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窓)/-. 혼란한 世上

통합신당 ‘진흙탕 경선’

원칙 버리고 ‘너 죽고 나 살자’ 다툼만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국민경선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개인적 유불리만을 따지며 원칙을 훼손하는 세 경선 후보의 처신이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민주·개혁세력의 쇄신과 대통합을 외치며 시작했던 국민경선은 세 후보의 이전투구로 극도의 혼란상만 드러내며 국민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세 후보가 원내 제1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8차례의 지역별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정동영 후보 쪽은 지난 6일 적법 절차에 따른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구태적 행보를 보여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도용 사건에 캠프 인사가 직접 관련된 사실이 경찰수사 결과 밝혀짐으로서 국민경선 파행의 1차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처지다.

 

경선 규칙의 허점을 이용해 조직·동원 선거를 주도했으면서도 그에 대한 진솔한 반성은커녕,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집행을 방해한 것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할 처신은 아니라는 지적이 높다. 정 후보 쪽은 7일 ‘공권력을 동원한 정동영 죽이기 시도’라며, 이해찬 후보 쪽과 경찰이 연계된 것처럼 주장하며 반발했지만,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 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구태 정치’라고 비판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이해찬 후보 역시 후보들끼리 합의해 국민들에게 약속한 경선일정을 거부하는 등 ‘떼쓰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이해찬 후보 쪽은 “판을 깰 수도 있다”고 흘리며 거듭 경선일정 불참을 거론하고, 경선이 예정대로 치러지더라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를 하면서 사실상의 경선 불복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해찬 후보는 “6일과 7일로 예정된 지역 경선일정을 변경하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해, 경선일정을 ‘14일 일괄 투표’로 변경시킨 바 있다.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경선일정이 바뀌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 후보를 중심으로 세력화한 ‘친노 세력’이 세력 위축으로 정파로서 존립이 위협당하자, 정 후보 쪽의 조직·동원 경선을 빌미삼아 경선 불복의 명분을 쌓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정 후보와 이 후보가 정면 충돌하는 틈새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며 실리 챙기기에 급급한 행보를 하고 있다. 뚜렷하게 ‘경선 불참’을 얘기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경선 참여’를 분명하게 선언하지도 않고 있다.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유리한 입지를 노린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손 후보는 경선 초반 2위로 밀리자 칩거 소동을 벌이고 당의 합동연설회 일정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적이 있다.

 

통합신당에 참여한 시민·사회세력의 모태인 미래창조포럼은 7일 성명을 내어 “후보들의 이전투구로 국민적 실망이 극에 달했다”며 “경선 연기는 현실적으로 경선을 깨는 일이 될 것이며, 역사의 책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세 후보는 당 안팎의 비판에 귀를 막고 있는 듯하다

 

 

한겨레 | 2007-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