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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삶)/-. 성공경영

존경받는 부자를 보고싶다

얼마 전 BMW 승용차 운전자가 카트에 폐지를 싣고 가던 노숙자가 자신의 차를 살짝 스쳤다면서 경찰서로 끌고 간 사실이 보도됐다. 흔히 있는 교통사고 실랑이 끝에 벌어진 일이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이 보도를 접하고 다소 불편함을 느꼈다. BMW와 노숙자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다. 결론은 BMW 운전자의 과실로 판명됐다. 설령 과실이 노숙자에게 있었더라도, BMW 운전자가 참아야 했다는 게 일반적인 정서다. 부자가 무엇이든 다 양보하라는 게 아니라 노숙자에게 차 수리비를 요구하지 않을 만큼의 아량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이 들려준 뉴욕 유학시절 교통사고 얘기는 위 사례와 대조된다. 벤츠 차량과 접촉사고를 낸 돈 없는 유학생에게 차에서 내린 부유한 노신사는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하고, 그냥 가라고 했다고 한다. 오 총장은 거기서 `낮은 자세로 임하는 가진 자의 모습`을 배웠다고 했다.

최근 벌어진 재벌 딸들의 `빵집 사업` 해프닝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벌 2ㆍ3세들이 빵집 사업에 뛰어들어 매장 수를 늘리자 "삼성, 롯데가 뭐 할 거 없어서 빵집까지 넘보느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대기업의 중소상인 영역 침범을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벌 2ㆍ3세들은 줄줄이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국민은 별로 감동하는 것 같지 않다.

사실 문제가 된 재벌들의 빵집이 동네 빵집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 공분을 자아낸 것은 재벌들이 중소상인들의 밥그릇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고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배려 또는 염치의 문제다. 대중의 `재벌 빵집`에 대한 격한 반응은 재벌에 대한 반감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국민은 재벌 1세의 `기업가 정신`까진 아니더라도, 재벌 2ㆍ3세에 대한 나름의 기대가 있다. 골목상권이나 넘보는 것 말고, 손쉬운 자동차ㆍ명품 수입 말고, 국가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 그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 대기업 사업에 `감 내라 배 내라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를 지탱해온 자본주의 자체가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위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 문제점이 노출됐고, 최근 다보스포럼에서도 자본주의의 결핍을 치유ㆍ보완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세계경제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가 "자본주의 체제는 포용성이 부족했다"며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이보다 더 빨리 자본주의 한계를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여비서가 자신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면서 부자증세를 제안했다. 국내 재벌들도 이 같은 자본주의 변화를 읽어야 할 것이다.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도덕적으로 판단해 자제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혼자 가지기보다는 나눠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진정 `존경받는 부자`가 되는 길이다.

 

매일경제  20120.01.31