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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삶)/-. 성공경영

‘참 좋은데’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

 

TV를 켜면 쏟아지는 수많은 광고 중에서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촌스러운 화면이 눈길을 끈다. 화면 속 한 남자가 뭔가 어색한 연기를 선보인다. 광고기획 회의를 하던 회장실에서 불과 2천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광고는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라는 올해 최고의 유행어를 낳았다.

진심 어린 혼잣말이 가져온 성공





촌스러웠지만 그 효과는 강력했다. 케이블 TV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광고 속 대사는 특유의 중독성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드라마, 코미디, 시사만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패러디됐다. 턱을 괴고 앉아 고민에 빠져 있던 회장님이 혼잣말처럼 푸념을 내뱉는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그러고는 전화번호 하나가 안내되며 광고는 끝이 난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의 회장님이 등장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말 한마디를 던지고 끝나버린 이 '어눌한' 광고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산수유를 널리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40% 이상의 매출 신장을 불러온 이 광고는 별 생각 없이 입 밖으로 꺼낸 김영식(59) 회장의 푸념 한마디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신제품 '산수유 1000 프리미엄' 출시를 앞두고 김영식 회장과 직원들은 광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원래 건강식품의 광고는 식품위생법상 제품 성분 및 효능을 구체적으로 넣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기존 제품에서 산수유 원료 비율을 87%까지 높여 만든 신제품의 뛰어난 효능을 잘 알고 있는 김영식 회장은 그 상황이 안타까워 연신 혼잣말로 "이게 훨씬 좋은데, 남자들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고 읊조렸다. 옆에서 그 말을 들은 한 직원이 그대로 광고로 옮겨볼 것을 제안했다. 제품의 효능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경영자의 진심이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다. 모두의 찬성으로 즉각 광고 제작에 착수했다. 처음 회의가 이루어졌던 김 회장의 집무실로 광고회사 제작진들이 찾아와 '뚝딱' 촬영을 마쳤다. '이만큼 히트를 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이 광고는 그렇게 탄생했다.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식품만 판매한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광고가 전파를 탄 지 1주일 정도 지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제품에 관한 문의가 쏟아졌다. 매출이 쭉쭉 상승했고 광고 모델 김영식 회장은 CF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얻게 됐다. 한 달쯤 지나면서부터는 각종 언론에서 광고 신드롬을 다루기 시작했고 홍보팀으로는 광고 멘트를 사용해도 될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도 80%를 넘어섰다. 유명해진 산수유는 기존 다른 제품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촬영 및 편집비를 통틀어 2천만원이 든 광고 한 편으로 천호식품은 상반기에만 5백5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그야말로 제대로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세련된 광고 모델 대신 회사 대표가 직접 출연해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다'는 자랑을 늘어놓기보다 그 좋은 점을 알릴 방법이 없어 고민하는 모습에 더 믿음이 갔다고들 하더라고요."





각종 패러디 열풍까지 몰고 온 "참 좋은데" 유행어를 선보이는 김영식 회장. 걱정스런 표정과 억센 사투리 억양이 특징이다.

김 회장은 광고의 성공에 대해 "촬영을 위해 억지로 연출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꾸준히 산수유를 복용하고 몸으로 효과를 느낀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평가한다. 처음 건강식품 사업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껏 '우리가 먹지 않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는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는 김 회장은 품질만큼은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매일 아침 운동 후 통마늘진액을 한 잔 마시고, 산수유는 가방에 몇 개 넣어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먹습니다. 예전에 탄산음료를 만드는 회사 회장에게 어떤 사람이 '임신한 딸에게 자신이 만든 음료를 권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저는 제 딸이 아이를 가졌을 때 우리 제품을 선물로 줬고, 손자도 우리 회사의 어린이 식품을 먹고 있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식품을 만드는 회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김영식 회장은 요즘 광고의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길을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도 그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건넬 정도다.
"본사가 부산에 있어서 매주 수시로 왔다 갔다 하기 위해 비행기를 자주 탑니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산수유 아냐? 산수유다' 하면서요. 그래서 몸가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또 매일 아침 일어나면 밖에 나가 운동을 하는데 요즘은 세수하고 머리까지 꼭 매만진 후에 나갑니다. 누구를 만날지 모르니까요. 동네를 돌고 있으면 저를 한참 쳐다보는 분들도 있고, '회장님 아니십니까?' 하면서 먼저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꾀죄죄한 모습으로 다니면 '식품 만드는 사람이 저렇게 꾀죄죄해서 제품이나 잘 만들겠어?'라고 생각하실까봐 더욱 신경을 쓰죠."

