외국인은 "군정이 인터넷 회선을 줄여 접속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군정은 아마 인터넷과 전화선을 끊어 어떤 정보도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할 것"이라며 군정의 봉쇄조치를 우려했다.
소에소에라는 시민은 "많은 사람들은 조만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스님들에 이어 학생과 노동자, 군인들이 참여할지 알 수 없다"며 "이번에는 1988년과 같은 유혈사태가 없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2007년 9월 28일 (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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