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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5월부터 최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보호를 받기 전까지 경기 양평에 마련된 컨테이너박스에서 숨어지냈다고 밝혔다.
삼성의 감시가 그만큼 집요하고 두려웠다는 얘기였다. “‘남은 인생을 쓸쓸히 살다가 뒷골목에서 황폐한 최후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일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통해 삼성측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협박과 회유를 받았음을 내비쳤다. 김변호사는 칩거하면서 ‘갈등’을 거듭했다.
삼성의 비리를 폭로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그의 인생이 끝날 수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김변호사는 “그동안 준비를 착착 진행했느냐고들 묻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다 뒤집는 이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루비콘강을 건너기로 결심한 뒤 양심선언을 하기까지의 과정도 험난했다.
김변호사는 “이번 문제의 공론화를 작정했을 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까지 가리라곤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 메이저 언론사, 시민단체 등에 얘기해봤지만 모두의 답변이 ‘불가’였고 절망감이 들었다”며 “독립운동하던 분들 심정이 이랬을까 싶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내가 누구랑 친하게 지냈는지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며 “삼성에서 모든 인맥을 동원해 나의 폭로를 막으려 했다”고 전했다.
삼성의 벽이 높을수록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진정 우리 사회가 이 정도라면 ‘내 인생을 걸고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하는 각오가 다져졌다”고 전했다. 아무도 삼성을 건드리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를 깨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생각이었다.
김변호사는 “삼성이 잘돼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이 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나라 살림을 좌우하는 경제규모의 삼성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순기능을 하는 중요한 기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그는 “ ‘대한민국=노무현’이 아니듯 ‘삼성=이건희’여서는 안된다”며 “삼성을 이씨 일가와 동일시하는 문제 때문에 갖가지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이 굉장히 단단하고 치밀해 보이지만, 그들이 벌인 게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 일단 균열이 생기면 봇물 터지듯 효과를 낼 것”이라며 “‘삼성권력’의 궤멸까지는 못가더라도,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밖에 노조 문제 등 삼성 관련 여러 문제들이 공론화된다면 내가 치를 죗값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변호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는 ‘받아도 아무 탈이 없다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 돈도 위험하다’는 의식이 생기면, 사람들이 조심할 것 아니냐”며 “그러면 정·관계, 법조계 등이 달라질 것이고, 내가 기대한 방향대로 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 상태로도 행복하다. 진짜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2007년 11월 4일 (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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