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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혼란한 世上

이라크 전쟁은 석유 때문

 

그린스펀, 회고록 ‘격동의 시대’서 美 역대 대통령 평가 닉슨 똑똑하나 의심·편견 많아… 레이건 결단력 최고 클린턴 훌륭한 지도자… 現 부시, 내 충고 안받아들여

앨런 그린스펀(Greenspan) 전 미 FRB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5일 회고록 ‘격동의 시대’(The Age of Turbulence)에서 미국 역대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리처드 닉슨(Nixon)과 빌 클린턴(Clinton) 대통령을 매우 똑똑한 대통령으로 꼽았으며, 로널드 레이건(Reagan) 대통령은 자유시장 논리를 가장 확신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린스펀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 “이라크전이 대체로 석유 때문에 일어났다는 주지의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점을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자서전에 나오는 역대 대통령 평가 요약.

◆리처드 닉슨=매우 똑똑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의심이 많고 편견이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한 고위관료가 닉슨을 반(反)유대주의자라고 비난하길래, 닉슨은 유대인뿐 아니라 이탈리아인, 슬라브인 등 모든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해줬다.

◆제럴드 포드=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한 정상적인 능력을 갖고는 있었으나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적이 없어서 추진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경제개혁을 위해 수년간 헌법개정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미 카터=민주당 출신인 카터와 공화당 지지자인 나는 별 인연이 없었다. 월스트리트의 경영컨설팅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이던 카터를 두 차례 만났을 뿐이며 서로 친하지도 않았다. 내가 공화당 출신인 포드 대통령을 위해 일한 ‘포드 맨’인 반면, 카터 대통령은 포드를 누르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레이건은 종종 “정부는 개인이 서로 다투면서 서로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고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연설했다. 이러한 연설에서 레이건의 보수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당시의 보수주의자 가운데 레이건만큼 사회적 이슈에 대해 결단력 있게 행동한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과거 포드 대통령 시절처럼, 백악관과 FRB가 협조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부시 시절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 냉전 종식, 걸프전 승리,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협상 등 엄청난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경제는 좋지 않았다. 결국 부시와의 관계는 아주 나쁘게 끝났다.

◆빌 클린턴=사실에 입각해 국가경제 전반을 직관하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재정적자 감축계획을 과감히 추진하는 정치적 용기를 발휘했다.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금융위기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가 이를 수용해 과감한 긴축재정을 펼쳤다. 결국 대규모 재정흑자를 일궈낼 수 있었다.

◆조지 W 부시(현 대통령)=2000년 대선에서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긴축재정과 자유시장의 이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만한 재정지출이 따르는 법안들을 거부할 것을 그에게 권고했으나 그는 정치적 갈등을 두려워해 전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는 보수파의 근간인 긴축재정을 통한 작은 정부 지향 원칙을 버렸고, 재정적자를 부풀리는 잘못을 범했다. 


[김기훈 특파원(뉴욕) khkim@chosun.com]


조선일보  200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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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석유 때문? 이라크전 논쟁 재점화

 

 

이라크전쟁은 석유 때문?

 

전쟁 시작 4년 반이 흐른 시점에 또다시 이라크전쟁의 진짜 이유를 따지는 논쟁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말 한마디에 실린 신뢰와 무게감을 앞세워 18년간 ‘금융 대통령’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7일 출간한 회고록(‘격동의 시대’)에 쓴 한 구절이 불씨가 됐다.

 

그는 “이라크전쟁은 대체로 석유전쟁이라고 진실을 말하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현실이 서글프다”고 썼다. 그러나 왜 이렇게 판단하는지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의 비밀 핵 개발을 막아야 한다며 전쟁 동의를 요구했으나, 끝내 대량살상무기(WMD)는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05년 2기 행정부 취임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 확산’을 명분으로 슬쩍 바꿨다.

▽한발 빼는 그린스펀=CBS방송은 16일 밤 간판 프로그램인 ‘60분’ 가운데 30분을 할애해 그의 삶을 조명하면서 ‘석유전쟁’ 질문을 빼놓지 않았다.

 

진행자는 “부시 행정부는 석유는 상관없다고 말해 왔다. (국가 안보나 자유 신장과 같은 명분이 아닌) 석유 때문에 아들딸을 이라크에서 잃었다면 전사자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압박했다.

 

팔순을 넘긴 그린스펀 전 의장은 논란이 불거진 탓인지 한발 물러섰다. “경제정책 책임자인 내가 그렇게 봤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7일자 워싱턴포스트에서 그는 정권의 전쟁 의도는 석유가 아니겠지만, 자신은 석유 수출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장악을 기도하던 후세인(이라크 전 대통령)을 제거하는 결정은 미국과 세계 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고 믿어 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전쟁이건, 암살공작이건 후세인 제거 옹호론자”라고 소개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2003년 초 백악관의 한 중간 관리가 자신에게 “불행하게도 우린 석유 이야기를 꺼낼 순 없지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이라크전쟁을 수행 중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16일 TV에 출연했다. 그는 “중동지역 안정이 목표였고… WMD를 손에 넣으려는 불량정권이 있었고… 폭압적인 독재자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석유는 적어도 세 가지 이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언론은 신중… 블로그는 열기=미국의 주요 방송 및 신문은 그린스펀 전 의장의 발언을 보도했으나 ‘꼬리가 드러났다’는 식의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자에서 “석유전쟁이 진짜 이유라는 구체적 증거가 제시된 것은 없다”고 썼다.

 

그러나 데일리코스, 커먼드림스, 팀페인 등 반전 인터넷 매체는 ‘드디어 부시 대통령의 속셈이 들통 났다. 그것도 공화당이 임명한 현자(賢者) 그린스펀의 입으로’라는 취지의 글을 쏟아냈다.

 

진보단체가 자주 인용하는 자료는 부시 행정부가 비밀리에 작성했고 2002년 8월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이라크: 목표와 전략’이라는 보고서다. 보고서는 이라크 정책의 여러 목표 중 하나로 “국제 석유시장에서 생길 수 있는 돌발변수의 최소화”를 꼽았다.

 

▽지금 이라크는=석유 매장량 세계 3위인 이라크는 내부 종파 간의 석유 다툼이 한창이다.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이 원유 판매 수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놓고 다투면서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법제화를 요구해 온 ‘석유 배분법’은 2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미국이 전쟁 승리를 통해 이라크의 석유 이권을 노렸는지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확인하기 힘든 구조다.

이라크는 전쟁 시작 이후 무장 테러가 계속되고 있어 외국 석유자본의 개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지난해 말 추정한 일일 석유생산량인 213만 배럴은 전쟁 시작 전인 2002년(220만 배럴)에도 못 미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16일 “이라크 치안 상황이 안정되고 정상적인 해외투자 기회가 돌아온다면 국영화한 석유자원은 미국의 석유회사가 일부 채굴권을 가져갈 개연성이 크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0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