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민간 불법사찰·졸속 FTA…사안마다 감추기 급급한 정부 빗대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로미(藏頭露尾)'가 선정됐다.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8~16일 전국의 대학교수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41%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로미'를 꼽았다고 19일 밝혔다. 이 말은 원래 중국 원나라 문인 장가구가 지은 < 점강진·번귀거래사 > , 같은 시기 왕엽이 지은 < 도화녀 > 라는 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진실을 밝히지 않고 꽁꽁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속으로 감추는 바가 많아서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교수들은 올해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졸속 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수많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진실을 공개하고 의혹을 해명하기는커녕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는 4대강 사업,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권력형 비리, 인권침해 등을 각종 수단을 동원해 숨기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안철현 경성대 교수(정치외교학과)도 "반대 여론이 많은 한·미 FTA 타결을 잘한 일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은 장두로미의 의미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한문학 등 관련 전공 교수 10명으로부터 사자성어 20개를 추천받은 뒤 교수신문 논설·편집기획위원 15명이 5개 성어를 추려내 투표에 부쳐 선정했다.
'장두노미'에 이어 갈등과 정세 변화가 심했던 국내외 상황을 표현한 '반근착절(盤根錯節)'이 20%의 지지를 얻어 2위를 차지했고, 골육상쟁의 관계를 상징하는 '자두연기(煮豆燃箕)'가 12%로 3위에 올랐다. 안전할 때일수록 위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계우포상(繫于包桑)', 이전보다 발전했지만 아직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뜻의 '혹약재연(或躍在淵)'이 그 뒤를 이었다.
경향신문 201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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