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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혼란한 世上

金위원장 깜짝 영접했지만…2% 부족한 감동(남북정상회담)

 

일부 여성 눈물 글썽
金위원장 예고없이 등장 또한번 깜짝영접

의장대 사열하는 남북정상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일 평양시 4ㆍ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며 나란히 걷고 있다.
◆ 남북 정상회담 ◆

`형식은 파격이었지만 왠지 2%가 부족했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7년 만에 남북 정상이 다시 한번 손을 맞잡는 모습도 `파격`으로 시작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공항 영접 때와 마찬가지로 예정에 없던 `깜짝쇼`를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갑자기 공식 환영행사장 장소를 변경하면서 4ㆍ25문화회관에 예고 없이 등장해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 전 세계 언론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두 정상은 굳게 손을 맞잡았다. 2000년에 이어 남북관계의 역사를 또다시 새로 쓰는 순간이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무개차에 올라 평양 시내를 누비며 북한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평양 방문 때에도 무개차 퍼레이드는 없었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당초 계획된 행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깜짝쇼`를 이미 2000년에 한 번 경험했기 때문인지 그 파괴력은 다소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특히 2000년 당시 선글라스를 끼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였던 김 위원장은 과거보다 경직된 표정으로 노 대통령 일행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뜨거운 포옹도 없었다. 2000년처럼 양 정상이 차량에 동승하는 파격도 선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첫 만남이 형식적으로는 극진한 환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영접에 다소 긴박감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번 회담이 두 번째일 뿐 아니라 과거 경험을 통해 깜짝쇼에 대한 면역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이번 영접은 외교적으로 봐도 최고의 예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 청와대에서 평양까지 4시간

= 청와대에서 평양까지는 자동차로 채 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2일 아침 권양숙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차량으로 청와대를 출발해 오전 9시께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한 후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달려 오전 11시 30분께 평양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은 이동 중 차창 밖으로 비치는 북측 산하를 바라보며 많은 상념에 잠겼을 것으로 보인다.

11시 40분께 평양 시내 인민문화궁전 앞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으며 미리 대기하고 있던 무개차에 나란히 올라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과 무개차에 선 채로 서로 얘기를 나누며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카퍼레이드는 평양시 중구역 인민문화궁전 앞에서 평양시 대성구역 4ㆍ25문화회관까지 6㎞에 걸친 왕복 6차선 도로에서 20분 남짓 이뤄졌다.

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은 카 퍼레이드를 하는 동안 평양 시내의 건물과 지리, 최근 날씨 등을 화제로 담소를 나눴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연도에는 평양 시민 수십만 명이 진달래 형상의 분홍색과 자주색, 붉은색 꽃다발을 흔들며 반가운 표정으로 "만세" "조국통일" "환영"이라는 함성과 함께 노 대통령 일행을 맞았다. 일부 여성들은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김정일 위원장과 역사적 만남

= 노 대통령은 낮 12시 정각에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나란히 무개차를 탄 채 김정일 위원장이 기다리는 문화회관 광장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5분 전부터 광장에서 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천천히 차에서 내린 뒤 10m 정도를 걸어 김 위원장과 악수했다. 간단한 인사말을 서로 나눴지만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곧바로 권양숙 여사와도 악수를 했다.

이어 두 정상은 문화회관 광장에 깔린 붉은색 카펫을 밟으며 나란히 북한 육해공 3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2000년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군악이나 축포는 없었다.

노 대통령은 북측 전희정 김정일위원장 의전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북측 고위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노 대통령이 북측 여성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높이 들자 정장과 한복을 차려입은 평양 시민들이 함성으로 화답했다.

김 위원장도 남측 공식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다른 수행원들은 모두 고개를 약간씩 숙였지만 김장수 국방장관만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두 정상은 낮 12시 6분께 나란히 연단에서 북측 의장대의 사열을 지켜본 뒤 평양 시민들의 계속되는 함성에 답례했다. 노 대통령은 계속 손을 흔들었고 김 위원장도 가끔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12시 11분께 두 정상은 다시 악수를 나눈 뒤 각각 다른 차에 올랐다. 2000년과 같은 `깜짝 동승`은 없었다. 노 대통령은 전용차로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 도착해 남측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평양 = 공동취재단 / 서울

 

 

매일경제  2007.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