여기저기서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가끔 부담이 될 때도 있다. 특히 '남자한테 참 좋은' 산수유 회장으로 통하는 그로서는 온몸으로 산수유의 효능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조금이라도 지친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고. 거의 매일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던 김 회장은 요즘 목욕탕에서 인사를 하며 '한 곳'만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난감할 때도 많다며 멋쩍게 웃었다.

"덕분에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 쓰게 됐습니다. 제 안색이 조금이라도 안 좋거나 피곤해 보이면 '매일 산수유며 흑마늘 같은 건강식품을 먹는 사람이 그렇게 비실거리는 걸 보니 제품 효능이 별로인가 보다'라고 의심하기 때문이죠. 이게 다 '산수유 효과'인가 봅니다(웃음)."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회공헌 활동






'정직하고 바른 건강식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활발히 사업을 벌이고 있는 김영식 회장이 처음 건강식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뒤부터다. 중상을 입고 6개월이 넘도록 깁스를 하고 지냈는데 쉽게 뼈가 굳질 않아 고민하던 그에게 한 지인이 달팽이를 추천해줬고 그 효과를 체험하고는 식용달팽이 농장을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 것. 1991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달팽이 농축액으로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무리한 확장과 IMF로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순식간에 바닥까지 추락하고 나서 죽을 마음까지도 먹었지만 오히려 그 각오로 다시 일어서보자는 오기가 생겼어요. 그때 깨달은 것이 '목표를 갖고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과 '절대 욕심 내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그 두 가지는 제가 회사를 경영하며 지금까지도 인생의 큰 지침으로 삼고 실천하고 있어요."

실패를 딛고 바닥에서부터 다시 올라본 경험이 있는 김영식 회장은 자신의 성공은 혼자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고생하는 회사 직원들은 물론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이를 되돌려줘야 한다고 믿는다. 대한민국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펼치고 있는 각종 사회공헌 활동은 김 회장의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불우이웃 돕기, 마늘농가 자녀 장학금 지원, 유관 분야 전문가 연수 지원 등의 활동을 기본으로 천호식품만의 특색 있는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제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한 권 냈어요. 그 인세와 강연료 수입 5억원을 전부 출산지원기금으로 출연해 출산 장려 프로젝트를 시행 중입니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 양육비 2백만원을 지원하는 캠페인인데,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인터넷 카페를 통해 지원받고 있어요."

사회공헌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이러한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김영식 회장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 닥쳐도 자신 있다"고 말한다.

"저는 회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우리 직원들을 부자로 만들까'를 늘 고민합니다. 직원 중심의 복지시설을 확충하고 직원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후생복리를 실시하는 것 모두 직원들이 즐겁게 생활하고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자발적으로 열심히 회사를 운영할 것이고, 또 사회에도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아니겠어요?"

지금보다는 5년 뒤, 10년 뒤의 천호식품을 기대해달라고 말하는 김영식 회장. 물론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특유의 뚝심과 진심으로 꼭 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남녀노소, 국민 모두의 건강을 책임지는 '좋은' 식품으로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참 좋은' 다짐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제가 직접 먹어보고 효과를 보지못한 제품은
남에게도 권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정직하게 만듭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레이디경향   201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