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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窓)/-. 아름다운 世上

84세 현역 송해, 인생을 노래로 푼다

ㆍ내달 12·13일 데뷔 56년 만에 콘서트

“제 노래가 듣기 좋진 않아도 제 나름대로 열심히는 부릅니다. 살아오면서 고난의 순간을 만나면 노래로 풀어왔는데 이번 공연에서 관객이 원하면 목이 쉴 때까지 노래를 불러드릴 생각입니다.”

KBS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인 송해씨(84·사진)가 데뷔 56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콘서트를 펼친다. 송씨는 추석연휴인 다음달 12일과 1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나팔꽃 인생 60년 송해 빅쇼’를 연다.

18일 서울 그랜드 앰배서더호텔에서 만난 송씨는 “지인들과 연예계 후배들의 권유가 많아 마음 한번 먹어봤다”며 웃었다.

 

가수, 사회자, 코미디언, 연기자 등 ‘총체적 예능인’으로 살아온 송씨는 이번 무대에서 살아오면서 겪은 힘들고 아팠던 삶의 역정을 노래와 악극, 예능쇼로 풀어낼 계획이다.

이상벽씨의 사회로 가수 박상철씨와 김용임씨 등이 특별 출연하며 엄용수, 이용식, 김학래씨 등 후배 코미디언들이 찬조 출연한다. 27년째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는 송씨는 이번 공연에서 노래 10여곡을 선보인다. 공연명인 <나팔꽃 인생>은 과거 송씨가 직접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세상을 뜬 작곡가 신대성씨와 <전국노래자랑> 때문에 팔도를 누볐죠. 어느 해인가 함께 추어탕집 담장을 타고 소담스럽게 올라간 나팔꽃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고 얘기했어요. 왜 나팔꽃 모양이 축음기 같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피고 지는 게 우리 직업을 연상케 하잖아요. ‘나팔꽃 인생’은 신 선생이 저를 위해 만들어준 곡이죠.”

송씨는 “이런 무대를 과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중예술인들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구봉서 선배를 제외하고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다”면서 “지금 곁에 없어 왠지 허전하고 아쉬움이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영원한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강 비결을 묻자 송씨는 망설임 없이 ‘대중의 사랑’이라고 답했다.

“웃음을 주는 직업인 만큼 박수를 쳐주는 대중을 더 즐겁게 해주려다보니 당연히 건강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18년 전부터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굳이 말하자면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면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좋은 운동이기도 합니다.”

황해도 재령 출신인 송씨는 한국전쟁 시절의 경험담도 얘기했다.

“1·4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연평도에서 화물선을 타고 부산으로 건너왔어요. 그때 배 위에서 ‘송해’라는 이름을 지었죠. 성은 그대로 ‘송’으로 쓰고 이름은 ‘바다’를 뜻하는 ‘해’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 이름을 제일 좋아하신 분이 전영록씨 아버지 황해씨였어요.”

송씨는 부산에서 훈련소에 입소한 뒤 통신학교 교육을 받던 중 1953년 7월27일 오전 9시부터 중요한 전보를 쳤다. 바로 휴전 전보였다. 군 제대 후 1955년 창공악극단에 들어가 쭉 연예계 생활을 해왔다. “젊어서 나를 힘들게 했던 악극단 사람도 다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는 송씨는 “그게 바로 우리네 인생이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