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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삶)/-. 성공경영

누우면 그곳이 집이요 회의하면 그게 사무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2006년 3월 LG화학의 경영환경은 매우 불확실했다. 고유가로 원자재값은 크게 올랐고,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수출 전선에도 시커멓게 먹구름이 끼었다. 경기도 나쁜데 중국 기업이 바짝 추격해오는 모양새였다. 뭔가 `터닝 포인트`가 절실했다.

당시 구원투수로 나선 주인공이 겉으로는 그리 강인해 보이지 않는 김반석 부회장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스피드 경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근본적인 변화를 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6년 5004억원이던 영업이익은 5년 만인 지난해 2조8417억원으로 치솟았다. 6배 가까이 성장한 것.

같은 기간 기업가치(시가총액)는 3조원에서 27조원으로 9배 증가했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출발했으며 LG그룹 모태인 LG화학은 그룹 대표기업으로서 다시 우뚝 섰다.

"2006년에는 회사가 어려워서 무조건 살리는 게 목표였지요. 경영환경에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많기에 먼저 단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고 이를 토대로 장기목표로 넘어갔습니다."

김 부회장은 "화학산업 특성상 성장성이 낮지만 독일 바스프 등 글로벌 최고 화학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회사가 되는 바람으로 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화학 기업설명회. 함박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기업설명회에 들어서는 김 부회장 발걸음은 가벼웠다. 벌써 6년째 분기별로 꼬박꼬박 기업설명회에 참석해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에게 직접 회사 경영실적을 소개한다. 그는 2011년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머쥐었다. 특히 매출액은 20조원을 처음 넘어서며 22조7000억원에 달했다.

김 부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그래프에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작년 하반기에 유럽발 금융위기가 오면서 LG화학 또한 움츠러들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LG화학 영업이익이 1년새 1% 올라갔으니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회사 처지에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매출액 증가목표율보다 이익상승 속도를 높여 영업이익 3조원을 돌파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그는 기업설명회에서 △2월 중 LCD유리기판 2호라인 증설 검토 △2차전지 분리막 8월 양산 △3D 필름패턴편광(FPR) 증설 △전기차용 2차전지 증설 등 올해 2조5000억원의 총투자계획도 자세히 설명했다. 투자자들과 1시간가량 진행된 공개 질의ㆍ응답에서도 성실하게 답했다.

김 부회장은 "기업경영은 주주분들과 투자자, 애널리스트와 같이 하는 것이다. 신규사업 등의 의사결정을 할 때도 그분들 의견에 귀를 기울여서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분기별 기업설명회에 반드시 참석해 외부 의견을 경청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에 머물지 않고 정보소재와 배터리사업 등 3개 분야로 다각화했다. 다른 석유화학기업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특히 전기차용 2차전지에 뛰어들어 GM, 르노 등 세계 10개 글로벌 자동차와 공급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기존에 이익이 나는 `캐시카우`와 성장성이 있지만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초기사업 간에 적절히 조합해서 위험을 분산한다"면서 포트폴리오 구성전략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5~10년 뒤에는 글로벌 최고 화학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연구개발이 강한 소재기업`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2001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LG대산유화를 거쳐 LG화학에 이르기까지 11년째 LG그룹에서 대표이사를 맡은 `장수 CEO`이다. 그만큼 책임감도 남다르다.

그의 출근시간은 늘 6시 30분이다. 일반 샐러리맨보다 두 시간 일찍 나와 경영구상을 정리한다. 그는 "여러가지 경영방식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솔선수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가 먼저 열심히 일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성공체험`을 전파하면 직원들도 힘이 솟는다는 뜻이다.

그는 매년 개인적으로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기 위해 애쓴다. 예를 들어 틈틈이 책을 읽고 요즘에도 영어공부에 몰두하면서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모습은 직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는 경영철학으로 `회사는 사람이다. 사람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말을 가슴에 담아둔다. 김 부회장은 "늘 사업과 사람의 변화, 두 가지를 생각한다. 불확실한 경영환경보다 임직원들의 마음가짐과 생각은 더 빠르게 달라져야 하고 올해는 훨씬 많은 사업에서 성공을 체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해외출장도 잦다. 그것도 강행군이다. 무박2일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3시간 회의하고, 다음에 중국을 찾아 2박3일을 보내고, 다음 행선지로 중동을 가는 방식으로 일정을 짠다. 그런 횟수가 연간 5~6차례 이상 된다. 시차는 어떻게 극복할까. 김 부회장이 임원들에게 하는 설명.

"시차는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난 기준점이 없다. 늘 해외를 돌아다니니. 내가 누우면 집이고 방이다. 회의를 하면 그곳이 내 사무실이다."

김 부회장은 젊은 시절 지방근무를 할 때 5년 이상 국선도를 했다. 당시의 몸관리 덕분에 강행군을 별탈없이 이겨낸다. 마냥 부드러워 보이는 모습 뒤에는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해온 `진정한 독종`의 모습이 숨어 있었던 셈이다. 그게 뛰어난 실적으로, 다시 장수 CEO로 이어지는 원천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He is…

△1949년 서울 출생 △1968년 경기고 졸업 △1976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84년 LG화학 입사 △1997년 LG화학 폴리에틸렌 사업부장(상무) △2000년 LG화학 ABS/PS 사업부장(부사장) △2001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2005년 LG대산유화 대표이사 △2006년 LG화학 대표이사 △2008년~현재 LG화학 대표이사(부회장)

 

매일경제   201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