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전쟁의 포화 속에서 졸업을 맞은 학생들을 위해 학장이 친필로 썼던 졸업사가 뒤늦게 발견됐다.
성균관대학교는 학교 창립자이자 당시 학장이던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 선생이 지난 1953년 3월21일 피란지 부산 임시교사에서 졸업을 맞은 성균관대학 3회 졸업생 65명을 위해 친필로 쓴 졸업식 훈사(訓辭) 자료가 최근 발견됐다고 24일 밝혔다.
길이 2m38㎝가량의 두루마리에 김창숙 선생이 붓으로 직접 쓴 이 훈사에는 한 치 앞을 가늠하지 못했던 전쟁 상황에 놓인 학생들에 대한 스승의 애타는 심경이 담겨 있다.
훈사에 따르면 선생은 "우리가 이 성대한 식전(式典)을 거행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3.8선 이북 전선에서는 우리 국군 장병 몇 백, 몇 천 명이 총칼에 선혈을 뿌리고 사장(沙場)에 백골을 묻고 있다"고 통탄하며 "세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보적 존재인 성균관대학이 송두리째 불구덩이에 날아간 것은 우리나라의 커다란 손실이다. 남한 끝머리 부산 한 모퉁이의 쓸쓸한 임시 교사 밑에서 구차한 졸업식을 치르게 됐다"고 통탄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가를 날카로운 눈매로 살펴보라"며 "오늘날 우리 민족에게 하늘이 부여한 의무와 사명은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며, 죽어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죽는다는 한결같은 길"이라며 학생들에게 강한 도덕 의식과 국가관을 당부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교육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심산 김창숙 선생은 조선시대 성균관을 계승해 1946년 9월 성균관대학을 창립, 1946~1956년 초대 학장과 총장을 지냈다.
유림(儒林)계를 단합해 활발한 항일운동을 벌였던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5적'의 참형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8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헤럴드경제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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